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카드를 꺼내들면서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다만 과세 시점이 내년인 만큼 당장 서울 및 수도권의 집값 상승세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 “내년 공시가격에 올해 초 오른 가격 상승분과 여름철 시세 급등지역에 대한 가격 상승분을 현실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현행 공시가격은 지역과 주택유형에 따라 시세의 50~70% 수준이다. 이런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면 보유세 부담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세무 전문가들은 ‘2018년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공정시장가액 비율 인상보다 보유세 부담 증가 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보유세는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과표기준가격’에 세율을 곱해 산정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은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80% 수준으로 올린다면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상당수 1주택자도 상한선(보유세는 전년 대비 150%, 재산세는 130%까지 인상)까지 보유세를 더 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전역 집값이 다 올랐기 때문에 공시가격을 대폭 인상하면 서민과 관련된 재산세, 고령자의 건강보험료 부담까지 줄줄이 높아진다”며 “‘핀셋 규제’ 효과는 없고 전반적인 보유세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집값 안정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원종훈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팀장은 “과거 사례를 볼 때 보유세 인상은 집값 안정에 별 기여를 하지 못했다”며 “시장 참여자들이 ‘부동산 가격이 얼마나 더 오를 것 같기에 이 같은 규제를 내놓을까’ 하는 신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자금력이 있는 다주택자들이 세 부담이 증가한다고 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데 집을 팔지는 않을 것”이라며 “도리어 내 집 마련에 나서려던 서민층 실수요자의 시장 진입을 지연시키고 세 부담을 증가시키는 역효과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보유세 부과 시점은 내년이기 때문에 당장의 집값 상승세를 잡는 데는 효과가 별로 없다”며 “올해 하반기 부동산시장은 풍부한 유동성과 각종 개발 기대에 쉽게 꺾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