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협 원빌딩 대표. 사진 최혁 기자
오동협 원빌딩 대표. 사진 최혁 기자
"빌딩투자가 달라졌습니다. 개인투자가 많아졌고, 투자자들이 젊어지면서 빌딩을 사는 목적도 다양해졌습니다. 예전처럼 자산가들이 사놓거나 은퇴자들이 매달 월급같이 월세를 받을 목적으로만 투자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오동협 원빌딩 대표)

국내 최대 빌딩 전문 중개법인인 원빌딩의 오동협 대표(사진)는 빌딩투자 업계에서 입지전적 인물이다. 원빌딩에 사원으로 입사해 15년 만에 대표까지 올라섰다. 현장에서 시작했고 잔뼈가 굵지만 아직까지도 현장을 누비고 있다. 주말마다 서울 강남과 홍대, 연남동 등 주요 상권을 탐문하는 건 그의 일상이다.

그렇게 시장을 꾸준히 보다보니 오 대표는 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감지했다. 빌딩을 찾는 고객층은 다양해졌고, 그만큼 수요자들이 찾는 물건 조건도 많아졌다. 아파트처럼 획일화된 물건이 아니다보니 고객들의 입맛에 딱맞는 적당한 물건을 가려내기도 까다로워졌다. 최근에는 아파트 시장에서 '똘똘한 한채' 열풍이 불면서 다주택 대신 꼬마빌딩이나 중소형빌딩이 관심을 가지는 투자자들이 늘었다. 새로 관심을 두는 투자자들이 늘다보니 그가 듣고 접하는 시행착오들도 자주 포착됐다. 다른 중개법인에서 뜻하지 않게 매수한 후 매도를 의뢰를 하러 오거나, 매수인의 갑작스러운 변심으로 인해 곤란을 겪는 경우, 각종 분쟁에 휘말려 수습을 부탁하는 고객도 함께 증가했다.

빌딩투자는 예전부터 고액자산가나 은퇴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면서 '그들만의 리그'로 불렸다. 오 대표 또한 고액자산가들만을 주로 상대하면서 업계의 고수로 통했을 뿐 일반인들에게 많이 나서지는 않았다. 그랬던 그가 얼굴을 드러내기로 결심한 이유는 이제는 빌딩투자에 대한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고 봐서다. 예비투자자들이 늘어난 만큼 빌딩투자의 주의점, 어떤 빌딩에 투자해야하는지와 최근의 경향 등을 공유하고 알리는 게 시장의 투명성을 높인다고 믿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 대표는 “빌딩투자에 있어서 매입보다 중요한 건 관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꼬마빌딩에 투자할 때는 건물의 연차에 맞는 매도 전략을 미리 세워야 합니다. 출구전략이 불확실하면 제대로된 가치평가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급매물을 싸게 잡기 위해 헛수고를 하는 것보다 건물을 제대로 관리한 뒤 좋은 가격에 파는 게 훨씬 높은 수익률을 가져온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20~30년 된 건물을 보유중이라면 매수인은 신축이나 리모델링을 염두에 둘 가능성이 높다”면서 “임차인들과 재계약을 할 때 임대료 한두푼을 올리는 것보다 새 매수인이 원하는 시점에 퇴거 가능하도록 협상하는 등 명도 리스크를 없애두는 게 매각에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신축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건물이라면 얼마간 공실을 감수하더라도 선호 업종 임차인으로 건물을 채워야 한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오 대표는 “투자를 결정할 때는 임차인의 관점으로 상권을 분석해야 한다”면서 “당장 대중의 관심이 쏠리더라도 얼마든 상권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지속 확장 가능한 지역을 선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꾸준히 확장되는 상권의 대표적인 예를 강남으로 들었다. 평지인 데다 도로 구획이 바둑판처럼 격자로 나뉜 탓에 어디로든 상권이 뻗어나가기 쉬워서다. 사거리마다 P턴 도로가 있어 교통 흐름도 원활한 편이다. 빌딩시장에서 강남이 가장 인기있는 투자처인 이유다.

오동협 원빌딩 대표. 사진 최혁 기자
오동협 원빌딩 대표. 사진 최혁 기자
오 대표는 “가로수길의 경우 상권이 계속 확장해 과거 끝자리였던 상가가 지금은 중간 정도에 위치하게 됐다”면서 “반대로 테마형 상권인 경리단길은 대체 상권이 개발된 데다 경사지라는 입지적 한계 때문에 외곽부터 조금씩 쇠퇴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남은 도시계획으로 만들어진 대체불가능한 상권이지만 떠오르는 골목상권은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날 때마다 얼마든 흥망성쇠가 반복된다”면서 “‘요즘 어디 뜬다더라’는 생각만으로 투자지역을 결정하는 건 주식시장에서 테마주에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소형 빌딩시장엔 법인이 아닌 개인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오 대표는 “5~6년 전만 해도 빌딩시장은 ‘그들만의 리그’였지만 요즘은 두 번째 아파트 대신 꼬마빌딩을 찾는 수요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일부 아파트의 가격이 빌딩만큼 높아진 데다 지속된 저금리의 영향”이라고 짚었다.

그는 “주택시장은 정권 때마다 정책 변수에 흔들리면서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것과 달리 빌딩시장은 중단기적 예측이 가능하다”면서 “상속이나 증여를 할 때 기준시가로 세금을 계산하다 보니 절세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꼬마빌딩의 기준시가는 통상 시세의 50~60% 내외다.

오 대표는 빌딩투자를 할 때는 가장 일반적인 선택을 내려야 안전다고 강조했다. 개별성이 강한만큼 자칫 환금이 힘들 수 있어서다. 그는 “개인적 취향이나 특성이 가미된 선택을 하는 게 잘못된 투자의 1단계”라면서 “대다수가 선택하는 보편적인 요건이어야 임차인을 들이기 쉽고 매각 또한 유리해 결과적으론 투자의 실패확률이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오는 30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3층에서 열리는 <무조건 성공하는 빌딩투자> 세미나에서 이 같은 빌딩투자 전략을 설명하고 매매사례를 분석할 예정이다. 행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진행된다. 오 대표와 함께 세무 전문가인 한주희 예종세무그룹 대표세무사가 연사로 나선다 참가신청을 포함한 자세한 내용은 한경닷컴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