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역 주변 아파트 전경. 한경DB
광명역 주변 아파트 전경. 한경DB
# 경기도 광명시로 이사를 준비 중인 A씨는 올해 입주를 앞둔 KTX 광명역세권 아파트 매물을 찾아보다 깜짝 놀랐다. 전용 84㎡ 분양권이 8억원을 넘어섰다는 기사를 본 것 같은데, 매물 검색 사이트에는 6억원대 물건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이게 웬 횡재인가 싶어 중개업소에 전화를 걸었더니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게시된 매물 가격은 프리미엄이 빠진 가격이며 실제로는 2억~3억원이 더 필요하다는 것. ‘허위매물을 올려놓은 거냐’고 따졌더니 중개업소에서는 오히려 '프리미엄 별도'라고 쓰여있는 것을 못봤냐고 되물었다.

광명역세권에서 전용 84㎡ 분양권 실거래 가격이 8억원을 돌파한 가운데 허위매물이 무분별하게 게재돼 수요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광명시 일직동 KTX광명역 인근에서 분양권 거래가 가능한 단지는 ‘광명역파크자이2차’와 ‘광명역 태영데시앙’ 등이다. 각각 오는 12월과 2020년 1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는 이들 단지의 분양권이 4억 후반~5억 초반대에 등록돼있다. ‘광명역파크자이2차’ 전용 84㎡ 분양권 확인매물은 4억9600만~4억9800만원이다. '광명역 태영 데시앙'의 같은 면적 매물가는 5억1450만~5억2200만원 정도다. 이렇게만 놓고보면 2015년 분양 당시 가격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분양권 실거래가와는 차이가 크다. 이들 분양권 실거래가격은 이미 지난 6월부터 8억원을 웃돌고 있다. 국토교통부 아파트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보면 '광명역파크자이2차' 전용 84㎡ 분양권은 최근 8억2646만원(29층)에 실거래 신고됐다. '광명역 태영 데시앙'의 같은 면적 분양권 역시 지난 6월 8억2048만원(43층)에 손바뀜했다.
네이버 부동산에 등록된 '프리미엄 별도' 분양권 목록. 네이버 캡처
네이버 부동산에 등록된 '프리미엄 별도' 분양권 목록. 네이버 캡처
매물 검색 포털에 게재된 매물가격과 실거래 신고 가격이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광명시 소재 일부 중개업소들이 '웃돈(프리미엄)을 제외한 가격'을 매물가로 올리기로 합의해서다. 실제로 이들이 올린 매물의 상세정보를 보면 하나같이 '프리미엄 별도'라고 표기됐다. 프리미엄을 알려면 해당 중개업소에 전화해 물어보는 수 밖에 없는 셈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프리미엄을 궁금하게 만들어서 일부러 매수자들이 전화를 하게 만드는 영업스킬 중 하나”라며 “전화가 오면 그때부터 협의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높은 프리미엄이 노출되면 초기 자금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매수의사를 쉽게 접을 수 있다보니 공개하지 않는다는 게 이 관계자의 얘기다. 또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광명역세권 뿐 아니라 지방에 잘나가는 택지지구도 보면 ‘프리미엄 협의’라고 게재된 매물이 많다”며 “일반적인 영업방식이고 드문 일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수요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앞서 A씨처럼 문의를 했다가 허탕을 치는 경우도 있고 무엇보다 '속았다'는 마음이 들수 있다. 본의 아니게 중개업소에게 내 전화번호와 신상이 알려졌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웃돈 수준이 얼마인지 기재하지 않을 경우 매물 가격만 보고는 시세를 파악하기 어려워져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동산 리서치업체 관계자는 “매물 가격이 정상적으로 올라와야 시세를 비교하고 가격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데 프리미엄이 숨겨지면 수요자들에게 돌아오는 피해가 크다”고 꼬집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실장은 “시장 가격을 음성적으로 만드는 행태기 때문에 더 비싸게 주고 사는 등 피해를 보는 경우가 분명 생길 수 있다”며 “‘프리미엄 별도’라고 기재해서 교묘하게 허위매물 규제망을 피해가는 편법”이라고 비판했다.
'광명파크자이2차' 조감도. GS건설 제공
'광명파크자이2차' 조감도. GS건설 제공
실제로 네이버 부동산 매물 등록 시스템에 따르면 ‘분양권 프리미엄 기재 여부’는 필수사항이 아니라 권고사항이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각 중개업소에서 외주업체를 통해 매물을 등록할 때 ‘프리미엄을 기재하지 않으면 허위매물 신고를 받을 수 있다’는 경고문구가 나간다”면서도 "이 경고문구를 무시한 채 확인 버튼을 누르면 프리미엄을 기재하지 않아도 매물을 등록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허위매물 중 분양권 신고건수가 가장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회적 약속이 있어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권고사항을 지킨 일부 중개업소가 프리미엄을 노출시키게 되면 다른 중개업소들이 그보다 낮은 프리미엄을 제시하며 고객을 빼앗아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양심을 지킨 중개업소가 오히려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시장 교란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을 통해서 범칙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식의 지침이나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