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인터뷰] "부동산 투자 고민될 땐 '서울 생활권계획' 보라"
지난해 5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속 가능한 미래도시를 만들겠다며 지역별로 세부적인 개발계획을 수립했다. 100년 동안의 개발 방향을 제시하는 ‘서울시 생활권계획’이다. 내 집 마련을 고민하는 이들이나 부동산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는 이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데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서울의 양적 성장은 한계에 도달했다. 마곡지구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을 할 땅이 없기 때문이다. 질적 성장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그래서 수립된 계획이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이다. 이를 구체화한 정책이 서울시 생활권계획이다. 서울의 고질적인 문제인 강남·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강북에도 강남 같은 일자리를 만들어 발전시키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생활권별 계획은 7개 분야로 분리해 추진된다. 도시공간과 산업·일자리, 주거, 교통, 환경·안전, 역사·문화·관광, 복지·교육이다. 이 가운데 일자리 창출과 교통 여건 개선이 핵심이다. 이 두 가지가 결합된 지역이 주거 선호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강북 지역의 일자리 창출은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 용도지역 상향이다. 일자리가 들어갈 수 있는 지역의 용도 제한을 풀어주는 것이다. 서울광장 145개 규모인 192만㎡의 상업지역을 인구와 일자리, 종전 상업지역 면적 등을 고려해 추가로 지정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권역별 상업지 비율은 도심권이 14.8%로 가장 넓다. 동남권은 2.74%, 서남권 1.95%, 서북권 1.42%, 동북권 1.05%로 지역별 편차가 크다. 앞으로는 동북권 59만㎡를 비롯해 서남권 40만㎡, 서북권 18만㎡ 등이 상업지역으로 추가 지정된다. 뉴타운 개발로 새로운 주거시설이 들어오더라도 주변 환경까지 개선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상업지역 지정을 통해 일자리 등 기반시설까지 확보해 주겠다는 의미다.

동북권 지역은 서울시 생활권계획의 가장 큰 수혜지다. 상업지역 할당량을 따져보면 비율이 가장 높다. 하지만 서울시의 의지대로 기업들이 동북권에 자리를 잡을지는 미지수다. 동북권을 눈여겨보고 있다면 기업 입주보다는 교통망 확장이나 주거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KTX 동북선 연장이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착공, 동북경전철, 분당선 연장 등이 추진되는 지역이 유망하다고 볼 수 있다.

서남권은 3대 도심에 속하는 영등포와 여의도가 있고,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가산·대림·마곡이 있다. 강남에 견주는 목동과 중산층 신규 주거지로 변화하는 관악·동작구도 있다. 준공업지역 개발과 신안산선 착공, 여의도마스터플랜 등 ‘호재 백화점’이라고 할 만큼 많은 개발 이슈를 품고 있는 지역이다.

서북권은 마포를 중심으로 성장 중이다. 그동안은 지리적 특성상 서울 핵심지역은 강남 접근성이 좋지 않아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GTX-A노선 착공과 신분당선 연장 논의로 인해 물리적 거리를 극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신규 교통망이 확충되는 지역이나 자생력을 갖춘 곳으로 변모하는 상암·수색 등을 눈여겨볼 만하다. 서북권에선 도심 접근성과 자생력이 높은 지역의 부동산 시세가 높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생활권계획은 도심>광역중심>지역중심>지구중심 등 4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입지별 가치 또한 도심>광역중심>지역중심>지구중심 순이다. 안정적인 투자를 원한다면 이 순서대로 관심을 가지면 된다. 도심부는 종로·중구, 영등포·여의도, 강남이다. 광역중심부는 창동, 청량리·왕십리, 마곡, 가산·대림, 상암·수색, 잠실, 용산 등이다.

수요가 몰릴 부동산은 당연히 일자리가 늘어나고 교통망이 뛰어난 곳이 될 것이다. 하지만 과거 사례에서 경험한 것처럼 모든 개발계획이 온전히 추진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 예산과 지자체 예산이 우선 투입되는 곳들이 끝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지자체가 중점을 두고 지원하는 지역이 어디인지 먼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부동산시장은 상승기를 지나 조정기에 접어들고 있다. 단순한 호재에 현혹되는 투자를 하기보단 부동산 가치의 핵심인 입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