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타입을 셰어하우스로 설계한 천안 두정역 효성해링턴 플레이스의 모델하우스 모습.
일부 타입을 셰어하우스로 설계한 천안 두정역 효성해링턴 플레이스의 모델하우스 모습.
아파트를 활용한 셰어하우스의 인기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아파트의 거실·부엌·욕실 등 공용공간을 함께 사용하면 주변 시세가 비슷하거나 저렴한 임대료의 원룸보다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어서다.

특히 대학가를 중심으로 20~30대 청년층에게 인기가 높아 부동산 투자자와 집주인들도 아파트를 활용한 셰어하우스에 눈을 돌리고 있다.

아파트형 셰어하우스 시행사인 충남 천안의 이노빌드 관계자는 2일 “그동안 세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임대가 수월한 전용면적 49~59㎡의 소형 아파트가 셰어하우스로 활용됐지만 최근엔 중형 아파트도 임대 수익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 받고 있다”며 “아파트를 리모델링하거나 설계부터 셰어하우스로 특화한 아파트도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형 셰어하우스 청년층에 인기

셰어하우스 플랫폼 컴앤스테이에 따르면 2013년 19개에 불과하던 셰어하우스는 지난해 489개(6월 기준)로 늘었다. 셰어하우스로 활용되는 주택 유형은 아파트가 약 38%로 가장 많았다.

아파트를 활용한 셰어하우스의 인기는 20~30대가 이끌고 있다. 청년들이 저렴한 가격에 원룸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주거 공간을 마련할 수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서울의 20~34세 1인 청년가구 중 주거 빈곤가구는 37.2%다. 주거 빈곤가구는 지하방, 옥탑방, 비닐하우스, 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가구를 말한다. 비싼 주거 비용이 1인 청년가구 주거 빈곤의 원인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만 39세 청년층의 1인당 월세 비용은(보증금 제외)은 2007년 5만7373원에서 2016년 10만7674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셰어하우스 플랫폼 셰어킴에 따르면 올해 6월1일 기준 서울의 셰어하우스 평균 보증금은 113만원, 월평균 임대료는 42만원이다. 임대료는 일반 월세와 비슷하고 보증금은 3~4배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병섭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과 겸임교수는 “선진국에서는 셰어하우스가 개인에서 기업화하는 추세”라며 “1인 가구 증가로 한국의 셰어하우스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월세보다 높은 수익률 투자자 선호

서울 등 대도시의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면서 셰어하우스가 매력적인 주거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서울 장위동에 셰어하우스를 짓고, 서울 서대문구는 청년셰어하우스 입주자를 모집하는 등 자치단체와 공공기관들도 청년 주거문제 대책의 일환으로 셰어하우스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셰어하우스를 기업형으로 운영하는 전문 업체와 전문 포털업체도 등장했다. 셰어하우스 전문업체는 단순히 방만 빌려주는 게 아니라 입주자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통일된 계약 조건과 운영 규칙을 마련해 입주자끼리의 갈등을 해결하고 시설 관리, 보수 등의 생활문제를 집주인 대신 관리해 준다.

지방에서도 셰어하우스가 늘고 있다. 대학과 기업이 밀집한 충남 천안시에는 지난해부터 셰어하우스가 크게 늘었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천안에서 셰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만 다섯 곳이다.

천안에서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김도희 럭키쉐어하우스 대표는 “공급을 따라가지 못 할 정도로 수요가 많다”며 “천안은 수도권과 가까워 셰어하우스 운영을 위해 투자자들이 내려오는 상황”고 설명했다.

셰어하우스로 특화 설계된 아파트도 등장했다. 천안시 ‘두정역 효성 해링턴 플레이스’의 전용 59㎡ 타입은 최대 5명이 입주할 수 있다. 수도권 전철 1호선이 지나가는 두정역 앞 역세권에 있다.

효성 해링턴 플레이스 분양 관계자는 “계약자의 32.5%가 20~30대로 나타났다”며 “아파트형 셰어하우스의 인기가 지방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천안=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