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욱 "판교·광교·과천 지식정보타운 등 자급자족형 신도시에 주목하라"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사진)는 부동산 분야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통한다. 연 500회가 넘는 부동산·건설시장 관련 강연을 하면서 공공 포럼과 부동산정책 자문활동도 펼치고 있다. 그는 주택 마련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자급자족형 신도시와 서울 세력권에 투자하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오를 지역만 짚어주는 부동산 투자 전략》이란 신간을 낸 그를 만나 유망 투자처에 대해 물어봤다.

◆자급자족형 도시는 안 망한다

그는 판교, 분당, 광교, 과천 지식정보타운을 대표적인 자급자족형 도시로 꼽는다. 그는 판교 토지이용계획도의 파란색 부분을 가리키며 “업무지역 면적이 9% 정도이며 테크노밸리에 기업이 대거 입주해 자족기능을 갖춘 신도시가 판교”라며 “토지이용계획도를 보면 자급자족형인지 베드타운이지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판교신도시에 조성한 66만㎡ 규모의 판교테크노밸리.  /한경DB
경기도가 판교신도시에 조성한 66만㎡ 규모의 판교테크노밸리. /한경DB
광교는 주거면적 비중이 18%로 낮은 대신 업무지역 면적 비중을 높였다. 과천지식정보타운은 주거면적 비중이 30% 정도로 높지만 다른 용도 대신 업무시설 면적 비중을 늘렸다.

반면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대부분의 1~2기 신도시는 주거면적 비중이 30~40%대를 차지한다. 주택은 많은데 업무시설이 들어설 자리가 부족하다. 그는 “자급자족형 신도시의 계보를 판교, 광교, 과천 지식정보타운이 차례로 잇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도시들의 전망도 밝게 내다봤다. 그는 “자생력이 있기 때문에 다마뉴타운을 비롯한 일본 교외 신도시처럼 폭락할 가능성은 없다”며 “분당은 판교테크노밸리에 힘입어 올 상반기 가격 상승률 1위를 기록했지만 일산은 철저히 소외됐다”고 말했다.

◆상업시설 공실률도 따져봐야

업무지역 면적 비중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자급자족형 기능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 수는 제한적인데 업무시설 면적은 늘고 있는 까닭이다. 국내 업무시설 전체 바닥 면적은 1억2000만㎡ 정도다. 여기에 지난해에만 전체 면적의 8% 수준인 1000만㎡가량이 착공했다. 매년 재고량이 6~8% 정도 늘고 있다.

신도시에서도 기업 입주 현황에 따라 주택 시장의 희비가 엇갈린다. 채상욱 애널리스트는 “판교는 오피스 공실률이 1.1%에 그쳐 자급자족 기능이 강한 만큼 판교역 주변 아파트 가격 상승세도 가파르다”며 “반면 동탄은 1·2신도시 다 합쳐서 면적이 30㎢가 넘는데 아직 업무시설 입주가 되지 않아 미분양 아파트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토지이용계획도만 보고 섣불리 투자해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송도국제도시는 기업 수용 능력 대비 너무 과한 면적이 개발됐고 더 개발될 예정”이라며 “업무시설이 32%인데도 기업이 착착 입주하는 마곡 같은 곳, 오피스 공실률이 낮은 곳이 유망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서울 세력권이면 금상첨화

서울 세력권 내에 있는 신도시의 주택 수요도 꾸준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 내 신도시 중 서울 통학·통근 인구 비율이 15%를 넘는 지역이다. 과천 광명은 서울 통근·통학 비율이 40% 웃도는 의존성 높은 지역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서울 접근성이 우수한 게 특징이다. 그는 “위례신도시는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도 내부 외부 교통망이 모두 미비해 베드타운으로서 제 구실을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 도시 안에서 구별로 서울 통학·통근 비율이 갈리는 곳도 있다. 용인 기흥구는 17% 정도지만 수지구는 24%로 비교적 높다. 기흥은 삼성전자 등이 입주한 동탄 세력권에 포함된다. 수지는 신분당선이 지나고 있어 서울 강남권까지 20~30분대면 도착할 수 있다.

수원은 서울 접근성과 자급자족성을 다 갖춘 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본래 금정(경기 군포시)~의정부 구간으로 계획됐던 광역급행철도(GTX) C노선이 수원까지 연장 운행할 가능성이 높아진 까닭이다. 이 노선이 들어서면 수원역에서 서울 도심권까지 30분 이내에 오갈 수 있게 된다. 그는 “수원은 이미 광교라는 자급자족 기능을 갖추고 있는데 여기에 서울 교통망이 확충되는 것”이라며 “서울 광교 양방향에서의 소통이 수원 아파트 가격에도 효과를 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