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들썩이는 서울 아파트값 >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1년이 됐지만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 중개업소를 찾은 매수자가 지도를 들여다보며 통화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 다시 들썩이는 서울 아파트값 >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1년이 됐지만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 중개업소를 찾은 매수자가 지도를 들여다보며 통화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지난 28일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 이곳에 밀집한 20여 개 중개업소의 문은 평소 같으면 영업이 끝나는 토요일 오후 7시인데도 대부분 활짝 열려 있었다. L중개업소 관계자는 “보통 주말이면 문을 일찍 닫는데, 오늘은 집을 보겠다는 이들이 하도 많아 계속 영업 중”이라며 “경기 외곽과 대전에서 온 손님도 있었다”고 했다. 이날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16억5000만원에 매수자와 매도자 간 줄다리기가 한창이었다. ‘8·2 부동산 대책’ 전인 작년 7월 13억8000만원에 거래된 주택형이다.

◆서울 다시 신고가 행진 조짐

작년 8월부터 8·2 대책과 각종 후속 조치가 나왔지만 서울 주요 단지 집값은 1년 새 수억원씩 올랐다. 이달 19일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전용 106㎡는 33억원에 손바뀜하며 지난달 전고점(31억9000만원)을 깼다. 8·2 대책 전인 작년 7월 27억7000만원에 거래된 주택형이다. 반포래미안아이파크(서초한양 재건축)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달 가격(20억7400만원)보다 오른 21억5000만원에 이달 중순 거래됐다. 이 주택형 분양권은 작년 7월 실거래가(16억8100만원)에 비해 1년 새 약 5억원 올랐다.
서울 3억~5억 껑충 vs 지방 미분양 급증… 집값 더 벌어졌다
강북도 비슷하다. 최근 용산구 이촌 한가람 전용 84㎡는 지난 1월 거래가(12억2000만~12억5000만원)보다 약 2억원 오른 14억5000만원에 팔렸다. 마포구 도화삼성은 전용 84㎡가 지난 9일 9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1월 가격(8억500만원)보다 1억원 이상 뛰었다.

일부 단지엔 지방 수요자까지 몰리고 있다. 양천구 목동 7단지 M부동산 관계자는 “지난주 대구 투자자가 목동7단지 전용 53㎡를 사겠다고 해 거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규모 개발 마스터플랜을 앞두고 호가가 확 오른 영등포구 여의도도 같은 분위기다. 전국 각지에서 투자 문의가 몰리며 여의도 목화 전용 89㎡는 호가가 14억원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거래가는 10억8500만원이었다.

◆“서울, 공급은 적고 호재 예상”

정부의 융단폭격식 부동산 규제에도 서울 집값이 다시 오르는 이유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급 불균형’을 핵심 요인으로 꼽는다. 진입 수요보다 입주 물량이 적은 데다 8·2 대책에 따른 각종 규제로 공급이 더 줄어드는 양상이 나타난 까닭이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연구소장은 “강남에선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재건축 규제 등으로 주택 공급이 줄어 수급 불균형이 점점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작년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에선 4300여 가구가 입주했다. 2016년(약 6200가구)보다 30%나 줄어든 물량으로 최근 5년 새 최저치다. 올해 입주 물량은 1만5500여 가구지만 이 중 대부분이 헬리오시티(9500가구) 물량이다. 내년엔 다시 4800여 가구 수준으로 대폭 준다.

8·2 대책에 따른 분양권 전매 제한,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양도세 중과 등으로 거래할 수 있는 매물도 줄면서 공급 부족을 심화시키는 추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매물이 잠겨버리니 주요 지역에선 수요자가 적은 매물을 두고 경합해 가격이 오르기 쉬운 구조”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발표한 용산, 여의도 통합 개발 방안 등의 각종 호재도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뇌관으로 작용 중이다.

◆불 꺼진 지방… 악성 미분양도 늘어

지방은 딴판이다. 입주·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택 공급이 수요를 훨씬 웃돌아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경남은 지난 5월 기준 미분양 물량이 1만4955가구에 달한다. 지난 1년 새 5900여 가구가 급증했다. 충남도 5월 기준 미분양 9111가구가 쌓여 있다. 지난해 8월 서산시 성연면에서 분양한 K아파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0.05 대 1 수준이었다. 성연면 E공인 관계자는 “분양한 뒤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분양률이 3% 이하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존 아파트 가격도 하락세다. 8·2 대책에서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부산 우동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127㎡는 이달 중순 8억3000만원에 팔렸다. 작년 7월 말 10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요즘은 2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울산에서는 매곡동 매곡푸르지오1단지 전용 84㎡ 매매 가격이 1년 전 최고가보다 7900만원가량 하락했다. 울산 H공인 관계자는 “‘똘똘한 한 채’ 바람이 불면서 지방 주택은 찬밥 신세가 됐다”며 “지난해 말 서울 청약에 당첨된 이가 내놓은 매물이 아직도 팔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방 산업 침체가 장기화하고 반도체산업 등 국내 경제 구조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서울과 지방 사이 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윤아영/민경진/양길성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