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아파트단지 전경.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엔 서울 안에서도 입지별로 시장 향배가 갈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 DB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단지 전경.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엔 서울 안에서도 입지별로 시장 향배가 갈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 DB
한국경제신문이 부동산 전문가 40명을 대상으로 한 올 하반기 부동산시장 전망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0%가 연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 한해서만 상승세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수도권은 직주근접 수요 등이 꾸준하고 개발 호재가 여럿 있어 가격 조정을 일부 거쳐도 시장이 견고한 편”이라며 “반면 지방은 투자수요가 빠져나간 데다 조선업이나 화학업종 등 기반 산업 여건이 좋지 않아 당분간 약세장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실수요자 급매물 잡아볼 만… 지방은 2년쯤 가격조정 기다려라"
“서울 등 수도권은 내집 마련 나설 만해”

지역별 전망차가 크다 보니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에 대해서도 지역마다 조언이 달랐다. 서울 주택시장은 아직 진입할 만하다고 보는 의견이 많았다. 설문참여자의 65%가 실수요자라면 소득 범위 내에서 무리한 자금조달이 아닌 한 집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요즘 서울은 매수자 우위 시장인 곳이 많아 자금 계획이 탄탄한 이들이라면 급매물 등을 잡을 만하다”며 “연내 금리가 올라갈 추세이므로 무리한 대출을 받아 사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2.5%는 대출을 끼더라도 집을 연내 매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답했다. 서울 실수요자가 가격 조정을 기다리는 것이 낫다는 의견은 22.5%였다.

반면 경기·인천 실수요자에 대해선 공공주택, 민간 전·월세 주택 등에 거주하며 가격 조정을 기다리라는 응답률이 42.5%로 높았다. 올 하반기에 대출로 자금을 끌어서라도 집을 사라는 의견은 5%에 그쳤다. 나머지 50%는 자금 여력이 있다면 집을 구입하라고 조언했다.

“지방 및 투자용 주택 매수는 대기”

지방 실수요자에겐 가격 조정을 기다리라는 조언이 80%에 달했다. 임채우 위원은 “세종시 등 일부를 제외하면 지방 주택은 매입 시기를 2년 후쯤으로 잡는 것을 추천한다”며 “최근 5년간 투자수요가 시장을 이끌어 가격이 오른 상태에서 거래가 줄어 급히 매입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무리한 자금조달이 아니라면 구입하라는 의견(17.5%)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는 “지방 시장도 공급 현황에 따라 진입할 만한 시장이 있다”며 “대구·광주·세종시 등 지역은 상대적으로 입주 물량이 적은 편이라 실수요자라면 집을 구입할 만하다”고 말했다.

지역을 막론하고 투자가 목적일 경우 전문가 대부분은 올 하반기엔 집을 매수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답했다. 72.5%가 당분간 가격 조정을 기다리길 추천했다. 자금 여력이 있으면 구입하라는 응답은 22.5%였다.

김민규 파인드아파트 대표(필명 구피생이)는 “투자 목적일 경우엔 자신의 경제상황을 꼼꼼히 따져보고 구매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최근 종합부동산세 개편 등의 움직임이 있으니 세무적 대응방안을 먼저 고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최대 변수는 금리인상

"서울 실수요자 급매물 잡아볼 만… 지방은 2년쯤 가격조정 기다려라"
올 하반기 부동산시장의 최대 변수로는 금리 인상이 꼽혔다. 금리가 올라가면 부동산 대출이자 부담이 그만큼 가중돼 부동산 수요가 위축될 수 있어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리가 상승하면 실수요자들에겐 이자 부담이 커지고, 투자자는 수익률이 떨어진다”며 “금리 민감도가 높은 재건축 단지나 수익형 부동산 상품 시장에 영향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보유세·종합부동산세 등 세제 개편, 시장 불확실성 증가로 인한 거래 경색도 시장 주요 변수로 봤다.

공급 추이에 주목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올 하반기는 서울 서초우성1차·서초무지개 등 재건축 단지 공급 분양이 예정돼 있다”며 “인기 지역이지만 그간 공급이 부족했던 터라 분양가 등이 일대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수현 대우건설 마케팅 팀장은 “공적임대·도시재생뉴딜 등으로 인한 공급량 증가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정책으로 ‘똘똘한 한 채’ 투자 트렌드가 더욱 확산될 것이란 응답도 높았다.

금리 인상 가능성과 정책 개편 움직임 등 부동산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부 설문에는 전문가 간에도 전망이 엇갈렸다. 재건축시장에 대한 전망이 대표적인 사례다. 설문 응답자의 35%가 재건축시장이 예년보다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32.5%는 수요 감소로 하락세에 들어갈 것이라는 정반대 의견을 내놨다. 거래절벽으로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는 응답도 30%에 달했다.

“일부 조정은 거치겠으나 지속적 하락 가능성은 낮다(권일 부동산인포 팀장)”는 의견도 있었다. 김혜현 알투코리아 이사는 “향후 단지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과 예상액 규모에 따라 시장 향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민경진/양길성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