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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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실공사를 한 건설사를 대상으로 선분양을 제한하는 강력한 카드를 이달 초 꺼내들었다. 제재 대상은 오는 9월 시행일 이전 2년치 부실시공 전력을 기준으로 선정키로 했다. 소급 적용이 기정사실화됨에 따라 주택 공급량이 많은 대형 건설사가 제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부실시공 2년 소급 적용 논란

27일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부실시공을 근절하기 위해 부실시공을 저지른 건설사의 지난 2년치 부실시공 기록을 참고해 그 정도에 따라 선분양을 제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부실시공사 선분양 제한"… 대형건설사도 불안
이에 앞서 국토부는 지난 5일 부실공사를 한 시행사와 시공사 모두를 대상으로 선분양을 제한하는 내용의 ‘주택법 시행규칙’과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종전에는 제재 대상에서 빠져 있던 시공사가 포함된 게 큰 변화다. 주택법이나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에 따른 영업정지를 받았거나 건설기술진흥법(건진법)상 누계평균벌점이 1.0점 이상인 업체는 영업정지 기간과 벌점 수준에 따라 2년 동안 선분양을 제한받는다. 오는 9월14일 이후 입주자모집 공고를 하는 주택이 대상이다.

논란을 빚고 있는 부분은 판단 시점이다. 건진법상 누계평균벌점은 2년 동안 받은 벌점을 누적해 평균을 내는 시스템으로, 지난 2년의 부실공사를 반영해 제재한다. 개정안 시행 2년 전에 벌어진 부실시공으로 현재의 주택사업을 제한하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법 시행 이후부터 받은 영업정지나 벌점에 의해 선분양을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만 법 시행 이전 과거 2년치를 소급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토목사업에서 발생한 부실 때문에 주택 분양을 제한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조치”라고 덧붙였다.

◆150개 내외 건설사 제한받을 듯

"부실시공사 선분양 제한"… 대형건설사도 불안
국토부의 소급 적용 방침은 확고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 소비자의 권익보호 차원에서 내린 조치”라며 “기존에 부실시공으로 문제를 일으킨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는 선분양을 제한해 소비자가 실물을 보고 구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최근 2년 동안 부실시공까지 소급해 선분양을 제한함으로써 부실시공을 근절하겠다는 설명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선분양을 제한받을 건설사는 150개 내외다. 시공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국토부가 현장조사를 통해 부실시공 여부를 판단하고, 그 의견에 따라 건설사 본사 소재지의 지방자치단체가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다. 건설산업종합정보망(KISCON)에 따르면 건진법상 누계평균벌점이 1.0점 이상인 업체는 부원건설, 신안건설 등 100여 개 내외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 건설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건산법에 따라 부실시공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건설사는 지난해 17곳이었으며 올 5월까지 7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처분 종료 후 2년을 경과하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2015년엔 22곳, 2016년엔 10곳이다.

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형 건설사도 선분양 제한의 칼날을 피해가기 어려워서다. 지난해 교량을 건설하면서 상판이 무너져 내린 사고를 비롯해 물류센터 옹벽이 무너진 사고 등 최근 건설현장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고, 지자체가 이에 대한 처분을 심의 중이다.

한 건설사 임원은 “주택 공급량이 많은 대형 건설사 대부분이 한두 건씩 걸려 있다”며 “영업정지 처분이 최종적으로 내려지면 사업을 포기하거나 시작 시점을 늦추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시공사를 선정한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도 해당 시공사가 선분양을 제한받으면 시공사를 재선정해야 해 혼란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