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이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수주를 앞두고 난관에 빠졌다. 조합의 입찰지침과 현대산업개발의 자료 제출 내역이 서로 맞지 않아서다. 조합은 다음주 중 주민설명회와 대의원회를 열고 시공자 선정 계획을 논의할 계획이다.

반포1단지 3주구는 재건축 시공자 일반경쟁입찰이 연이어 유찰되자 입찰 때마다 단독 입찰한 현대산업개발을 수의계약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4월30일 조합에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이 중 공사비와 특화설계가 문제가 됐다. 공사 범위와 공사비 내역 등이 명확지 않아서다.

반포1단지 3주구는 총 8087억원을 들여 아파트 단지와 정비기반시설 등을 새로 지을 예정이다. 현대산업개발의 입찰제안서 상에는 도로, 공원 등 정비기반시설 등의 공사 내역이 불명확하게 기재됐다. 공사 내역은 제출됐지만 현대산업개발의 공사 범위에 포함된다는 내용이 명시되지 않아서다. 이 공사비 내역이 포함되면 기존 예정 공사비는 초과할 공산이 크다. 조합 측은 이 입찰제안서로 시공자를 선정하면 추가 공사비가 발생해 조합원 부담으로 돌아가고, 국토부 규정상 입찰 지침 위반으로 시공자 계약이 무효가 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존 입찰 제안서를 총회에 그대로 상정할 경우 입찰 참여안내서 미준수에 따른 법적 분쟁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강남권 단지 수주전 단골 조건인 특화설계 무상 제공 내역을 놓고도 이견이 크다. 현대산업개발은 당초 반포천 특화 공사 비용 등 986억원을 무상 제공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입찰 참여 제안서에는 반포천 특화 비용 80억원만 써냈다. 반면 현대산업개발이 함께 제출한 산출 내역서엔 반포천 특화 비용 149억원을 포함한 특화 공사비 986억원이 기재됐다. 현대산업개발은 이에 대해 지난달 29일 조합 측에 문서 작성상 실수라고 서면으로 통지했으나, 조합은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특화 공사비 관련 실수 경위와 처리 방안을 현대산업개발 측에 요구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당초 담당자로부터 약속한 무상 특화 비용을 공사 범위에 포함해 수용하겠다는 비공식 답변을 받았으나 공문에는 ‘수용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라는 말만 모호하게 쓰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합은 원안·혁신안·특화안 등에 대한 입찰 제안 세부 내용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각 안마다 설계가 다른데, 일부에 대해 설계변경이 결정될 경우 공사비 추가 증액 여부와 추가 증액분을 내는 주체 등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반포1단지 3주구 조합은 오는 18일 조합원 설명회를 열어 관련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대산업개발에도 참석 공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에 따라 현대산업개발의 입찰이 무효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조합은 현대산업개발의 입찰제안서를 총회에 올리지 않는 것으로 결정할 경우 다른 건설사와 수의계약 절차를 다시 밟거나, 아예 시공자 선정계획서를 변경해 일반경쟁 입찰을 다시 거치는 등의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설명회에서 조합원 의견을 수렴한 뒤 20일 대의원회를 열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 바로 남쪽에 붙어 있는 역세권 단지다. 기존 단지는 전용면적 72㎡ 단일형 1490가구로 구성됐다. 조합은 재건축을 통해 지상 35층 17개 동 2091가구 규모 새 단지를 지을 예정이다. 조합이 제시한 예상 공사비는 약 8087억 원으로 3.3㎡(평)당 542만 원 수준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