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송동 대림산업 사옥. 대림산업 제공
서울 수송동 대림산업 사옥. 대림산업 제공
대림산업이 이란 정유회사에서 수주한 2조2000억원 규모의 공사계약이 해지된 것과 관련해 증권가에선 예견된 리스크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외교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착공 불확실성이 높아져왔고 이 같은 문제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4일 김세련 SK증권 연구위원은 “계약 해지가 대림산업의 귀책이 아닌 데다 공사가 진행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면서 “착공 가시성이 높지 않다는 점은 이미 주가에 선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하반기 해외 수주 모멘텀에서 소외된다는 점에서는 주가 상승 여력 역시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대림산업은 이란 이스파한정유사와 지난해 3월 체결한 공사 수주 계약을 해지했다고 지난 1일 공시했다. 해지 금액 2조2000억원으로 2015년 말 대림산업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의 23.48%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란 경제제재 해제 이후 글로벌 건설사가 이란에서 처음 수주한 사업이다. 하지만 지난달 31일까지 발주처와 국내외 금융회사 등 사이에 금융약정이 완료되지 않아 계약이 자동으로 무효화됐다.

이 공사는 금융조달이 완료되지 않거나 발주처와 대림산업 사이에 추가 연장 합의가 없을 경우 계약이 무효화되는 조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발주처와 대림산업은 3개월씩 두 차례 계약기간을 연장해왔지만 미국의 이란 핵협상 탈퇴로 금융조달이 어려워질 것을 인지하고 추가 계약연장을 하지 않았다.

계약 해지로 대림산업의 올 1분기 기준 수주잔고는 종전 24조9988억원에서 22조8260억원으로 감소하게 됐다. 플랜트 수주 잔고는 1조4000억원가량이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손익엔 영향이 없지만 플랜트 수주 부진기에 이란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가 기대되던 상황에서 해외 플랜트 사업전개에 대한 불확실성을 오히려 확대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짚었다. 그는 “대림산업의 실적은 주택부문이 이끌고 있지만 빠른 속도로 수주잔고가 감소하고 있다는 게 우려스럽다”면서 “플랜트 관련 실적 역시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플랜트 수주잔고 감소가 그동안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다는 점에서 주가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이 연구원은 내다봤다.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는 각각 매수와 10만5000원을 유지했다. 실적 추정치는 매출 2조5352억원, 영업이익 1598억원으로 전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8.4% 감소한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11.8% 상향된 수치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협상 탈퇴를 공식화 할 때부터 해당 프로젝트 취소 가능성은 불거져왔다”면서 “주가엔 이미 반영된 리스크”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에서 계약을 체결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계약 취소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면서도 “이달 말 결과를 기다리는 사우디 마덴 암모니아 3공장 등 예상치 못한 신규 수주의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