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의 눈] "전세가격 하락, 집값 하락으로 직행 안한다"
요즘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전세가격 하락이다. 지상파 방송 메인 뉴스와 신문에 매일 나올 정도로 세간의 관심이 높아졌다. 전세가격 하락이 곧 매매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점 때문이다.

전세가격이 하락하면 매매가격이 하락할까? 여기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심도 있는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매매가격 하락이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시작되는 것인지에 따라 전세가격에 의한 하락인지, 아니면 다른 변수에 의한 하락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주택시장에서 자신이 임차시장에 머물 것인지, 자가시장으로 진입할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재테크의 한 수단으로 주거용 부동산을 지속 활용할 것인지 명확한 결정도 내릴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의 전세가격 변동을 보면 등락을 반복했다. 주요 통계의 전세가격지수 전년 대비 변동률을 보면 2011년이 가장 높은 상승을 보였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전년과 비교해 올랐는지 내렸는지를 나타내기 때문에 해석의 오류를 불러오는 것이다.

전세가격지수만을 놓고 지난 10년 동안의 등락을 평면적으로 보면 꾸준한 우상향을 그렸다. 그런데 2015년부터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2015년부터 현재까지의 매매가격지수 변동 그래프를 보면 높은 상승을 나타냈다. 전세가격지수가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인 데다 매매가격지수는 급격한 기울기를 나타낸 것이다. 서울은 2015년부터 올해 초까지 3년 동안 매매가격이 급등하면서 그 기울기 또한 급격하다. 전세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에 매매가격이 상승한 게 아니라 다른 여러 요인으로 인한 상승이 이뤄졌다는 이야기다. 부동산은 한 가지 요소만 가지고 움직이는 시장이 아니라는 것을 통계자료를 통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2008년 서울 잠실에선 역전세난이 극심했다. 2만여 가구의 입주가 몰리면서 전용면적 84㎡ 아파트 전셋값이 입주 당시 2억5000만원까지 하락했다. 강북 주민들 사이에선 ‘강남 살아보기’가 유행할 정도였다. 현재는 전셋값이 8억~9억원 정도다. 2016년 성동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났다. 서울 전체 전세가격은 오르는데 성동구는 하락하는 상황을 보였다. 옥수동과 왕십리 입주가 몰리면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지금은 어떨까. 입주 마무리와 함께 높은 전세가 상승을 보였다.

부동산학에서는 부동산을 종합응용과학으로 표현한다. 부동산 가격은 하나의 요소만 가지고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 입주물량, 금리, 경기변동, 개발호재, 그리고 국외 변수는 물론이거니와 심리적인 요소까지 적용돼 결정된다. 부동산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 흐른 뒤에 어느 위치에 있을 것이냐다. 지난 30년을 되돌아보고, 짧게는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더라도 현재의 가격 위치는 항상 지난날보다 높은 곳에 있다. 간단하게 생각해 보자. 현재의 1억원이 10년 뒤에도 1억원의 가치를 할 수 있을까.

통계는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서 통계자료가 나온 것인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똑같은 것을 보더라도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지, 눈으로 보이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중심 내용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만 그것을 토대로 조금 더 정확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보이는 것만 믿는다면 현재에 머무른다. 내용을 분석한다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판단해야 지금의 혼란스러운 부동산시장을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