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직원들이 거실에 설치된 스마트미러로 에너지 사용량을 확인하고 있다.
삼성물산 직원들이 거실에 설치된 스마트미러로 에너지 사용량을 확인하고 있다.
'하이 구글', '지니', '빅스비' 등을 부를 필요없다. 집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불이 켜지고 온도가 조절된다. 한 때 주택부문 철수설까지 나돌았던 삼성물산의 주택부문 브랜드 '래미안'의 새로운 미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대표 이영호)은 28일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통합해 한층 진화된 개념의 주거공간을 제시한 '래미안 IoT 홈랩(HomeLab)’을 공개했다. 그동안 제시된 미래형 아파트는 새로운 설계나 구조, 화려한 내부 인테리어가 중심이었다. 이제는 업그레이드된 기술을 도입해 '고객맞춤형'의 생활공간으로 태어나게 됐다.

삼성물산은 2000년 래미안 브랜드 론칭하면서 아파트의 브랜드 시대를 열었다. 이후 미래지향적이고, 아름답고, 안전한 주거공간을 꾸준히 선보였다. 2002년 래미안갤러리(옛 삼성주택문화관)와 2005년 래미안 U-스타일관이 대표적이다. 2018년 선보이는 '래미안 IoT 홈랩'으로 삼성물산은 이른바 '래미안 시즌3'를 시작하게 됐다. 이번 시즌은 '고객 맞춤형'이다.

삼성물산은 서울 문정동 래미안갤러리에 설치한 '래미안 IoT 홈랩'을 다음달 1일부터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입주민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것은 물론, 음성명령이나 동작을 통해 사는 사람에게 맞춰진 생활환경을 제공하는 집이다. 입주민도 가족 구성원에 따라 환경이 달라진다.

방문객은 현관을 비롯해 주방, 거실, 안방, 운동방, 공부방, 영화관 등 7개 주거공간에서 13개 업체의 19종의 다양한 IoT상품을 체험할 수 있다. 협력업체는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스피커 하만, 안마의자인 바디프렌드, 커텐업체인 솜피 등이 참여했다. 갤럭시 기어를 차고 있으면 집이 알아서 운동이나 휴식, 취침 등과 같은 개인생활을 인식한다. 인식하는 매개체(허브)는 입주민의 선택에 따라 AI(인공지능) 스피커나 삼성전자의 패밀리허브 냉장고 등으로도 가능하다.

주택사업을 총괄하는 백종탁 전무는 "래미안 IoT홈랩은 단순한 콘셉트를 제안나는 공간에서 벗어나, 실제로 사용화할 수 있는 기술들을 선보이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고객 선호도가 높은 상품들은 연내 상용화해 내년 분양 단지부터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굵직한 수주전에 참여하지 않고, 내부적인 구조조정을 거쳤다. 때문에 관련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의 주택사업 철수설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이번에 새로운 개념의 아파트를 내놓으면서 이러한 업계의 인식을 뒤집음과 동시에 사업을 본격화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미진했던 주택사업 수주전에서도 한 층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게 회사측의 얘기다.
'래미안IoT홈랩'에 참여하는 13개 기업들
'래미안IoT홈랩'에 참여하는 13개 기업들
올해 분양을 앞둔 서초우성 래미안과 목동 래미안 아델리체는 조합원들에 선택에 의해 '래미안 IoT 홈랩' 적용여부가 결정된다. 내년에 분양 예정인 9개 단지에 대해서는 본격적으로 IoT시스템을 탑재할 계획이다. 조합원이나 시행사에게 '래미안 IoT 홈랩'을 시연하고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물론, IoT 업체들의 참여도 유치할 예정이다.

백 전무는 "삼성물산은 단순히 IoT 기술 전시에서 그치지 않고 기술 업그레이드와 협력강화, 고객 조사 등을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개별 상품들은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연결된다. 입주민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주부나 학생 등 각 공간의 주 사용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조명이나 온도, 공기질 제어는 물론 각종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김명석 상품디자인그룹 상무는 "통신사나 포털업체에서 내놓은 홈IoT설비와는 차별점이 있다"며 "집과 관련된 고객의 니즈는 주택업체인 우리(삼성물산)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고, 이 점에서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