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최초로 신탁 방식 재개발을 추진 중인 동작구 흑석11재정비구역 재개발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 구역은 오는 29일 조합원 정기총회를 열고 올해 운영비와 사업비 등을 의결할 예정이다. 지난 27일 시공사를 선정한 흑석9구역 등 흑석뉴타운 일대 사업 진전이 뚜렷해지면서 올 초보다 시세가 상당히 올랐다.

흑석11구역은 동작구 흑석동 304 일대 8만9772㎡이다. 제1종일반주거지역 1만9894㎡, 제2종일반주거지역 6만7330㎡ 등으로 이뤄졌다. 조합은 일대 기존 다세대 주택 등 건물 342동을 헐고 1457가구 규모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다. 최고 높이 지상 20층, 용적률 상한 219.4%를 적용받는다. 일부 부지에 들어서는 주동은 높이 지상 7층 이하로 짓는다. 경로당, 어린이집, 작은도서관, 주민운동시설, 근린생활시설 등도 조성한다.

조합의 계획에 따르면 새 단지는 전용 50~85㎡가 전체 가구의 약 80%를 차지한다. 새 단지가 중소형 주택 위주로 구성되다 보니 향후 조합의 결정에 따라 대지지분이 높은 일부 조합원은 1+1 분양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토지를 공유지분으로 점유하고 건물을 다세대주택처럼 각각 갖는 ‘협동주택’이 많아 1+1 분양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대지지분이 큰 매물은 희소한 편이다.

흑석11구역은 흑석뉴타운에서 가장 동쪽에 있다. 한강이 가까운 편이고 일대 지형이 높아 새 단지 일부 가구는 한강 조망이 가능할 전망이다. 구역 남쪽에는 서달산이 있고 현충근린공원이 가깝다. 서울지하철9호선 흑석역과는 도보 15분 내외 거리에 있다. 노들길도 가까워 차량 교통이 편리하다.

이 일대는 대지지분 약 90㎡ 건물이 9억3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3.3㎡당 3406만원 선이다. 대지지분 약 84㎡ 건물은 7억5000만원선에 거래됐다. 지난달에는 대지지분 63㎡ 매물이 3.3㎡당 3200만원 수준인 6억2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이 구역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작년 이맘때는 3.3㎡당 2200만~2400만원에 거래됐고, 올 초 시세는 3.3㎡당 2800만~2900만원선이었는데 요즘 가격이 더 뛰었다”며 “재개발 사업에 대해 별다른 논란거리가 없는 사업지인데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 등 재건축 투자에 제약이 많아지면서 재개발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물마다 임차인 유무와 보증금 규모, 1+1 분양 가능성 등에 따라 평당 가격 격차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유의해서 거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구역은 작년 신탁방식으로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한국토지신탁을 사업대행자로 선정했다. 신탁 방식 재개발을 할 경우 조합 대신 신탁사가 사업을 주도한다. 사업비 조달과 시공·임대·분양까지 책임진다. 추진위·조합 설립 절차를 건너뛸 수 있어 사업 기간이 줄어든다. 투명한 운영과 공사비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신탁 재개발 사업은 여느 구역과 다른 점이 있다. 구역내 상당수 동이 조합과 신탁사에 신탁 등기돼 있다. 신탁 재개발 사업대행자 지정 요건상 구역 면적의 3분의 1 이상이 신탁 등기가 되어있어야 해서다. 이런 매물을 거래할 경우엔 매수자가 신탁 등기를 승계해야 한다. 매도자가 신탁을 말소하고 매수자가 재신탁 등기를 해야 하므로 관련 비용 30만원 안팎을 매도자와 매수자가 각각 부담하게 된다. 흑석11구역 조합 관계자는 “이번 총회에서 신탁 등기를 한 조합원에게 일정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안건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