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주택과 상점들이 밀집해 있던 서울 종로구 신문로가 일대가 오피스촌으로 바뀌고 있다. 음식점과 영화관이 있던 가든플레이스를 ‘투바앤’ 사옥으로 바꾸고 있는 공사현장.  /허란 기자
고급주택과 상점들이 밀집해 있던 서울 종로구 신문로가 일대가 오피스촌으로 바뀌고 있다. 음식점과 영화관이 있던 가든플레이스를 ‘투바앤’ 사옥으로 바꾸고 있는 공사현장. /허란 기자
‘새로운 문’이라는 뜻의 서울 종로구 신문로(新門路). ‘새문안로’라고도 불리는 이곳의 지명은 최초의 서대문(돈의문)을 대신해 현재의 강북삼성의료원과 경향신문사 사이에 새로 문을 냈다는 데서 유래됐다. 대지면적 330~991㎡(100~300평) 규모의 고급 주택가가 형성됐던 신문로 안쪽 골목의 경희궁로(옛 신문로2가)가 신흥 오피스촌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들이 주택가를 허물고 잇따라 사옥을 건설하고 있다.

◆대지면적 3.3㎡당 4200만원 선

신문로2가 1의 145의 오래된 한정식집 ‘미당’이 지난 2일 이사했다.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사업을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경기 양평군 양수리에서 다른 식당을 차릴 예정이다. 대지면적 380㎡(115평)의 식당 자리는 출판사 생명의말씀사가 사들였다. 거래가격은 3.3㎡당 4200만원가량이다. 생명의말씀사는 신축 건물을 지어 사옥을 이전할 예정이다.
"경희궁길이 명당"… 기업들 잇따라 둥지 틀어
서울 여의도에 있는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은 연내 이 동네로 이사 온다. 신문로2가 1의 160 대지면적 1270㎡(384평)에 지상 7층짜리 신축 사옥을 짓고 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거래가격은 대지면적 3.3㎡당 4200만원, 총 매매가는 161억3700만원에 달한다.

서울역사박물관 바로 옆에 있는 가든플레이스 자리엔 애니메이션 제작사 투바앤이 연내 신사옥 이전을 위해 리모델링 증축공사를 하고 있다. 투바앤은 대지면적 1791㎡(542평)의 이 자리를 건물비 포함, 270억원에 사들였다. 땅값(240억원)만 3.3㎡당 4428만원에 사들인 셈이다.

신축 건물이 들어선 신문로2가 1의 140 주택 자리엔 지난해 4월 한살림 서울본부가 들어왔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신문로2가에 있는 330㎡(100평)의 주택가와 660㎡(200평) 규모의 식당 자리도 새로운 매수자를 찾고 있다.

◆“빌딩숲이 싫어서 왔어요”

중견·중소기업들이 신문로2가로 사옥 이전을 결정한 데는 도심 내 섬처럼 고요한 고급 주택가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한몫하고 있다. 복잡한 도심이나 빌딩 숲에 비해 업무 환경이 쾌적해 능률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이 도보권이어서 교통이 편리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신문로2가 1의 123 단독주택 자리엔 올 1월 홍보대행사 굿미디어가 사옥을 이전했다. 윤연희 굿미디어 대표는 “여의도 빌딩에 임차해 있다가 이곳으로 오니 너무 아늑하다”며 “창가에선 새소리가 들린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1954년 지어진 2층짜리 주황색 벽돌 건물의 외관을 그대로 유치한 채 내부만 리모델링했다. 화단이 잘 꾸며져 있어 게스트하우스처럼 보인다. 거래가격은 대지면적 3.3㎡당 3992만원, 총 31억9000만원이다.

탈(脫) 여의도를 선언한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의 신진호 주식부문 대표도 “자산 운용에만 집중하기 위해 이곳에 단독 사옥을 짓기로 했다”며 “명동, 을지로 등 도심과 가까워 고객과 만나기도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강남구 논현동의 임대건물을 쓰고 있는 투바앤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광화문 일대로 신사옥 이전을 결정했다. 투바앤 관계자는 “글로벌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거듭나기 위해 사옥을 홍보에 활용할 방침”이라며 “신사옥 내 라바 등 자체 제작 애니메이션 상영관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