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낙찰 받은 땅에 묘지 '분묘기지권'… 지료 연체되면 소멸 청구 가능
자영업을 하는 W씨(43). 그는 전원주택 부지를 사기 위해 부지런히 경매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러던 중 전원주택을 짓기에 적당한 땅(밭 730㎡)을 발견했다. 마을에서 다소 떨어져 있기는 했지만 풍광이 아름다웠다. 등기부를 확인해 보니 모든 권리는 경매로 소멸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3차까지 유찰된 상태였다. 등기부에 공시되지 않는 유치권이나 법정지상권도 없었다. 땅은 도로에 직사각형으로 붙어 있어 모양도 좋았다. 땅에 대한 특별한 규제도 없었다. 경매로 매수할 생각을 굳히고 마지막으로 현장을 방문했다. 예상한 대로 땅은 좋아 보였다. 그런데 소유자 부친의 분묘가 있었다. 이렇게 분묘가 있는 땅을 낙찰받아도 개장(다른 곳으로 옮겨 다시 장사를 지내는 것)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궁금해졌다.

그렇다. 지방에 소재한 땅을 매수할 경우 분묘와 맞닥뜨릴 수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토지 소유자라고 해서 타인의 분묘를 임의대로 개장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타인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도 일정한 조건에 맞으면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이 성립하기 때문이다(대법원 4294민상1451 참조). 분묘기지권은 ①분묘를 설치하고 20년 동안 평온·공연하게 점유한 경우(대법원 2013다17292 참조), ②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분묘를 설치한 경우(대법원 2005다44114 참조), ③토지 소유자가 설치한 자가 분묘에 관해서는 별도의 특약 없이 토지만을 타인에게 처분한 경우에 성립한다(대법원 2015다206850 참조). 한편 분묘기지권의 존속기간은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 있으면 그 약정에 따른다. 약정이 없는 경우 분묘 관리자가 수호와 봉사를 계속한다면 분묘기지권은 존속한다(대법원 81다1220 참조).

이렇게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면 타인의 분묘를 함부로 개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일(2001.1.13) 이후부터는 시효 취득으로 인한 분묘기지권은 인정해주지 않는다.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그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경우 관할 시장 등의 허가를 받아 분묘를 개장할 수 있다. 이때 개장하려면 미리 3개월 이상의 기간을 정해 그 뜻을 해당 분묘의 설치자 또는 연고자에게 알려야 한다. 다만 분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그 뜻을 공고해야 한다. 공고기간 종료 후에도 분묘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화장한 후에 유골을 일정 기간 봉안 처리해야 한다. 이때 이 사실을 관할 시장 등에게 신고해야 한다(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7조 참조).

토지 소유자가 분묘를 설치한 뒤 그 소유권이 경매 등으로 타인에게 이전되는 경우에도 분묘기지권은 성립한다. 즉 매수자가 분묘를 마음대로 개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판결에 따라 분묘기지권에 관한 지료의 액수가 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판결확정 전후에 걸쳐 2년 분 이상의 지료가 연체된 경우 분묘기지권자에 대해 분묘기지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5다206850 참조).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