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서역 푸르지오가 들어설 부지(사진 김하나 기자)
화서역 푸르지오가 들어설 부지(사진 김하나 기자)
[ 수원= 김하나 기자 ] "좋긴 좋은데 너무 비싸네." 평가는 갈렸지만 결과는 대박이었다. 걷기에는 다소 먼 역세권, 3.3㎡당 1700만원에 육박하는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대우건설이 분양한 '화서역 파크 푸르지오'가 1순위 청약을 마감했다.

18일 금융결제권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대유평지구 2-2블록에 공급한 ‘화서역 파크 푸르지오’는 1순위 청약에서 1663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9384명이 몰렸다. 평균 11.66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1순위 마감했다.

총 13개 주택형 중에서 최고 경쟁률은 전용면적 59㎡A였다. 202가구 모집에 5201명이 몰리면서 25.75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전용 84㎡A형은 403가구 모집에 8715건이 접수돼 평균 21.63대 1, 74㎡A형은 147가구 모집에 1789건이 접수돼 평균 12.17대 1의 경쟁률을 각각 기록했다. 16가구 모집에 182건이 접수된 전용 74㎡B형은 평균 경쟁률이 11.38대 1이었다.

화서역 파크 푸르지오는 분양이 시작되기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높았던 지역인데다 랜드마크 단지로서의 기대감이 컸던 탓이다.

단지가 들어서는 대유평지구는 KT&G가 연초제조창으로 사용하던 부지였다. 기존의 조합원이나 지주가 따로 있는 땅이 아니었다. 이번에 분양된 단지를 비롯해 업무상업복합용지와 도시공원이 들어설 계획도 있다. 서수원 쪽은 고도제한이 있다보니 높은 아파트들이 드물었다. 그러나 이 단지는 최고 46층에 2355가구 규모로 지어진다는 점이 수요자들을 자극했다. 4레인 규모의 실내수영장과 사우나, 골프클럽, 북카페, 키즈카페와 8m 이상의 층고를 갖춘 체육시설, 게스트하우스 등도 기대를 모았다.

주변에서 시세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아파트는 '천천푸르지오'다. 2009년에 입주한 이 단지는 10년 가까이 됐음에도 전철 1호선 화서역과 가까운 대단지로 시세를 이끌고 있다. 최근 실거래된 가격은 전용 84㎡ 기준으로 4억2000만원이었다. 거리는 있지만 2013년에 입주해 새 아파트인 '수원SK스카이뷰'의 실거래가는 4억9000만원에 달했다.
관람객들로 붐비는 화서역 푸르지오 모델하우스
관람객들로 붐비는 화서역 푸르지오 모델하우스
분양가 뚜껑이 열린 후, 실수요자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전용 59㎡A형의 기준층 분양가는 4억3030만원, 84㎡A형은 5억5020만원이었다. 타입 전체를 평균으로 따지면 3.3㎡당 1400만원대 후반대지만, 소형의 경우 1700만원에 달했으니 말이다. 화서역 푸르지오는 택지지구나 신도시가 아니고 민간택지지구다. 그렇다 보니 분양가 상한제에 해당이 안된다. 분양가가 비싸게 느껴지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경기도 수원은 조정지역, 투기과열지역, 투기지역 등에서 모두 제외된 지역이다. 중도금 대출요건도 다르다. 서울과 경기 일부지역은 청약 과열지구로 묶여 LTV(주택담보대출)와 DTI(총부채상황비율) 요건이 강화됐지만, 수원은 주택담보대출이 없다면 LTV는 70%까지, DTI는 60%까지 가능하다. 청약 1순위 요건도 통장가입1년 이상에 예치금액만 있으면 된다. 전매제한도 6개월 뿐이다.

다시말해 이 아파트는 '로또 아파트'가 아니다. 그동안 많이 봐왔던 주변 시세보다 다소 비싼 '새 아파트'다. 대신 분양권도 팔 수 있고 대출도 충분히 가능하다. 시세와의 차이로 '로또 아파트'가 비일비재했던 서울 아파트와는 다른 모습이다. 그야말로 규제의 역설이 빚어낸 풍경인 셈이다.

그럼에도 화서역 푸르지오의 모델하우스에는 지난 11일 개관한 이래 4만여명이 몰렸다. 유닛트 내부는 화려함의 극치였다. 이탈리아, 독일, 미국 등 온갖 수입산 가구들과 고급자재들이 시공됐다. 각종 편의시설과 편리한 기능들이 관람객들을 사로잡았다. 결과적으로 2만명 가까운 청약자들이 몰렸으니, 관람객들이 가족들과 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청약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 대우건설 관계자도 "주택전시관 내방객 대부분이 상담을 받고 돌아갔을 정도로 내 집 마련에 대한 의지가 높았다"며 "단기간 높은 계약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단지의 당첨자 발표일은 오는 25일이며, 당첨자 서류제출기간은 27일일부터 30일까지다. 지정계약일은 다음달 5일부터 8일까지이다. 입주는 2021년 8월 예정이다.

'로또'가 아니어도 청약이 몰린 화서역 푸르지오. 현명한 실수요자들인지 상승을 고려한 투자자들이 청약했는지는 6개월 후에 확인될 듯 하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