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상가임대시장에서 렌트프리(무상임대)가 성행하고 있다. 렌트프리는 일정기간 임대료를 받지 않고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9월 입주한 서울 영등포구 ‘아크로타워스퀘어’ 단지 내 상가 시행사인 S사는 미분양된 상가 임대 계약 시 1년간 임대료를 면제해준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입주 초기 상가 분양 실적이 저조하자 임차인을 채운 상태에서 분양하기 위해서다.

1년치 상가 임대료가 무료?… '공짜'는 없다
이 단지 내 P공인 관계자는 “지난 3월께 렌트프리 광고가 나가자 시행사가 갖고 있던 1층 상가 20~30개가 순식간에 계약됐다”며 “기존에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들도 임차인을 들이기 위해 6개월 정도 임대료를 안 받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곡지구에서도 임차인을 찾지 못한 임대인들이 수개월치 임대료를 포기하고 있다. 강서구 마곡동 A공인 관계자는 “상가를 오랫동안 공실로 뒀던 발산역 인근 상가 소유주가 3~4개월가량 임대료를 안 받겠다고 나섰다”며 “요즘 한두 달 정도 임대료를 받지 않는 건 예삿일”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 들어 렌트프리 조건을 내건 상가가 늘어난 이유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꼽았다. 법 개정으로 대부분 상가는 임대차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인상률을 5% 이상 올리지 못하게 됐다.

첫 임대차계약을 헐값에 맺으면 원하는 임대료를 받을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일정기간 렌트프리를 하더라도 첫 임대료를 높이는 게 이익이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 번 낮은 임대료를 형성하면 수익률이 낮아질 뿐 아니라 매매가격도 떨어진다”며 “원하는 임대료를 고수하면서 단기적으로 공실을 털어내기 위해 렌트프리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차인은 렌트프리로 입주 초기에 수백~수천만원의 이득을 보더라도 계약 조건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렌트프리 기간이 끝날 때까지 사업이 안정화되지 못하거나 주변 상권 형성이 미진하면 ‘임대료 폭탄’을 맞을 수 있어서다. 이럴 경우 권리금은커녕 인테리어 비용도 고스란히 날릴 가능성이 높다.

렌트프리 임차인이 들어 있는 상가를 분양받는 투자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한 상가 전문가는 “렌트프리 기간을 감안하지 않은 명목상 임대료를 믿고 잘못 매입하는 투자자가 많다”며 “나중에 임차인이 나가버리면 장기 공실에 시달릴 가능성이 큰 만큼 유효 수요, 주 동선 등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