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역대 최고 분양가'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이 거부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인아파트 부지에 들어서는 고급 주택 '나인원 한남'의 분양보증 재신청이 석 달 가까이 미뤄지고 있다.

나인원 한남의 시행사인 디에스한남이 HUG와 분양가를 놓고 논의 중이지만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나인원 한남의 분양보증 재신청은 다음 달로 넘어가게 됐다.

디에스한남 측은 "아직 HUG와 분양가에 대해 협의하고 있는 단계로, 분양보증 재신청 시점을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디에스한남은 작년 9월부터 3개월간 HUG와 실무협의를 거쳐 작년 12월 초 3.3㎡당 평균 분양가를 6천360만원가량(펜트하우스 포함, 제외 시 3.3㎡당 5천700만원)으로 책정해 분양보증 신청을 했다.

이후 HUG는 나인원 한남의 분양가를 놓고 2개월 가까이 디에스한남과 논의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지난 1월 말 분양승인 거절 통보를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을 불승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당시 이같은 결정은 정부가 강남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각종 규제를 쏟아내는 상황에서 높은 분양가가 자칫 시세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는 우려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분양보증 논의 초반부터 HUG는 나인원 한남에 "기존 최고 분양가인 서울 성수동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의 3.3㎡당 4천750만원을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여전히 이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고급 주택' 콘셉트를 표방한 나인원 한남은 주택 규모와 설계, 토지 매입 비용,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조달한 공사비 등 제반 여건을 감안할 때 최소 5천만원대 분양가를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어서 지난 석 달간 논의가 '평행선'을 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HUG가 나인원한남의 첫 분양가보다 30% 가까이 낮추라고 요구한 셈이어서 시행사의 고민이 클 것"이라며 "또다시 분양보증을 거절당하면 사업이 기약 없이 연기되는 등 타격을 받을 것이어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디에스한남은 HUG의 요구 사항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설계 변경을 통해 펜트하우스 가구 수를 줄이고, 당초 주력 면적인 전용 206㎡와 244㎡보다 더 작은 주택형(60평대)을 신설해 평균 분양가를 5천만 원 초반대로 낮췄다.

하지만 HUG는 평균 분양가를 4천만원대 후반으로 낮춰야 분양보증 승인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여 논의에 진전이 없었다.

현재 나인원 한남은 분양보증 논의가 수개월째 지연되고 있음에도, 공사 일정은 당초 계획과 동일하게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나인원한남이 HUG로부터 사실상 분양가 통제를 받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이 단지가 '로또 아파트'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퍼져, 사전홍보관에는 최근 들어 방문객 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강남에서 분양된 단지들은 HUG의 분양가 통제로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 차익이 남는다는 기대감이 수요자들 사이에 형성돼 '로또 아파트' 청약 열풍이 일었는데, 나인원 한남도 비슷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인원한남이 분양가 책정 때 비교 대상으로 삼은 길 건너편 한남동 '한남 더힐'의 3.3㎡당 시세는 6천만원대 초반이어서, 나인원한남의 3.3㎡당 분양가가 내려갈수록 청약 당첨자들이 얻는 시세 차익은 더 커진다.

디에스한남은 지난 6개월간 1개 주택형의 본보기집을 마련한 사전홍보관을 운영해 왔으며 한 주간 재정비를 거쳐 홍보관을 재오픈할 예정이다.
'나인원한남' 분양보증 재신청 감감무소식… 분양가 이견 못좁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