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코타운' 단종에 '힐스테이트' 변경
브랜드 사용료 등 조건 충족해야 가능
위례신도시 '위례엠코타운플로리체' 단지의 지난해 7월 모습(왼쪽)과 올해 1월 모습. 네이버 거리뷰·다음 로드뷰 캡처

위례신도시 '위례엠코타운플로리체' 단지의 지난해 7월 모습(왼쪽)과 올해 1월 모습. 네이버 거리뷰·다음 로드뷰 캡처

“여기 위례 엠코타운 플로리체라는 아파트가 있지 않나요? 주소지는 맞는데 단지 정문엔 전혀 다른 이름이 붙어있네요.”

2015년 입주를 시작한 경기 위례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근처에선 종종 방문객들이 길을 묻는다. 부동산등기부등본과 건축물관리대장 등 공식 주소상의 단지명은 ‘위례 엠코타운 플로리체’이지만 단지 어느 곳에서도 이 이름을 찾아볼 수 없어서다. 대신 단지 출입구과 건물 외벽에 각각 ‘힐스테이트 위례 중앙’이라는 브랜드가 달려있다.

이 단지는 주민들이 임의로 단지명을 바꿔 브랜드 주인인 건설사와 법적 갈등을 겪고 있다. 2013년 ‘위례 엠코타운 플로리체’라는 이름으로 분양됐고 2015년 11월 첫 입주가 시작됐을 때도 같은 이름을 썼다. 그러다 작년 9월 입주자들이 자체적으로 돈을 걷어 건물 외벽 로고를 바꿔 칠했다. 단지 출입구 표식도 새로 달았다. 단지 바깥 조경공간에 힐스테이트 표지를 설치하기도 했다. ‘힐스테이트’ 브랜드 소유권자인 현대건설은 그달 말 이 단지에 대해 브랜드명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엠코타운’ 단종에 ‘힐스테이트’ 변경 요구

갈등은 시공사인 현대엠코(현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존 브랜드가 단종되면서 시작됐다. 현대엠코는 ‘엠코타운’이란 브랜드 아파트 사업을 했다. 2014년 4월 현대엔지니어링에 합병하면서 브랜드 사용을 중지했다. 같은해 7월엔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과 함께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사용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엠코타운’으로 신규분양될 예정이었던 단지들은 줄줄이 ‘힐스테이트’로 이름을 바꿨다. 2014년 10월 울산시 북구 강동산하지구에 공급된 ‘울산 블루마시티 엠코타운’은 분양을 앞두고 ‘울산 힐스테이트 강동’으로 개명했다. 경기 안양시 만안구의 ‘안양 석수 엠코타운’도 분양 약 일주일 전 단지명을 ‘힐스테이트 석수’로 대체했다. 이후 현대엔지니어링이 분양한 서울 서초구 ‘힐스테이트 서리풀’, 광주시 남구 ‘힐스테이트 백운’, 용인시 기흥구 ‘힐스테이트 서천’ 등도 모두 같은 브랜드로 분양 시장에 나왔다.

문제는 기존에 ‘엠코타운’으로 분양돼 입주를 앞둔 아파트였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존 분양 단지는 브랜드를 유지하되, 일정 기준을 만족한 단지에는 브랜드 교체를 허용했다. 단지 규모 300가구 이상, 공사 도급액 500억원 이상인 단지를 최소 기준으로 잡았다. 수주, 설계, 마감, 시공, 분양, 고객관리, 브랜드 등 7개 항목에 대한 기준도 마련해 이를 충족하는 경우에만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쓰게 했다.

브랜드 변경 이전에 엠코타운 아파트를 분양받은 이들 중 일부는 브랜드 교체를 요구했다. 단종된 브랜드를 고수하는 것 보다는 잘 알려진 ‘힐스테이트’를 쓰는 것이 향후 단지 가치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위례엠코타운플로리체'의 옛 문주. 네이버 거리뷰·다음 로드뷰 캡처

'위례엠코타운플로리체'의 옛 문주. 네이버 거리뷰·다음 로드뷰 캡처

◆브랜드 사용료 등 조건 충족해야

아파트 브랜드 변경은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서울행정법원 판례(2006구합39086)를 보면 브랜드 변경 조건은 크게 네 가지다. △단지 소유자 4분의3 이상이 변경에 동의 △새 브랜드명에 부합하는 실체·유형적 변경이 있을 것 △인근 아파트와 명칭 혼동이 되는 등 타인의 권익 침해가 없을 것 △브랜드 소유권자의 동의를 받을 것 등이다.

위례신도시에선 ‘위례 엠코타운 플로리체’와 ‘위례 엠코타운 센트로엘’이 엠코타운 이름으로 분양됐다. 두 단지 입주자대표회의는 입주 전부터 각각 브랜드 변경 관련 공청회 등을 열고 주민 의견을 취합했다. 2016년 입주한 ‘위례 엠코타운 센트로엘’은 브랜드 변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반면 2015년 입주한 ‘위례 엠코타운 플로리체’는 브랜드 교체를 결정했다. 입주민 찬반투표에서 입주민의 86%가 브랜드 변경에 찬성했다. 다만 건설사와의 협의가 성사되지 않았다.

입주민들이 브랜드 사용료를 내는 데 동의하지 않았던 것이 큰 요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브랜드에 대해 매년 사용료를 내고 있다. 올해는 59억2400만원을 현대건설에 지급한다. 지난해 47억9000만원보다 23.7% 증가한 액수다. 기존 단지가 브랜드를 바꿔달 경우에도 각 가구가 새 브랜드 사용료를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입주민들은 “브랜드가 단종되면 시장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데, 분양 당시 브랜드 단종과 관련된 사전 고지를 받지 못했다”며 “현대엠코에 브랜드 사용료가 포함된 분양금을 이미 납부했기 때문에 추가로 돈을 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주변 단지에서 반대 움직임이 나오기도 했다. ‘위례 엠코타운 플로리체’ 인근에는 이미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쓰는 단지가 두 곳 있다. ‘힐스테이트 송파위례’와 ‘힐스테이트 위례’다. 이 두 단지 주민들은 주소 혼동 등을 우려해 브랜드 개명에 부정적인 반응이다. 일부는 주민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인근 단지 권익 침해 여부, 시공 마감재 등에 대한 기준 등을 확실히 충족하지 않은 단지라 브랜드명 변경이 성사되지 않았다”며 “현대건설의 브랜드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어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례엠코타운플로리체'의 현재 문주. 네이버 거리뷰·다음 로드뷰 캡처

'위례엠코타운플로리체'의 현재 문주. 네이버 거리뷰·다음 로드뷰 캡처

◆인근 주민 갈등도

브랜드 변경 기준 일부를 충족하지 못해 단지명을 바꾸지 못한 아파트는 또 있다. 현대엠코가 세종시 종촌동에 지은 ‘세종 엠코타운’이 그런 예다. 2014년 8월 입주한 이 단지는 브랜드를 힐스테이트로 바꾸려 했다가 실패했다. 같은 해 인근 도담동에 입주한 힐스테이트 단지 주민들이 반발해서다.

서울 강남구 강남보금자리 일대에선 삼성물산의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 단지명을 놓고 단지간 갈등이 벌어진 적이 있다. 자곡동의 ‘래미안포레’ 아파트는 2014년 당시 단지명을 ‘자곡포레’에서 ‘래미안강남포레’로 변경을 추진했다. 인지도가 높은 래미안 브랜드를 쓰기 위해서였다. 단지를 분양한 SH공사와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각각 브랜드 변경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인근 민간 단지인 ‘래미안 강남힐즈’ 주민들이 반대 민원을 제기하고 나섰다. 래미안 강남힐즈 입주민들은 구청에 집단 항의 민원을 넣으며 “분양 당시 래미안 강남힐즈가 강남보금자리의 유일한 민간 브랜드 아파트가 될 것이라고 들었다”며 “소유주들이 각각 약 2억원 가량의 재산 피해를 입게 생겼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곡포레 아파트는 결국 당초 계획안을 일부 변경해 단지명을 래미안포레로 바꿨다.

반면 필요한 절차를 밟아 정식으로 브랜드 변경을 진행 중인 단지도 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상도 엠코타운 센트럴파크’는 엠코타운에서 힐스테이트로 브랜드 변경을 추진 중이다. 주민 투표에선 82%가 브랜드 변경에 찬성했다. 현대건설과의 협의도 진행 중이다. 입주민들은 가구당 약 150만원 가량의 새 브랜드 사용료를 낼 예정이다. 정식으로 브랜드명을 바꾸면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 공식 문서에도 힐스테이트 단지로 새 이름이 올라가게 된다.

◆“브랜드 영향 커”

아파트 입주자들이 브랜드 단지명에 민감한 것은 단지명이 단지 가치에 상당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부동산시장 정보업체 부동산인포가 조사한 결과 수요자들은 비슷한 입지의 아파트를 선택할 때 브랜드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795명(복수응답 가능) 중 37.1%가 브랜드를 선택했다. 가격(26.4%), 단지 규모(20.8%) 등이 뒤를 이었다.

분양시장에서도 같은 양상이 나타난다.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에 따르면 수요자들은 아파트 분양가와 입주 후 시장가격의 차이를 고려하기 때문에 대형 건설사의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아파트 가격도 이를 뒷받침한다. 분양 이후 브랜드에 따라 가격차가 벌어지는 것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4년 9월 분양된 ‘위례자이’ 전용 101㎡의 지난달 평균 시세는 11억4030만원이다. 2015년 10월 분양한 ‘보미리즌빌’ 전용 96㎡ 시세는 9억5500만원 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아파트는 분양 당시 평균 가격이 각각 3.3㎡당 1780만원, 1640만원으로 서로 약 140만원 차이났다. 하지만 지금은 3.3㎡당 차이가 487만원 가량으로 벌어졌다. 위례신도시 학암동의 A공인 대표는 “동네 정보를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신규 진입자들은 아무래도 대형 건설사 유명 브랜드 단지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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