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뉴타운 2구역이 보광초교 이전 문제를 두고 서울교육청과 갈등을 빚고 있다. 교육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까닭에 6개월 이상 사업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남뉴타운 전경.  /한경DB
한남뉴타운 2구역이 보광초교 이전 문제를 두고 서울교육청과 갈등을 빚고 있다. 교육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까닭에 6개월 이상 사업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남뉴타운 전경. /한경DB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2구역이 교육환경영향평가 심의에서 예상치 못한 걸림돌을 만났다. 서울교육청이 지난 4일 구역 내 교육시설인 보광초교 이전에 재검토 의견을 내서다. 조합은 이를 학교 이전에 필요한 비용 200억여원을 모두 부담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조합은 애초 40억원만 부담하기로 했다. 조합이 보광초 이전 계획을 백지화하겠다고 맞서고 있어 사업 일정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교육환경영향평가 통과 불발

서울교육청은 지난달 26일 한남2구역의 교육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회를 열었다. 구역 내 보광초 이전이 주요 안건이었다. 심의위원회는 “학교 설립 예정지 도로변에 설치되는 높이 15m의 방음벽이 학생들 정서에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니 수목 식재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재검토’ 결론을 내렸다. 조합은 이 결과를 4일 통보받았다.

학교 신축비 떠넘기기?… 한남2 재개발 급제동
교육환경영향평가는 작년 2월 재건축·재개발 절차에 추가됐다. 정비사업조합은 심의를 통과해야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조합은 서울교육청의 결론을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조합에 따르면 보광초 이전 계획은 서울시와 용산구청, 중부교육청 등과 협의해 수립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성장현 용산구청장으로부터 노후화된 보광초의 이전 검토 요청을 받았고, 조합원들을 설득해 이전을 결정했다. 한남2구역조합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의 아이들이 다닐 학교이기 때문에 이전 비용 부담과 개발이익 감소를 감수하고 옮기기로 한 것”이라며 “지난달 23일 학교 이전 신축비용 40억원 부담, 공사기간 기존 재학생을 인근 학교로 통학시킬 때 사용할 스쿨버스 비용 전액 부담 등을 약속하는 확약서도 제출했다”고 말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200억원이 넘는 학교 이전 비용 전액을 조합에 부담시키려는 서울교육청의 속내가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광초는 1962년 설립됐다.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 2014년 보강공사를 했다. 현재는 재난위험시설 바로 윗등급인 C등급이다. 인근에 각종 유흥주점과 음식점 등이 밀집해 있어 교육환경이 좋지 않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사업 6개월 이상 지연 불가피

교육환경영향평가 재검토 결정으로 사업은 늦어지게 됐다. 조합 관계자는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하면서 6개월이 걸렸는데 이번 재검토 결정으로 또다시 6개월의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교육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후속인 사업시행인가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서울교육청과 조합의 대립이 장기화하면 사업은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남2구역조합은 5일 용산구청에 교육영향평가 심의신청 취하 공문을 제출했다. 학교를 이전하지 않으면 교육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조합 관계자는 “중부교육청 용산구청과 협의해 수립한 계획이 승인받지 못했다면 각종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학교 이전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며 “재개발 구역에서 보광초를 뺀 뒤 개발을 진행하는 재정비촉진계획을 재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이 6개월 정도 늦어지겠지만 200억원을 모두 부담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덧붙였다.

한남뉴타운은 용산구 한남동 일대 약 111만㎡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다섯 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이 중 2구역은 보광동 264 일대 16만2321㎡ 규모의 지역이다. 북쪽으로는 이태원 상권, 서쪽으로는 앤티크가구거리를 포함하고 있다. 이태원관광특구 3만4438㎡는 서울시 가이드라인에 따라 구역에서 빠졌고, 특구와 인접한 보광초는 한남2구역 중심지로 이전을 추진해왔다.

최진석/선한결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