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 장동건 씨 소유 빌딩. 원빌딩 제공
서울 한남동 장동건 씨 소유 빌딩. 원빌딩 제공
같은 길에 있는 비슷한 규모의 빌딩을 50억원 가까이 비싸게 샀다면 투자에 실패한 걸까. 수년 전 배우 장동건의 빌딩 투자는 연예인 재테크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회자됐다. 장동건이 빌딩을 매수한 지 몇 개월 만에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가 인근에서 47억5000만원이나 낮은 가격에 빌딩을 매입해서다. 두 건물의 대지면적이 같다보니 장동건이 실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장동건이 중개업자에게 속아 비싸게 산 걸까, 싸이의 수완이 좋았던 걸까.

장동건의 빌딩과 싸이의 빌딩은 서울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앞에 100m 간격을 두고 들어섰다. 일대는 강북의 가로수길 격인 ‘꼼데가르송길’로 최근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집코노미] "실패했다"던 장동건 빌딩…7년 지나보니 'A+ 투자'
투자는 장동건이 빨랐다. 장동건은 2011년 6월 꼼데가르송 맞은편 지상 5층, 연면적 1466㎡(대지면적 330㎡) 빌딩을 126억원에 사들였다. 그런데 불과 8개월 뒤인 2012년 2월 싸이도 인근에서 건물을 샀다. 지상 6층, 연면적 992㎡(대지면적 330㎡) 빌딩을 78억5000만원에 사들였다. 장동건의 매입가보다 47억5000만원가량 낮다.

서울 한남동 장동건 씨 소유 빌딩. 원빌딩 제공
서울 한남동 장동건 씨 소유 빌딩. 원빌딩 제공
토지를 기준으로 보면 싸이가 장동건보다 3.3㎡당 4700만원가량 낮게 매입했다. 얼핏 장동건이 필요 이상으로 고가에 빌딩을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금 더 상세히 따져보면 평가는 완전히 달라진다.

우선 건물 가치가 다르다. 건축 연도가 달라서다. 장동건의 빌딩은 2007년 지어진 반면 싸이의 빌딩은 1985년 준공됐다. 싸이의 건물은 최근 10억원 안팎의 비용을 들여 리모델링했다.

건물의 층수를 세는 법도 다르다. 장동건의 빌딩은 이태원로 대로변에서 봤을 때 지상 5층 짜리 건물이다. 전면 1층이 건축물대장에서도 1층이다. 지하 1층은 전면에선 보이지 않지만 지대가 낮은 후면에선 사실상 지상 1층 상가의 역할을 한다. 사실상 지상 6층짜리 건물인 셈이다.

반면 싸이의 빌딩은 대로변에서 보이는 1층이 건축물대장상으론 5층이다. 6층짜리 건물인 만큼 대로변으론 2개층만 노출되는 셈이다. 뒤편으로 돌아가야 나머지 4개층이 보인다. 장동건의 건물은 후면 1층이 지하 1층으로 인정받은 것과 달리 싸이의 빌딩은 후면 1층이 지상 1층으로 인정받았다. 장동건의 빌딩보다 단차가 큰 까닭이다.
서울 한남동 싸이(본명 박재상) 씨 소유 빌딩. 원빌딩 제공
서울 한남동 싸이(본명 박재상) 씨 소유 빌딩. 원빌딩 제공
사용 수익 측면에서도 차이가 난다. 통상 건물 1층 임대료가 건물 전체 임대수익의 40~50%를 차지하고 2층 이상의 임대료는 40% 안팎의 비율이다. 장동건 빌딩의 경우 대부분이 대로변 지상으로 노출돼 정상적인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 건물을 끼고 먹자골목과 이어지는 이면도로가 뚫려 있어 유동인구도 많은 편이다. 반면 싸이의 빌딩은 대로변으로 노출된 2개 층을 제외하고는 정상보다 낮은 임대료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장동건이 빌딩을 매입했을 당시엔 시세보다 지나치게 비싸게 매입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매도인이 2009년 1월 84억5000만원에 사서 2년 만에 42억원가량의 차익을 봐서 더욱 그랬다. 하지만 건물의 외형적인 측면과 임대수익적인 측면에서 매입가를 어느 정도 상쇄했다는 게 현재의 평가다. 일대 건물들을 대로변에서 봤을 때 장동건 빌딩 외에는 대부분 2~3층인 까닭에 희소성도 있다.

서울 한남동 싸이 씨(본명 박재상) 씨 소유 빌딩. 원빌딩 제공
서울 한남동 싸이 씨(본명 박재상) 씨 소유 빌딩. 원빌딩 제공
그렇다고 싸이의 투자가 실패한 것도 아니다. 2012년 매입 당시 대지를 저렴하게 매입했다. 3.3㎡당 7800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2000만~3000만원 싸게 사들였다. 2013년엔 싸이의 빌딩과 유사한 조건의 옆 건물이 대지 3.3㎡당 1억13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싸이의 빌딩 3~5층엔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이 들어서 일대 핫 플레이스가 돼가고 있다.

현재 싸이와 장동건의 건물이 위치한 꼼데가르송길 대로변 땅은 3.3㎡당 1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결과적으론 두 사람 모두 투자에 성공한 셈이다.

< 김주환 원빌딩 전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