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동 서미갤러리 건물… 90억원대에 경매 나온다
한때 ‘재벌들의 미술상’으로 통했던 서미갤러리 건물(사진)이 이달 중 경매된다.

3일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미갤러리 관련 부동산 3건이 오는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입찰에 부쳐진다. 지난해 5월 경매개시결정이 내려진 지 약 1년 만이다.

규모가 가장 큰 물건은 서울 종로구 가회동 129의 1 서미갤러리다.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소유의 이 부동산은 건물 연면적 526.76㎡, 대지면적 555.1㎡ 규모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미술 갤러리로 쓰였다. 미술품 전시보다는 소수 자산가를 상대로 수십~수백억원대 고가 미술품을 거래하는 ‘프라이빗 세일’ 공간으로 활용됐다.

바로 옆 가회동 130의 1 원앤제이 갤러리 건물(대지면적 220㎡, 건물 연면적 315㎡)도 함께 경매에 나왔다. 홍 대표의 장남 박원재 씨가 대표를 맡아 운영해온 갤러리다. 갤러리 바로 옆인 홍씨 소유 한옥 주택(연면적 152㎡)과 토지(407㎡)도 경매에 부쳐진다.

서미갤러리는 작년 6월 기준 90억4600여만원으로 감정가가 결정됐다. 관련 부동산 5건의 총 감정가는 약 181억9800만원이다. 서미갤러리의 등기부 채무 총액은 320억원에 달한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가회동 토지와 건물에는 285억원의 미래저축은행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

미래저축은행은 2순위 근저당을 근거로 경매를 신청했다. 1순위 근저당권자는 조흥은행(현 신한은행)으로 채권 최고액이 8억4500만원이다. 종로세무서도 세금 체납을 이유로 이 부동산을 압류했다.

북촌 알짜 부지에 들어선 토지·건물이라 상당한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가회동 서미갤러리 토지의 60% 규모였던 인근 한국미술박물관 부지도 경매를 통해 2015년 101억원에 낙찰됐다”며 “모처럼 서울 시내 한복판에 나오는 알짜 부지여서 응찰을 검토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미갤러리 건물을 임차해 쓰고 있는 현대카드가 응찰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현대카드는 2012년 서미갤러리가 폐관한 뒤 건물을 임대해 2013년부터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한 경매 전문가는 “신건 경매인 데다 가회동 인근에 경매 비교 표본이 적어 선뜻 경매에 나서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현대카드는 대기업인 만큼 의사 결정 절차가 복잡해 적정 응찰가를 써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건물주가 바뀌더라도 임차인을 필요로 할 것”이라며 “직접 응찰보다는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는 쪽으로 운영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