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만 믿고 투자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권역별로 면밀히 따져보면 같은 지역 안에서도 상가 등급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죠.”

"상권만 믿고 상가투자 땐 낭패… 개별점포 입지 꼼꼼히 따져야"
상가투자 전문 강사인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사진)는 “상권 경쟁력에 대한 과신을 경계해야 한다”며 “유효수요와 동선 분석을 철저히 한다면 낙후한 상권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GS리테일과 홈플러스, 위메프 등 유통기업에서 입지 조사와 신규점포 개발을 담당하며 체득한 원칙이다.

김 대표는 “초보 투자자이고 투자금이 많지 않을수록 소문난 우량상권이나 그 근처부터 찾는 경향이 있지만 대부분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상권이 아니라 개별 점포의 입지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론 투자를 위해 현장조사부터 나서지만 그는 우선 지도부터 펼쳐볼 것을 주문했다. 한 걸음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도를 통해 상권의 배후수요와 지점별 유효수요를 읽을 수 있다. 아파트 단지는 출입구가 두세 곳으로 한정돼 상가로 이어지는 동선이 명확하게 보인다. 대로를 낀 상가라도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까지의 유효수요 동선과 겹치지 않는다면 죽은 상가나 다름없다는 게 김 대표의 분석이다.

같은 이유로 비인기 지역의 1급 입지가 인기 지역의 2~3급 입지보다 안정적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를 테면 가로구역 안쪽 이면도로는 자동차와 보행자가 함께 지나는 작은 길이지만 교차로 형태이고 끝이 대로변과 이어진다면 일대 주민이 반드시 지날 수밖에 없는 동선에 놓인다. 대부분 편의점이 이 같은 ‘목’에 위치하는 이유다.

김 대표 역시 현직 때 이 같은 원리로 점포를 개발했다. 그는 이런 입지에 대해 “주민들의 소비가 꾸준해 세입자가 잘 바뀌지 않는 게 특징”이라며 “간혹 경매로 나오더라도 시장에서 가치를 알아보는 이들이 드문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경락자금 대출을 이용하면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도 이 같은 상가에 투자할 수 있다.

인기 프랜차이즈가 입점하는 자리는 입지 분석에는 참고가 될 수 있겠지만 무턱대고 좇기엔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복잡한 이유가 숨어 있는 경우도 많아서다. 김 대표는 “배스킨라빈스나 다이소처럼 유사 업종이 흔치 않은 프랜차이즈는 어디에 있든 소비자가 찾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임대료가 비싼 1급 입지를 피할 때가 많다”며 “해당 상가의 경쟁력이 뛰어날 것이라고 오독(誤讀)해 따라 들어갔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상가투자의 정석으로 굳어진 격언들은 대부분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쇼핑몰이나 대형마트는 주변 상가의 구매력을 빨아들인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자동차로 이동해 소비하는 곳이기 때문에 인접 상가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오히려 길목의 작은 슈퍼 같은 소매점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생수 한두 병을 살 사람이 대형마트에 들르진 않기 때문이다. 신도시 상가투자 또한 금기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유효수요가 풍부하고 동선을 끼고 있는 상위 10~20% 상가는 연중 문전성시다.

대안을 선택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김 대표는 “주동선에 위치한 상가가 비싸다고 해서 자금에 맞춰 주동선이 아닌 곳의 상가를 산다면 망하는 지름길”이라며 “차라리 2, 3등 상권의 1등 입지를 찾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양상가는 주먹구구식 확정수익률로 투자자를 현혹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상가가 성숙기를 거친 뒤엔 달성하기 어려운 수익률일 때가 대부분이다. 예쁘게 짓기만 한 테마 상가도 투자자들이 자주 빠지는 ‘늪’ 가운데 하나다.

김 대표는 “시행사들이 억지로 조성한 테마상가가 멀리서도 찾는 복합몰이 될 가능성은 낮다”며 “1000실도 안 되는 오피스텔에 상가만 200개 점포가 들어서기도 하기 때문에 투자를 선택할 때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