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화도로 덮어 공원으로
아름마을·이매촌 집값 역전
분당 덮개공원 조감도. 성남시청 제공

분당 덮개공원 조감도. 성남시청 제공

미세먼지가 뿌옇게 쌓인 29일 경기 분당신도시 이매동 매송사거리 앞 분당~수서간 고속화도로에선 덮개공원 공사가 한창이었다. 총 길이 1.9㎞ 구간에서 인부들은 부지런히 토목작업 등을 하고 있었고, 크레인도 쉴새없이 움직였다. 덮개공원은 도로를 방음터널로 감싸고 그 위에 흙을 덮어 만드는 공원이다. 경부고속도로 서초구 구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앞 올림픽대로,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앞 올림픽대로, 성수전략정비구역 앞 강변북로, 용산 한강맨션 앞 강변북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등 추진한 사례는 많았지만, 실제 공사까지 진척된 건 이곳이 처음이다. 덮개공원이 주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할 수 있는 사례여서 전업 투자자들은 분당 덮개공원 사례를 눈여겨보고 있다.

◆아름마을 전용 84㎡ 10억 육박

성남시는 2015년 7월 분당~수서간 고속화도로에 공원을 조성하는 공사를 시작했다. 매송~벌말사거리 1.9km 구간에 방음터널을 설치하고 그 위에 서구형 산책공원인 ‘굿모닝파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2019년 2월까지 8만3000㎡ 규모 공원에 체육시설, 휴식공간 등을 설치한다.
[집코노미] 덮개공원, 분당 집값 판도를 흔들다

완공 일이 1년 앞으로 성큼 다가오면서 주변 집값은 분당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아름마을은 분당신도시내에서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곳 중 하나였다. 고속화도로 바로 옆이어서 소음과 매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서다. 지하철 역에서 멀어 선호도에서 밀렸다.

그러나 덮개공원이 상황을 반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아름6단지 선경’ 전용 83㎡는 지난달 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2월(6억5000만원) 대비 3억원 올랐다. ‘아름5단지 풍림’ 전용 75㎡도 1년 전(6억원)에 비해 2억9000만원 오른 8억9000만원에 지난달 손바뀜했다. 인근 L공인 관계자는 “선경 전용 41㎡는 108가구 중 나온 매물이 하나도 없다”며 “덮개공원뿐 아니라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역 개설 재료도 있어 집주인들이 가격이 더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아름마을 집값은 분당신도시내 인기주거지역 집값을 속속 뛰어넘고 있다. 분당선 이매역 인근 ‘이매촌 청구’ 전용 84㎡는 지난해 2월 7억1200만원에 실거래됐다. 당시만 해도 선경 전용 83㎡(6억5000만원)보다 6000만원가량 높았다. 지금은 반대다. 지난달 선경(9억5000만원)보다 5000만원 낮은 8억9900만원에 거래됐다. 이매촌은 지하철 분당선·경강선 이매역 앞 역세권이라 시세가 높은 편이었다.

분당 집값을 견인하던 서현동·정자동·수내동과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서현동 삼성한신 전용 84㎡는 지난달 9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2월 6억9300만원에 거래된 주택형이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1년 전만 해도 아름마을은 이매촌보다 저렴했다”며 “분당 집값이 오를 때 조금씩 뒤따라 오르던 곳이 지금은 분당 집값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 J공인 관계자는 “덮개공원이 분당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를 거란 기대에 서울 부산 등에서도 매수 문의가 적지 않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아름마을 아파트 단지. 양길성 기자

아름마을 아파트 단지. 양길성 기자

분당~수서간 고속화도로를 사이에 두고 아름마을과 마주보고 있는 판교신도시 삼평동 봇들마을 1·2·4단지도 도 수혜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이곳은 신분당선 판교역과 거리가 멀어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지는 곳이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바로 옆 도로에 덮개공원이 조성된다는 기대에 최근 1년간 최고 3억원 넘게 뛰었다”고 전했다.

철도 지하화와 같은 효과가 도로 지하화 현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경의선숲길은 경의선 철도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조성한 녹지공간이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용산구 효창동까지 6.3㎞ 길이다. 이 가운데 ‘연트럴파크’로 불리는 연남동 경의선숲길은 최근 1~2년 새 서울의 대표 상권으로 떠올랐다. 올해 연남동 공시지가는 전년 대비 18.76% 오르며 서울 주요 상권 중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양길성 기자

양길성 기자

◆대규모 녹지가 앞마당

덮개공원은 향후 도로 소음과 매연을 줄여줄 전망이다. 그 위에 들어서는 대규모 녹지공간은 인근 주민들의 휴식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로로 끊어진 판교와 분당을 이어 서로 상대지역 지하철(신분당선 판교역·분당선 이매역)을 걸어서 이용하는 게 가능해졌다. 현재 아름마을 주민이 판교역까지 걸어가려면 빙돌아 벌말사거리나 매송사거리를 지나야 한다. 이매동 P공인 대표는 “덮개공원이 조성되면 주변 단지는 이매역, 판교역, GTX 역을 걸어다닐 수 있는 트리플 역세권 단지로 거듭난다”고 말했다.

다만 공사 속도는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 올해 말 완공 예정이었으나 2019년 2월로 연기됐다. 안전성 논란도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성남시의회는 “거더공법은 붕괴사고 위험이 크다”며 “전세계적으로 이 공법으로 공사를 하는 곳은 한군데도 없다”고 주장했다. 성남시청 교통도로국 관계자는 “거더공법은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하는 공법이고 토목학회 등 전문가를 통해 안전성 검토를 끝냈다”고 반박했다. 현재 덮개공원 사업 공정율은 25%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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