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19세 당첨… "특별공급 뒤에 검은손 있다"
서울 일원동 ‘디에이치자이 개포’(개포주공8단지 재건축)에 이어 경기 과천시 원문동 ‘과천 위버필드’(과천주공2단지 재건축) 특별공급에서도 만 19세 당첨자가 나오면서 사회적 취약계층을 배려하기 위해 도입한 특별공급제도의 취지가 크게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소 8억원에 달하는 분양대금을 마련할 수 있는 청년을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보기 어려워서다.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이 장애인 탈북자 등 기관추천 특별공급 대상자의 청약통장을 사들여 당첨받은 뒤 분양권을 되팔아 프리미엄을 챙기는 불법 사례마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국토교통부는 아파트 특별공급 제도 개선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가주택 특별공급은 금수저 위한 잔치

또 19세 당첨… "특별공급 뒤에 검은손 있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999년생인 김모씨(19)가 기관추천 특별공급으로 ‘과천 위버필드’ 전용 59㎡A형에 당첨됐다. 이 아파트 전용 59㎡는 중도금 40% 이자후불제가 적용되지만 분양대금이 8억원대에 달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나이에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하기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디에이치자이 개포’ 특별공급에서도 20대 이하가 14명 당첨되면서 ‘금수저 당첨’ 논란에 불을 지폈다.

아파트 특별공급은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사회 계층 중 무주택자의 주택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일반공급에 앞서 주택 건설 물량의 일정 부분을 공급하는 것이다. 신혼부부, 다자녀가구, 노부모 부양 가구 등이 대표적이지만 장애인, 국가유공자, 장기복무 군인, 북한이탈 주민 등도 기관추천 등을 통해 특별공급을 받을 수 있다.

최소 분양가만 10억원(3.3㎡당 평균 4160만원)이 넘는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중도금 대출도 불가능해 분양대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부모 도움을 받을 수 있는 20대 금수저가 주로 당첨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분양가 10억원이 넘는 아파트의 특별분양을 폐지해야 한다’는 등 특별공급 제도 개편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있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대표는 “강남권 고가 아파트에 특별공급을 신청할 정도면 사회적 보호 계층으로 보기 힘들다”며 “특별공급 당첨자의 전매제한을 강화하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관추천 ‘특별공급 장사’도 기승

서울과 지방 대도시에서 청약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기 단지에서는 기관추천 특별공급이 투기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기관추천 중 장애인은 장애(보훈)등급, 무주택 기간 등을 고려한 우선 순위가 있다. 장애인은 서울과 경기 등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복지과에서, 국가유공자는 보훈청에서 정한다. 높은 순번이 기관추천으로 특별공급을 신청하면 당첨 가능성이 거의 100%에 가깝다. 떴다방들은 아파트를 살 경제력이 되지 않는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등을 타깃으로 삼는다. 예컨대 장애인이나 유공자 통장을 1000만~2000만원가량 주고 사는 것이다. 최근 전매제한이 강화돼 입주할 때까지 분양권을 팔 수 없는 경우 약정을 쓰고 공증을 받은 뒤 입주할 때 권리를 넘겨받는다.

분양대행사들에 따르면 최근에는 탈북자들이 떴다방의 주요 타깃으로 부상하고 있다. 강남권 고가 주택에 청약할 경제적 여력이 없어서다. 한 분양대행사 사장은 “경제력이 없는 사람이 특별공급을 신청하는 경우는 대부분 분양권 장사와 연계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특별공급이라는 미명 아래 일반분양 청약자의 기회를 앗아가는 위법 행위여서 자금조달계획서 조사 등 철저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최근 특별공급 당첨자를 대상으로 증여세 탈루, 위장전입 등 위법사항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별공급 제도 개선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아파트 특별공급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의 주거를 안정시키기 위해 일반 청약자와 경쟁하지 않고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신혼부부, 다자녀가구, 노부모 부양, 기관 추천 등이 대표적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