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대치동 써밋 주택갤러리엔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 미계약 물량을 분양받기 위해 1500여명의 방문객이 몰렸다. 설지연 기자
7일 서울 대치동 써밋 주택갤러리엔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 미계약 물량을 분양받기 위해 1500여명의 방문객이 몰렸다. 설지연 기자
7일 오전 7시 서울 대치동 써밋 주택갤러리.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 50여명이 줄을 서 있었다. 이날 진행할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써밋’ 미계약분 추첨에 참가하기 위해 온 이들이다. 분양대행을 맡은 세원플래밍의 조규범 대표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이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이라고 귀띔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대기줄은 길어졌다. 오전 9시 입장시간이 되자 대기줄이 인근 군산횟집까지 빙 둘러쌌다. 이날 추첨은 오전 9시부터 9시30분까지 입장한 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모델하우스에 입장한 이들은 1500명을 조금 넘었다. 연차를 내고 온 직장인도 많았다. 모델하우스 앞까지 왔다가 긴 줄에 그냥 돌아가는 이들도 보였다. 장익성 대우건설 마케팀팅 부장은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몰리는 바람에 준비해 둔 신청서가 부족해 추가로 추첨권 종이를 만들었다”며 “과열을 우려해 미계약분 추첨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았는데도 많은 이들이 찾았다”고 말했다.
모델하우스에서 미계약 물량 추첨을 기다리는 방문객들.
모델하우스에서 미계약 물량 추첨을 기다리는 방문객들.
미계약분은 총 128가구. 총 일반분양 물량의 22% 수준이다. 앞서 진행된 정당계약으로 575가구 일반분양분 중 460여가구가 계약을 마쳤다.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많은 미계약분이 나온 것은 대출이 어려웠던 까닭이다. 정형근 대우건설 홍보팀장은 “전용 84㎡ 이상은 분양가가 10억원을 넘는 데다가 중도금 대출이 안 나와 부담이 됐을 것”이라며 “계약을 하지 않으면 아까운 청약 통장만 날리는 만큼 사전에 충분히 고민한 뒤 청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용면적별 모집 가구는 59㎡ 27가구, 전용면적 84㎡ 100가구, 전용면적 101㎡ 1가구였다. 잔여가구 추첨엔 청약통장 가입 여부나 거주 지역에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다. 당첨되면 현장에서 계약금으로 집값의 5%를 지불하는 것이 유일한 조건이었다. 10여명의 수강생들을 끌고 현장을 찾은 한 분양권 강사는 “2년여만에 분양가의 70%인 6억~7억원 정도의 계약금·중도금을 조달할 수 있는 사람만 참여할 수 있다”며 “서민들을 위한 분양가 규제가 역설적으로 부자들에게 더 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추첨 일정은 먼저 원하는 주택형에 추첨권을 투입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추첨권에 기입한 내용은 간단했다. 주택형, 이름, 전화번호 등 세가지만 적어넣으면 됐다. 기자는 전용 59㎡ 주택형을 선택했다. 체험삼아 참여하는 추첨인 데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당첨만 되면 2억원을 먹을 수 있다”는 떴다방들의 수근거림이 들려서다.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써밋' 전용면적 84㎡A형 분양가.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써밋' 전용면적 84㎡A형 분양가.
추첨권 투입에 이어 10시쯤 2층에서 추첨이 시작됐다. 추첨장 뿐만 아니라 복도 휴게실 등 2층 전체가 발디딜팀 없이 들어찼다. 작은 평형인 전용면적 59㎡부터 추첨을 진행했다. 유일하게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보니 가장 많은 인원이 몰렸다. 1500여명의 신청자 중 1000여명이 접수했다. 전용 59㎡는 분양가격이 7억2000만원 대로 9억원을 넘지 않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을 받을 수 있다. 전용 84㎡ 분양가는 10억6700만~10억9600만원으로 9억원이 넘어 대출이 제한된다.

추첨은 진행자가 직접 추첨함에 손을 넣어 뽑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당첨자가 발표될 때마다 환희와 탄식이 교차했다. “빨리 해요” “많이 섞어주세요” 등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전용면적 59㎡ 추첨을 지켜보는 방문객들.
전용면적 59㎡ 추첨을 지켜보는 방문객들.
당첨자는 소리를 지르거나 두 발을 동동 구르며 기뻐했다. 하나같이 가족과 지인에게 당첨 소식을 알리기 바빴다. 당첨자들의 나이는 다양했다. 머리가 하얀 노인부터 아기를 안은 30대까지 보였다. 전용 59㎡ 당첨자 중 한 명은 “용인에서 연차를 내고 아침 일찍부터 와 있었는데 드디어 원하는 집을 살 수 있게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끝내 기자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역시나. 기자는 뽑기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수강생 중 한명이 전용 59㎡ 로열층에 당첨되는 성과를 낸 분양권 강사 박지민씨(닉네임 월용이)는 “서울 미계약분 경쟁률이 그래봐야 10대 1 수준”이라며 “10번 참여하면 한 번은 당첨된다는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참여하면 반드시 당첨된다”고 위로했다.

전용 59㎡ 추첨이 끝나자마자 인파가 대거 주택갤러리를 빠져 나갔다. 드디어 모델하우스에 숨쉴 공간이 생긴 느낌이었다. 전용 84㎡를 마지막으로 추첨은 12시를 조금 지나 끝났다.

당첨자들은 3층으로 올라가 또다시 추첨을 진행했다. 동·호수 추첨이다. 여기서도 희비가 교차했다. 어떤 동·호수에 당첨됐느냐에 따라서다 .이후 계약서 작성, 계약금 입금 순으로 청약이 진행됐다. 오후 3시가 되자 모든 절차가 마무리됐다. 세원플래닝의 조 대표는 “잔여분 추첨은 로또보다 휠씬 당첨 확률이 높다”며 “꾸준히 연구하고 도전하게 사람에게 운이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전용 59㎡A타입 로열층에 당첨된 K씨는 작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미계약분을 노려 당첨된 케이스였다. 청약가점이 낮은 그는 분양권 강의를 들은 뒤 수도권 잔여세대를 지속적으로 공략하자는 결심을 했다. 이후 고덕아르테온, 백련산해모로, 라온프라이빗, 신길클래시안, 녹번e편한캐슬, 광명에코자이위브 등의 잔여세대를 공략했다. 다 떨어지긴 했지만 현장 분위기, 수요자들의 관심도 등을 알 수 있어 유익했다. 그는 “어제 술을 많이 마셔서 숙취가 심했던 데다 시간도 좀 늦어 전철을 타고 오다가 중간에 두번이나 돌아갈 뻔 했다”며 “‘어차피 안 될 것’이란 안일한 생각을 떨치고 추첨에 끝까지 참여한 게 당첨으로 연결됐다”고 기뻐했다.

세원플래닝의 조 대표는 “잔여분 추첨은 로또보다 훨씬 당첨 확률이 높다”며 “꾸준히 연구하고 도전하게 사람에게 운이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