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시행을 목전에 두고 구청과 정부 간 치열한 시간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이르면 내주 강화된 기준이 시행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구청들은 그 전에 재건축 단지들의 안전진단 의뢰를 넣으려 하지만, 정부는 일부 구청에 대해 안전진단 업체 선정과 관련한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는 등 강경대응으로 나섰다.

2일 서울시내 일부 구청과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에 따르면 최근 행정안전부는 강남권 일부 구청들에 연락해 재건축 안전진단 업체 모집 긴급공고 기간을 닷새로 맞춰야 한다고 안내했다.
재건축 막판 기싸움… 구청 긴급입찰 공고에 정부 "기간 늘려라"
지방계약법 시행령에 따르면 입찰 공고 기간은 기본이 7일로 돼 있고 긴급 공고는 5일까지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일부에서 일부 재건축 단지 안전진단 입찰공고 기간을 닷새보다 매우 짧게 잡았다는 것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최근 행안부에서 전화로 연락이 와서 입찰공고 기간을 늘리도록 했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지방계약법 시행령에 어긋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구청에 입찰 공고에 대한 안내를 하도록 요청이 들어왔다"며 "이에 따라 전화로 지방계약법 내용을 설명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구청은 긴급 입찰공고 기간을 사흘 정도로 잡아 왔다.

이 소식을 들은 강동구는 최근 안전진단 업체 입찰 공고를 수정했다.

실제로 강동구 삼익그린2차와 고덕9단지는 입찰 마감일이 7일에서 12일로 밀렸다.
재건축 막판 기싸움… 구청 긴급입찰 공고에 정부 "기간 늘려라"
이날 국토부에는 삼익그린2차 아파트 등 강동구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 4곳의 대표 10여명이 항의방문해 청원서를 제출했다.

삼익그린2차 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원래 7일 업체와 계약하려 했는데 12일로 밀렸다"며 "계약을 코앞에 두고 있었는데 정부가 나서서 막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재건축 안전진단을 위해 모금한 통장을 보여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의 재건축 규제와 상관 없이 안전진단 업체 선정 때 쓸 돈을 마련하려고 일찌감치 1월 3일 통장을 개설해 25만원씩 2억여원을 모았는데, 갑자기 재건축이 원천봉쇄될 처지가 됐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재건축 막판 기싸움… 구청 긴급입찰 공고에 정부 "기간 늘려라"
국토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행정예고는 이날 자정까지다.

이후 시행되면 안전진단 의뢰가 이미 들어간 단지까지만 예전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다.

국토부는 이르면 내주 초에는 새로운 안전진단 기준을 시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렴된 의견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며, 새로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시행일은 내부 검토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