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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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영업사원 8년차인 김철수씨(34세) 가 집을 사야겠다고 느낀 것은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다.

2013년 결혼하면서 경기도 일산 백석동의 한 아파트에서 전세로 신혼을 시작했다. 방 2개 짜리 작은 아파트였지만 둘이 알콩달콩 신혼을 보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다행히 집 주인을 잘 만나 집없는 설움을 느낀 적도 없었다. 그렇게 재계약을 한번 하고 2년이 흐를 때쯤 아이가 태어났다.

막 태어난 아기여도 식구가 한 명 늘어나니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아이 짐이 늘어나면서 집이 복잡해지고 생활 공간이 부족해졌다. 아이방을 포함해 침실이 3개는 있어야겠구나 싶었다. 마침 집주인도 아들 내외가 들어오기로 했다며 방을 빼달라고 했다. 안정적으로 가정을 꾸려 갈 내 집을 마련할 타이밍이었다.

김씨는 차로 출퇴근 하는 직종이라 집을 어디에 얻건 크게 상관이 없었지만 그의 아내는 신혼을 시작한 일산을 떠나고 싶지 않아 했다. 서울보다 조용하고 아기를 키우기 괜찮을 것 같다는 게 아내의 생각이었다. 김씨 역시 굳이 복잡한 서울에 들어가서 살 필요성을 못 느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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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집 근처에서 집을 얻기로 하고 직방, 다방 등 부동산 어플을 통해 시장 조사를 했다. 몇 군데를 추려 중개업소를 찾았고 두 번째로 간 중개업소에서 집을 계약했다. 그렇게 매입한 집이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에 위치한 ‘백송대우 벽산아파트’ 전용 84㎡다.

집값은 당시 3억2000만원 정도였다. 기존 전세금에 결혼 후 모아둔 돈을 보태고 주식을 정리하니 2억5000만원 정도됐다. 청약 통장을 사용하지 못해본 점은 아쉽지만 다행히 대출을 받을 때 금리 우대가 적용됐다.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1억원을 보태 총 3억5000만원으로 집값을 넉넉히 마련했다.

‘백송대우 벽산 아파트’는 1994년 입주해 지은지 20년이 훌쩍 넘은 단지다. 백석동 자체가 개발이 오래돼 주변은 대부분 노후 아파트였다. 이사갈 집을 둘러보니 노후의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막 태어난 아기를 키우기에 적합한 주거 환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집값을 다 내도 3000만원 정도가 남으니 인테리어, 이사 비용, 세금, 중개 수수료 등 기타 지출까지 충당될 거라 생각했다.
아파트 전경(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파트 전경(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새 집처럼 수리해 줄 인테리어 업체를 알아보면서 시행착오가 시작됐다. 저렴하다는 업체를 수소문해서 알아봤지만 전체를 수리해야 해서 비용이 만만치 않았던 것. 작은방을 확장하고 단열공사를 새로 하니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아기를 키우는 집인 만큼 샷시와 도배도 무조건 최고급으로 하는 등 신경을 많이 썼다.

그렇게 인테리어 비용만 3000만원 가까이 나왔다. 평(3.3㎡) 당 100만원은 기본이었다. 대출을 넉넉하게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인테리어 비용이 빠지니 여간 빡빡한 게 아니었다. 취득세, 이사 비용, 중개 수수료까지 내려니 돈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내 집 마련의 과정은 예상보다 쉽지 않았지만 방이 3개가 되니 아기짐을 따로 보관할 수 있어 집안이 한결 깔끔해졌다. 아내가 만족스러워하니 김씨도 뿌듯했다. 처음 집을 사는 사람들은 막연하게 집값만 생각하기 쉬울 것 같다. 그러나 부수적인 지출이 예상보다 많다는 사실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정리=이소은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