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시기가 올 10월 이후로 미뤄진 서울 송파구 신천동 진주아파트. 관리처분인가 재심의 여부에 따라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면제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한경DB
이주시기가 올 10월 이후로 미뤄진 서울 송파구 신천동 진주아파트. 관리처분인가 재심의 여부에 따라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면제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한경DB
서울시가 재건축 대상 아파트 이주시기 조정에 본격 나섬에 따라 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이주가 최소 3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늦어지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일반분양 시기도 대거 올해에서 내년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서울시의 이주시기 조정 과정에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있는 단지의 윤곽이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록 작년 말까지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하기는 했지만, 서울시가 이례적으로 조건부(구청의 관리처분 인가 신청 적법 판정)로 이주시기를 결정한 까닭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시가 사실상 각 구청에 관리처분 인가 여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분양도 줄줄이 연기

서울시는 26일 열린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아파트’와 ‘진주아파트’의 관리처분 인가 시기를 논의했다. 이날 같이 심의할 예정이던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는 다음 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이들 단지는 모두 지난해 말 초과이익환수 유예 혜택을 받기 위해 서둘러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한 곳이다.

주거정책심의위원회는 사실상 관리처분 인가 시기를 결정한다. 법률상 관리처분 인가권은 각 구청에 있지만 시가 이주시기 결정권을 활용해 인가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재건축단지들은 서울시 주거정책심의위에서 이주 시점이 확정돼야 신축 아파트 분양 계획과 이주 계획 등을 승인받는 관리처분 인가를 받을 수 있다. 기존 주택이 2000가구를 넘거나 멸실 가구가 해당 자치구 주택 재고의 1%를 초과하면 의무적으로 거쳐야 한다.

송파구는 두 단지 모두 오는 4월부터 이주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심의 결과 1350가구 규모의 미성·크로바아파트는 신청시기보다 석 달 늦춰진 7월 이주를 시작하게 됐다. 인근에 있는 거여2구역의 이주가 마무리된 뒤 이주를 시작하라는 결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지 규모가 큰 두 단지가 한꺼번에 이주하면 주변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순차적으로 이주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일반분양 시기도 그만큼 늦춰질 전망이다.
강남권 재건축 이주 3개월~1년 연기될 듯… 일반분양 일정도 차질
◆진주, 초과이익환수제 대상 되나

잠실 진주아파트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서울시는 이 단지에 대해 10월 이후로 관리처분 인가 시기를 조정했다. 인접한 미성·크로바아파트와 개포주공1단지의 이주가 마무리된 뒤 이주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올해 말까지 구청의 인가처분이 없으면 재심의 안건으로 상정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진주아파트 관리처분 인가 신청의 적법성에 대한 송파구청의 판단이 아직 남아 있다”며 “판단 결과에 따라 이주시기가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진주아파트의 관리처분 인가 신청이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말 송파구청에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할 때 제출한 시공사 선정 관련 서류도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송파구에 ‘관리처분 인가를 내기에 적절치 않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포·잠원동 이주도 연기될 듯

다음달 심의를 앞두고 있는 반포·잠원·방배동 일대 단지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신반포3차·경남을 비롯해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한신4지구, 방배13구역 등이 3월에 함께 심의를 받을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날 신반포3차·경남아파트가 제출한 서류가 충분하지 않다며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 서류의 법적 요건 등을 꼼꼼하게 심사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대목이다.

이들 단지 역시 잠실 진주처럼 조건부로 이주시기가 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신4지구를 비롯한 대부분 단지가 크고 작은 분쟁을 겪고 있는 데다 시공사 선정도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까닭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