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후 15년이면 가능·초과이익환수제도 제외
"사업성 낮고, 내력벽 못건드려 한계" 지적도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대폭 강화해 재건축 사업 진행이 어렵게 되면서 리모델링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이번에 재건축 안전진단을 강화해 아파트가 30년 이상 지나도 심각한 구조적 결함이 없으면 안전진단 통과가 어려워진 만큼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트는 단지들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재건축 사업에 대한 정부의 고강도 규제가 잇따르자 그 대안으로 리모델링 사업이 주목을 끌었고, 실제로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려는 움직임이 일부 나타나기도 했다.

리모델링은 기존 건물을 전부 철거하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증축 또는 대수선을 통해 내진 성능을 높여 주거환경을 개선한다.

추진 가능 연한이 재건축의 절반에 해당하는 15년에 불과하며, 사업 절차도 조합설립→안전진단→건축심의→행위허가→이주·착공→입주 등으로 상대적으로 간소하다.

무엇보다 리모델링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서 자유로운 점이 최대 장점이다.

리모델링은 올해부터 시행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고 재건축과 달리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분양가 상한제 등의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기부 채납 의무도 없다.

리모델링은 용적률 제한이 없어서 '수직 증축'(골조는 유지하되 층수를 올리거나 구조를 일부 변경하는 것)을 통해 신축 가구 수를 15%까지 늘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미 용적률을 다 채워서 재건축으로는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중층아파트들의 경우는 재건축의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움직임이 일찌감치 있었다.

분당, 평촌, 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들이 대표적이다.
더 어려워진 재건축, 리모델링이 대안 될까
건설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구조 안정성 비중이 50%로 크게 높아짐에 따라 건물 상태가 양호한 단지들은 낮은 등급을 받을 가능이 낮아졌다"며 "따라서 리모델링 추진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의 집값이 오르기도 했다.

또, 리모델링이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정책에도 부합하는 정비 수단인 만큼 정부가 새로운 지원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그러나 상당수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사업을 늦출 뿐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리모델링은 아무래도 재건축보다 사업성이 낮고 추가부담금 부담도 더 크기 때문이다.

현재 리모델링은 최대 3개 층까지만 더 지을 수 있어 조합원 부담이 크게 줄지 않는다.

특히 '내력벽(건물의 하중을 견디거나 분산하도록 만든 벽체) 철거'가 허용되지 않는 조건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8월 국토교통부는 리모델링 활성화 차원에서 수직증축 리모델링 시 세대 간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기로 했다가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 문제를 재검토하겠다고 방침을 뒤집었다.

당시 2019년까지 정밀 검증 후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혀 내년 3월까지 결정이 유예된 상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내력벽 철거 규제 완화 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시세차익 목적의 리모델링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리모델링은 보통 3개 층 정도를 수직 증축해 일반분양해서 사업비를 조달하는데 내력벽을 철거해야만 평면이 나온다"며 "내력벽 철거 규제 때문에 리모델링을 하지 못하고 재건축으로 돌아선 곳도 많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도 "리모델링 중 일반분양가를 평당 1천800만~2천만원 정도 받을 수 있는 주요 지역들은 재건축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그런 곳들도 내력벽 철거 등이 불가능한 상태이고 공사비도 재건축 대비 80% 수준까지 가기 때문에 '풍선효과'를 기대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분당, 평촌, 강남 등 수직 증축이 가능한 일부 지역만 의미가 있을 것이고, (강북권인) 노원구나 양천구 목동이 리모델링으로 선회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