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말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대폭 강화…"살기 불편한 정도론 안돼"
구조안전성 평가 비중, 두배 이상으로 높여…재건축 연한 상향은 '검토중'

아파트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의 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현재는 주차장이 부족하거나 층간소음이 심각하다는 등 주거환경이 나쁘면 구조안전에 문제가 없어도 재건축을 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건물이 낡아 구조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때만 재건축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에 10만4천가구 가까운 단지가 재건축 연한이 도래했지만 안전진단을 받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 단지가 이번 대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20일 이 같은 내용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항목별 가중치에서 구조안전성 항목의 비중이 월등히 높아진다.

현재 안전진단 평가항목별 가중치는 구조안전성 20%, 주거환경 40%, 시설노후도 30%, 비용분석 10%로 돼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구조안전성이 50%로 높아지는 반면 주거환경은 15%로 축소된다.

시설노후도 항목도 25%로 소폭 낮아진다.

단순히 살기 불편한 수준을 넘어 구조적으로 안전에 큰 문제가 있을 경우에만 재건축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단, 주거환경 항목에서 '과락' 수준인 E를 받게 되면 다른 평가항목과 상관없이 바로 재건축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뒀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차공간이 극단적으로 부족하거나 층간소음이 매우 심각한 상태라면 구조적으로 안전해도 재건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E 등급은 100점 만점에 20점 이하를 받는 수준으로, 사례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안전진단 판정 결과 중 '조건부 재건축'의 실효성도 강화된다.

조건부 재건축은 안전진단 결과 구조 안전성에 큰 결함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자체가 재건축 시기를 조정하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하는 판정 유형이다.

그러나 대부분 단지가 시기 조정 없이 바로 재건축에 착수해 '재건축' 판정과 차이 없이 운용되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경우 시설안전공단 등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거치도록 의무화한다.

시장·군수가 안전진단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인 '현지조사'도 한국시설안전공단이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전문기관이 참여해 조사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포항 지진 등을 감안해 이미 안전상 문제가 확인된 건축물은 추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추진하도록 허용키로 했다.

현재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안전진단 D·E 등급을 받은 경우에도 재건축을 하려면 다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상 안전진단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앞으로는 도정법에 의한 안전진단은 생략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지진 등 재난으로 인해 취약해진 건축물을 신속하게 재건축할 수 있게 된다.

국토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도정법 시행령과 안전진단 기준 개정안을 21일 입법예고 및 행정예고할 예정이다.

이르면 3월 말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최초로 안전진단 기관에 안전진단을 의뢰하는 단지부터 새로운 기준이 적용된다.

현재 30년으로 돼 있는 재건축 가능 연한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나 결정된 것은 없다"며 "전문가와 지자체 등과 협의하며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재건축 연한을 채웠지만 안전진단을 받지 못한 단지는 서울에만 10만3천822가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상계동 등지의 준공 30년 안팎의 중층 아파트 단지들이 직격탄을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