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강화,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초과이익 환수에 이어 앞으로 분양가 상한제까지 도입되면 재건축 사업에 4중 족쇄가 채워지는 셈이다.”(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새 아파트 수요는 넘치는데 재건축 속도를 늦춰 공급을 줄이면 수급 불균형만 커져 장기적으로 주택 가격이 더 뛰게 된다.”(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

부동산 전문가들은 20일 정부가 발표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에 대해 당분간 재건축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겠지만 서울 강남 등의 집값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조치로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한 재건축 단지를 비롯해 분양권, 입주 초기 단계의 새 아파트로 수요가 삐져나오는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견해도 많았다.
"재건축 '입구' 봉쇄… 집값 안정 효과는 불투명"
◆재건축 시장은 직격탄 예고

우선 전문가들은 당분간 초기 재건축 단지를 위주로 재건축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안전진단 기준 강화는 초기 재건축 단지를 규제해 재건축 사업과 집값 거품 간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신호를 주겠다는 결정”이라며 “서울에 1987~1989년 준공된 단지만 14만 가구가 넘는데 이제 막 재건축 추진을 시작한 단지들은 가격 상승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도 “재건축 사업의 기초 격인 안전진단부터 기준이 강화된다면 사업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가격 급등세가 주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갑 전문위원도 “종전처럼 투자 수요가 몰리긴 힘들다”고 덧붙였다.

◆공급 부족 따른 풍선효과 우려도

재건축 시장 위축이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서울에서 사실상 유일한 공급 수단인 재건축 사업이 막히는 만큼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안전진단을 통과한 재건축 단지나 안전진단 절차가 필요 없는 재개발 사업 등에 유동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당장 사업 진행을 할 수 있는 재건축 초기 단지의 희소성이 커질 것”이라며 “안전진단 절차를 통과한 서울 압구정 등의 몸값은 오히려 더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함영진 센터장도 “한남뉴타운, 흑석뉴타운 등 재개발 사업 추진 단지나 신규 분양 단지에 유동자금이 대거 몰릴 것”이라고 짚었다.

고준석 센터장은 “투자자 일부는 재건축 시장에서 기존 일반 아파트 시장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며 “분양권이나 입주 무렵의 새 아파트 가격이 올라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상우 애널리스트도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가 몰리는 것은 기존 단지가 아니라 재건축한 새 아파트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며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선한결/설지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