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시 주택 경매시장이 조선업 불황 여파로 꽁꽁 얼어붙고 있다.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60%대로 떨어지고 감정가의 절반에 새 주인을 찾는 물건도 늘고 있다.

'시세 반값 수준'… 거제 아파트 경매시장 '한파'
13일 법원경매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거제시 주거시설 경매 평균 낙찰가율은 60.2%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80.4%) 대비 20.2%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지난달 25일 거제시 고현동 ‘덕산베스트타운’ 15층 전용면적 74㎡ 물건은 감정가 1억6400만원에 나와 두 번 유찰 끝에 1억2569만원에 팔렸다. 조선업 불황이 시작되기 전인 2014년 8월엔 최고 2억1500만원에 팔린 주택이다. 같은 날 창평동 ‘거제수창프라임시티’ 전용 59㎡는 3회 유찰된 물건이 821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 1억2900만원의 64% 수준이다. 이 주택은 감정가가 매겨진 작년 5월에 1억2000만원에 팔렸으나 지난달 저층 매물이 일반 매매시장에서 8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시세가 크게 떨어졌다.

감정가의 반값 수준에 팔리는 아파트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달 낙찰된 19건 중 4건이 낙찰가율 50%대에 손바뀜됐다. 옥포조선소가 있는 옥포동 일대 아파트 물건들이 대상이다. 지난달 11일 옥포동 ‘옥포국민’ 아파트 전용 54㎡는 감정가 1억원에 나왔지만 절반 가격인 5310만원에 낙찰됐다. 인근 ‘옥포혜성’ 아파트 전용 40㎡ 물건도 감정가(8000만원)의 54%인 4350만원에 팔렸다.

경매의 관심도를 보여주는 평균 응찰자 수도 확 줄었다. 2016년 1월엔 평균 6.5명이 응찰했지만 지난달 응찰자 수는 평균 4.1명에 그쳤다. 응찰자가 줄면서 유찰 물건은 늘고 있다. 지난달 주택은 57건이 경매시장에 나왔으나 3분의 1에 불과한 19건만 새 주인을 찾았다. 낙찰된 물건은 평균 2.8회 유찰을 거쳤고 새 물건이 낙찰된 경우는 없다.

조선업이 불황을 겪으면서 경기 침체가 지속돼 경매시장도 한파가 불고 있다는 분석이다. 거제 일대 기업의 구조조정 등이 이어지면서 조선업 고용보험 피보험자는 2015년 7만6098명에서 지난해 8월 5만2809명으로 2만3289명이 줄었다. 지난해 말 거제시 인구는 25만4073명으로, 1년 전(25만7183명)보다 3110명 감소했다.

이창동 지지옥션 연구원은 “거제 일대는 지난해 초부터 경매 물건이 늘었고, 하반기부터는 낙찰가율 하락세가 뚜렷하다”며 “지역 경제가 하향세다 보니 낙찰가율이 60%대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