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이 늘어나는 서울 청담동 명품거리 건물들에 임차인 모집 간판이 걸려 있다.  /민경진 기자
공실이 늘어나는 서울 청담동 명품거리 건물들에 임차인 모집 간판이 걸려 있다. /민경진 기자
“한 번 명품거리를 떠난 브랜드는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청담동 C빌딩 관리인 김인곤 씨)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명품거리 대로변에 있는 C빌딩 1층은 5개월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 말까지 프랑스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가 입점했던 건물이 공실로 방치돼 있다. 가까운 대로변 건물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명품 브랜드가 입점한 건물 5개 중 1개꼴로 임대 안내 간판이 붙었다. 백인범 부동산갤러리 대표는 “손님 발길이 끊기고 명품 상권이 침체됐다”며 “상가 임대 문의도 뚝 끊긴 상황”이라고 전했다.

◆월세 내려도 문의 ‘뚝’

9일 청담동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청담사거리에서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까지 약 1.4㎞ 구간의 청담동 명품거리 대로변 건물 52개 중 12개가 임차인을 구하고 있었다. 지상 3~6층 규모의 건물 중 전체가 통으로 비어 있는 건물도 3개나 된다. 지난해 중순까지 공실이 거의 없었던 이면도로 빌딩에도 2~3개 건물당 하나 이상의 점포에 임대 안내 종이가 붙어 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조르지오아르마니, 디올, 버버리 등 명품숍이 즐비했던 거리가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현장 레이더] 청담동 명품거리 '명품 떠난 빈 자리' 늘었다
대로변 건물 1층 전용 231㎡의 임대료는 5000만원으로, 3.3㎡(평)당 70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상반기 신사동 가로수길의 3.3㎡당 평균 임대료(41만원)를 크게 웃돈다. 대로변 6층 건물을 통으로 빌리면 보증금 50억원에 매달 2억원에 이르는 임차료를 부담해야 한다.

이면도로 임대료도 버겁긴 마찬가지다. 청담동 청담하이츠빌라 인근 건물 1층 점포(전용 429㎡)의 임대료는 3000만~3500만원 수준이다. 2·3층은 1800만~1900만원대로 조금 저렴하다.

인근 식당·주점 역시 자리를 뜨고 있다. 유동 인구가 적어 수익이 나지 않아서다. 청담동에서 이탈리아 수입 의류 편집숍과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는 김민수 씨는 “수입 의류는 그런대로 수익이 나는 편이지만 레스토랑과 카페는 장사가 안 돼 폐업하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올 들어 건물주들이 임차인을 들이기 위해 임대료를 20% 가까이 내리겠다고 해도 입점 문의는 끊겼다. 고갑주 럭키부동산컨설팅 대표는 “공실이 늘자 요지부동이던 건물주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임대료를 내리고 있지만 상권이 활성화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과 협소한 주차공간 영향 커

강남구는 2012년 6월 청담동 일대를 ‘청담문화거리’로 지정했다. 2~3년 전 명품 브랜드들이 홍보 효과를 누리기 위해 앞다퉈 명품거리에 입점하면서 임대료가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명품 소비가 줄고 중국인 등 해외 관광객 발길도 끊겨 상권이 맥을 못 추고 있다. 매장을 직접 방문하는 대신 온라인 쇼핑몰, 면세점 등을 이용해 명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증가한 것도 주요 이유다.

이면도로 주차 공간이 협소해 이용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적이 드문 낮 시간대엔 거리가 한산하지만 오후나 저녁 등 손님이 주로 찾는 시간대엔 발레파킹을 맡기려는 차량으로 거리가 분주해지기 일쑤다.

청담동 인근 C공인 관계자는 “20년 전쯤 주거지였던 곳에 상가가 들어서 주차 공간이 전반적으로 협소하다”고 지적했다. 상반기 샤넬 플래그십스토어가 새 건물을 짓고 문을 열 예정이다. 일대 중개업소들은 “분위기가 반전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고 전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