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오 씨.
주지오 씨.
부산 출신인 주지오씨(32)는 군대에서 전역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청년이다. 이미 군대 가기 전 20대에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 8,000명에 달하는 그의 네이버 밴드 회원들은 그가 전역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가 지역별로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듣기 위해서다.

그는 전역하자마자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에서 무료 강연을 진행 중이다. 강의 요청이 쇄도해서다. 그는 강의장에서 1000여만 원을 들여 제작한 강의교재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강의료도 한 푼도 받지 않고 있다. 그를 2년간 기다려주고, 찾아주는 회원들이 눈물겹게 고마워서다.

그는 군대 가기 전부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 지식을 아낌없이 퍼줬다. 자신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든 수백 페이지짜리 전국 입주물량 자료를 8000여 명의 네이버 밴드 회원들에게 공짜로 나눠준다. 손수 제작한 70페이지짜리 강의 교재도 공짜로 제공한다. 정성 들여 만든 (세계에서 유일한)자료와 지식을 나누어주는 삶이 즐겁다고 한다. 그로부터 20대에 경제적 자유를 얻은 비결과 나눔의 삶을 실천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수익 모델이 뭔가

-가치투자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액만큼만 지급하고 집을 사는 투자다. 전세가엔 거품이 단 1%도 없다. 수요자들이 주거를 위해 기꺼이 지급하는 가격이다.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가 극단적으로 좁혀졌다면 매매가격에도 거품이 전혀 없는 것이다. (사실 매매가는 거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저평가다.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 내 집이 주는 심리적 안정 등을 감안할 때 매맷값은 전셋값보다 비싸야 한다.)

그런데 향후 2년 동안 입주물량이 필요 가구 수 대비 부족하다고 가정해보자.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전셋값은 올라간다. 전셋값에 밀려 매매가격도 올라간다. 전셋값이 5000만 원 오르면, 매매가격도 적어도 5000만 원은 오른다. 현시점에서 보면 집값이 저평가된 것이다. 가치보다 저평가된 집을 사는 행위이니 당연히 워렌 버핏이 말하는 가치투자다.

투자 대상은 철저히 향후 2~3년간 신규 입주물량이 부족한 곳이다. 입주 가구 수가 필요 가구 수보다 부족한 곳을 사들인다. 필요가수는 전체 가구 수에 0.005를 곱해 산정한다. 여러 교수가 낸 논문을 보니 필요가구 수 추정이 제각각이었다. 여러 논문의 평균 수치가 0.005다.
대구광역시 아파트 공급량
대구광역시 아파트 공급량
건설사들이 필요 가구 수만큼 꾸준히 아파트를 공급한다면 나에겐 기회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시장이 좋을 땐 대거 공급하고, 나쁠 땐 공급을 대폭 줄인다. 입주 가구가 지나치게 많거나 부족한 현상이 사이클처럼 반복된다.

▶적정 공급량은 광역으로 판단해야 하나

-우선 기초자치단체별로 봐야 한다. 이후엔 생활권인데 여기서 발품이 중요하다. 거주민들이 어디로 출퇴근하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동선이 겹치는 곳은 영향을 함께 받는다. 예컨대 서울 강동과 하남에 입주물량이 많다면 분당이 영향을 받는다.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이들의 대체지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서울 도심 출퇴근권인 일산은 김포와 파주의 물량에 영향을 받는다.
지방에서 대전 유성구의 경우 세종시에서 새 단지가 입주할 때마다 전셋값이 크게 흔들렸다. 지금은 세종의 전셋값이 낮은 편이지만 4생활권이 완성되면 가격이 오르면서 대전 집값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구 대전 경기 인천 서울 등 전국이 대상이라고 들었다

-전국을 투자 대상으로 삼으면 언제나 투자할 곳이 있다. 2005년 이후 전국이 제각각 움직이고 있어서다. 수급 여건이 지역마다 다른 까닭이다. 서울 사람들은 2009년 이후 투자에서 손을 놨다. 수도권만 쳐다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9년부터 부산 울산 대구 순으로 시차를 두고 집값이 폭등했다. 중심지는 두 배 이상 올랐다. 수도권은 2013년 하반기부터 상승했다. 나는 이런 흐름을 좇아 지방에서 충분히 수익을 남긴 후 2013년 수도권으로 진입했다. 요즘은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고 있다.

전국 기준으로 보면 지금도 막 오르기 시작하는 곳도 있고, 과열된 곳도 있고, 침체가 시작된 곳도 있고, 바닥을 헤매고 있는 곳도 있다. 요즘은 서울 사람들보다 지방 사람들이 투자를 더 잘한다. 전국을 무대로 삼는 까닭이다.
서울 강남4구 아파트 공급량.
서울 강남4구 아파트 공급량.
▶서울 강남이 뜨거운데 지방으로 발길을 돌린 이유는

-너무 뜨거운 시장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뜨거운 물엔 데이기 십상이다. 투자 목적이라면 지금 서울 강남에 들어가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집값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지만, 수익률에 비해 리스크가 크다고 본다.

나는 강남에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인들보다 빨리 경제적 자유를 쟁취할 수 있었다. 투자는 철저한 수익률 게임이다. 대구 투자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2000만 원(매매가 2억 원, 전세가 1억 8000만 원)에 한 아파트를 매입했다. 이후 2년간 1억 원 올랐다. 세금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 계산하면 수익률 500%다.

반면 현재 전세가 1억 원, 매매가 10억 원인 강남 재건축아파트를 2013년에 샀다고 가정해보자. 낡고 비좁은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전셋값이 싸 투자금이 9억 원이나 든다. 이 아파트는 현재 18억 원이다. 그럼 수익률은 100%다. 최저점에 샀다고 해도 수익률은 100% 수준이다.(물론 대출을 끼고 살 수는 있지만 이자 리스트에 노출된 대출 대신 전세를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게 나의 투자방식이다.)

투자는 수익률 게임이다. 철저히 투자금액을 최소화해 수익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투자시 최대 금액은

-한채당 5000만 원을 넘지 않는다.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5000만 원 이하인 아파트를 사들인다. 투자금액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매입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한다. 경험적으로 보면 주로 일반인들이 시장을 가장 비관적으로 전망할 때 매입 타이밍이 생긴다. 잔금 일은 계약 시점으로부터 3개월 후로 잡는다. 충분한 기간을 두고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서다. 비수기에 계약해서 성수기에 전세를 맞추면 투자금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장마철과 11~12월이 가장 비수기다.

나홀로아파트나 주상복합은 철저히 피한다. 특히 주상복합은 통풍이나 채광 문제가 발생한다. 평범한 성냥갑 아파트가 좋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다. 기후 여건상 우리나라 국민은 이런 집을 가장 선호한다.
[집코노미] 20대에 경제적 자유 얻은 비결은 "투자목록에서 강남 뺐기 때문"
▶인구가 줄어도 전셋값이 오르나

-인구가 줄어도 전세 수요는 늘어난다. 세대수가 쪼개지는 까닭이다. 부산의 경우 1995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인구가 증가한 적이 없다. 그런데 집값은 많이 올랐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녀 세대가 결혼 후 분가를 선택하다 보니 집이 더 필요해진 것이다. 인구 2만 명이 감소하는 동안 1만 5000세대가 증가했다. 공급이 안 된다면 당연히 집값이 오른다. 물론 입지 좋은 신축 아파트가 가장 앞서 간다.

▶오피스텔 원룸 등 수익형 부동산 전망은

-강의할 때 ‘아무리 부동산이 떠도 원룸형 오피스텔은 절대 사지 말라’고 말하는 편이다. 명확한 이유가 있다. 전용면적 40㎡ 이하 소형 오피스텔 공급이 너무 많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 대체재인 도시형생활주택도 엄청나게 공급됐다. 빈집이 생겨날 정도로 많이 지었다. 그러다 보니 월세가 안 올랐다.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른다면 자연히 오피스텔 공급이 줄어들 것이다. 오피스텔 입주물량이 급감하는 시점에 투자를 고민하면 된다.

▶혼자서 열심히 정리한 전국 입주물량 데이터를 공짜로 공개하는 이유

-24살 때 처음 강의를 했다. 보잘것없는 대학생에게 열광해주던 이들이 고마웠다. 수강생들은 나를 만나기 위해 소중한 시간을 쓰는 이들이다. 적어도 시간 아깝다는 얘기는 듣지 말아야 한다. 제대 후 무료특강을 진행 중이다. 대관료와 교재비까지 1000만 원가량의 비용이 들지만, 공짜로 진행한다. 2년여의 공백이 있었는데도 잊지 않고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눈물이 난다. 베푸는 것이 궁극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된다.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의 실력도 늘어난다. 다양한 의견을 접하면서 독단적으로 빠지는 것도 예방할 수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그저 편하게 살고자 한다면 유료 컨설팅을 하면 될 것이다. 제의도 있었지만 한 번도 고려해본 적은 없다. 사학자가 꿈이었는데 도시계획을 전공(박사과정)했고 지금은 부동산 투자자가 됐다. 역사와 지리로 경제를 풀어내는 사회과학 책 집필을 염두에 두고 있다. 도시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낼 예정이다. 모든 도시가 대상이다. 이 책 하나만 읽어보면 그 도시에 대해 완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같은 필독서로 만들 생각이다.

내가 알게 된 것들을 그렇게 남들과 나누고, 원하는 일을 하면 그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다. 미래에 가서 과거의 나를 돌아봤을 때 부끄럽지 않도록.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