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이주 시기 조정권’이 강남권 재건축단지의 사업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한 강남권 노후 아파트단지의 관리처분계획을 정부기관에 맡겨 재심사하라는 정부 권고를 강남3구가 거부한 상황에서 서울시가 압박할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는 26일 열리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송파구 잠실진주, 미성·크로바아파트와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의 이주 시기가 논의된다. 서초구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방배13구역, 한신4지구의 이주계획도 조만간 위원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이들 단지는 가구당 최고 8억원에 이르는 재건축 초과이익부담금을 피하려고 지난해 서둘러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했다.

이주시기조정위원회는 조합이 구청에 제출한 관리처분계획 가운데 가구 수와 이주계획의 적절성을 서울시가 심의해 이주 시기를 결정하는 단계다. 기존 주택이 2000가구를 넘거나 멸실 가구가 해당 자치구 주택 재고의 1%를 초과하면 의무적으로 거쳐야 한다.

잠실 진주아파트와 미성·크로바아파트는 신천동에 나란히 자리 잡은 데다 두 단지를 합치면 3000가구에 가까워 이주 시 주변 부동산시장 파급력이 상당하다는 게 서울시의 분석이다.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통합 재건축도 2000가구가 넘는다.

재건축단지들은 서울시 주거정책심의위에서 이주 시점이 확정돼야 신축 아파트 분양 계획과 이주 계획 등을 승인받는 재건축사업 마지막 절차인 관리처분인가를 받을 수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주 시기는 관리처분인가 여부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사업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사업성에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며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단지 가운데 상당수가 조합 내 소송과 시공사 선정을 둘러싼 잡음을 겪고 있어 서울시가 개입할 여지가 많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주 시기 심의 대상이 아닌 소규모 단지에 대한 자치구의 관리처분인가에도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각 자치구는 이주시기조정위 안건으로 상정하면서 이전 6개월간 이주 자료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소규모 단지라도 이주 시기가 겹치거나 물량 완급 조절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이주 시기 결정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서초구는 국토부가 권고한 외부기관 검토를 받아들이지 않은 데 이어 관내에서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단지 가운데 이주 시기 심의 대상이 아닌 경우 자체 검토를 거쳐 차례로 인가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서초 신동아, 신반포 13·14·22차 등이 해당된다.

서초구 관계자는 “내부 검토 단계를 거쳐 이르면 이달 말부터 인가를 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치구의 재량이 작용하는 선에서 재건축조합이 관리처분인가를 받는 데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설명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