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그는 서민용 임대주택 20만여 가구를 공급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서민 주거 안정에 가장 많은 공을 세운 기업 오너가 임대주택 입주자의 집단 민원 등이 원인이 돼 검찰 포토 라인에 선 모습은 역설적이다.

부영의 사업모델은 국내에서 유일무이하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기업을 제외하곤 어떤 기업도 임대주택 공급을 주력 사업으로 삼은 곳이 없다.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돈이 되지 않고 임대기간 동안 민원이 끊이지 않아 부영을 제외하고는 모두 몇 번 해보다 손을 뗐다”고 말했다. 부영은 1983년부터 2018년 2월 현재까지 총 348개 단지, 27만 가구 이상을 공급했다. 이 중 임대주택만 247개 단지, 20만 가구가 넘는다. 그동안 11만 가구는 분양주택으로 전환돼 서민들의 ‘첫 번째 내 집’이 됐다. 1972년부터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시작한 LH가 작년 말 비로소 임대주택 100만 가구를 달성한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부영이 없었다면 서민들의 내 집 없는 설움은 더욱 컸을 것이다.

그럼에도 부영은 늘 집단 민원 대상이 됐다. “임대료 상승률을 낮춰라” “분양전환가를 낮춰라”는 요구가 대부분이다.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은 표를 의식해 기회가 될 때마다 부영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검찰 수사도 임대주택 거주자들의 집단 민원 등이 발단이 됐다는 분석이 많다.

민원인 주장과 달리 부영의 임대료와 분양전환가 책정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3년 임대주택으로 공급된 강릉6차는 2013년 말 8400만원대에 분양전환 승인을 받았다. 당시 감정평가금액은 이를 훨씬 웃도는 1억1700만원대였다. 검찰도 부영이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시행령에서 정한 ‘임대료 5% 상한’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주거비 물가지수 등을 고려해 합법적으로 임대료 인상률을 결정했다고 인정했다. 검찰은 일부 단지 인상률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해서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국정감사 등에서 앞다퉈 부영을 ‘파렴치한 임대업자’로 몬 지자체장과 의원들은 이런 판단엔 침묵하고 있다.

부영은 현재 비자금 조성, 일감 몰아주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법조계 일부에선 집단 민원을 의식한 전형적인 ‘먼지 털기식 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법을 위반했다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떼법’이 발단이 됐다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건설사가 멸종할까 두렵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