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대항력 있는 임차인 있다고… 무조건 겁먹을 필요 없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속담이 있다. 경매시장에서도 그렇다. 경매로 내 집 마련에 나선 매수인은 경매 물건에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으면 지레 겁을 먹기 일쑤다. 보증금을 인수(부담)하는 것으로 생각해서다. 하지만 임차인의 대항력이 언제나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근저당권, 가압류 등의 기준권리보다 앞선 시점에 주택 인도와 함께 전입신고를 마친 경우에만 인정된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참조).

원칙적으로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보증금은 매수인이 인수해야 한다. 그러나 매수인이 무조건 보증금을 인수하는 것은 아니다. 매수인은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전부 배당받지 못한 경우 그 잔여 보증금만 인수하면 된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전부 배당받았다면 매수인이 보증금을 인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이렇듯 매수인은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사정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매수인이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보증금을 인수해야 하는지, 아니면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지 판단하는 일이다.

판단 기준을 보자. ①전입신고 및 확정일자가 기준권리보다 빠르고 배당요구종기까지 배당을 신청해 보증금을 전부 배당받은 경우, 매수인은 임차인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러나 ②전입신고 및 확정일자가 기준권리보다 빠르고 배당요구종기까지 배당을 신청해 보증금 일부만 배당받은 경우 ③전입신고만 기준권리보다 빠르고 확정일자는 기준권리보다 늦은 경우 ④전입신고만 기준권리보다 빠르고 확정일자가 없는 경우 ⑤전입신고 및 확정일자가 기준권리보다 빠른데 배당요구종기일보다 늦게 배당 요구를 한 경우 ⑥전입신고 및 확정일자가 기준권리보다 빠른데 배당 요구를 안 한 경우 등에는 매수인이 임차인의 보증금 일부 또는 전부를 인수해야 한다.

그런데 경매 물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외로 ①과 같은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족을 내세운 위장(가짜) 임차인도 많다. 임대차계약이 통정 또는 허위표시면 무효가 된다. 예를 들어 임대차계약 형식을 빌려 기존 채권을 임대차보증금으로 대체하기 위해 주택 인도와 전입신고를 마쳤다면 대항력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대법원 2000다24184 참조). 두 경우 모두 매수인이 인수해야 하는 보증금 부담이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다고 무조건 놀랄 일은 아니다. 매수인에게 약이 되는 임차인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