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형 오피스빌딩 공실률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월 임대료도 떨어지고 있다. 대형 빌딩이 잇따라 준공돼 공급이 늘어난 데다 임차기업 등이 판교와 마곡지구 등 신흥 오피스촌(村)으로 옮기고 있어서다.

◆텅 빈 빌딩 늘어…임대료도 내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회사 JLL(존스랑라살르)은 지난해 4분기 서울 대형 오피스 빌딩 공실률이 11.7%로 전분기보다 0.2%포인트 올랐다고 2일 밝혔다. 3.3㎡당 빌딩 실질 월 임대료는 8만8467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1.5%포인트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서울 도심권, 여의도권, 강남권 등 3대 오피스 권역의 연면적 3만㎡ 이상(A급) 업무용 빌딩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다.

연간 기준으로도 서울 전체 공실률은 지난해 1분기(10.8%)보다 0.9%포인트 상승했다. 도심 및 강남권에 비해 여의도권이 공실률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여의도권은 지난해 1분기 13.6%에서 4분기 19.4%로 5.8%포인트 급등했다. 반면 도심은 연초와 비슷한 수준이었고 강남권(6.4%→5.2%)은 오히려 낮아졌다.
서울 대형 오피스빌딩 공실 늘고 임대료 '뚝'
여의도권의 주된 공실률 상승 요인은 IFC에 입주해 있던 LG전자와 HP빌딩의 HPE(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가 각각 마곡지구와 판교 등으로 옮기는 등 기업 이주가 많았기 때문이다. 인근 여의도 한화63시티도 지난해 4분기 서울 전체 공실률이 0.7%포인트 오른 9.2%를 기록했다.

주요 빌딩 공실률이 지속됨에 따라 서울의 3.3㎡당 월 임대료는 8만8467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1.5%포인트 내렸다. 연간으로 보면 연초 9만726원에서 8만8467원으로 2259원(2.5%) 하락했다. 원빌딩 오동협 대표는 “공실률을 줄이기 위해 도심과 여의도권에 있는 일부 빌딩은 에서 무상 임대기간(렌트프리) 및 인테리어 공사기간 지원 등 임대료 할인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피스빌딩 거래는 활발”

올해는 센트로폴리스(도심), 한국교직원공제회빌딩(여의도), 강남 N타워와 루첸타워(강남) 등이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공실률이 더 높아질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올해 서울 오피스시장 임대료 등은 다소 개선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는 전문가가 많다. 박성민 JLL 리서치 팀장은 “지난해에 비해 렌트프리와 같은 인센티브 상승세가 주춤하고 실질 임대료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남 글로벌PMC 대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오피스 수요 회복이 예상되고 정보통신기술(ICT), 모바일, 공유오피스 업체들의 안정적인 수요가 오피스 수요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시장은 지난해 4분기부터 활기를 띠고 있다. 메트로타워(옛 서울역 GS역전타워), POBA 강남타워, 서부금융센터(신도림), 아이콘 역삼빌딩, 현대그룹의 연지동 사옥 등 30여 건이 거래됐다. 올해도 준공 예정인 센트로폴리스와 역세권 대형 빌딩이 매물로 나와 국내외 투자자 관심이 지속될 전망이다.

장재훈 JLL 대표는 “지난해 4분기 빌딩 매매 수익률이 4.5%를 유지하고 있고 올해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석 LB자산운용 대표도 “북핵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면 투자심리 개선과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올해 매매 시장은 활기를 띨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