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포커스] 재건축 초과부담금 청구서 5월부터 발송 … '판도라 상자' 열리나
재건축 초과부담금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서울 강남권 재건축 한 단지의 1인당 평균 초과부담금이 8억4000만원에 이른다고 발표하자 주택시장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각 조합은 자체적으로 추정해온 부담금과 차이가 너무 크다며 충격에 빠졌다. 일부 조합은 위헌 소송을 준비 중이다.

국토부의 초과부담금 환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오는 5월이면 각 조합은 소속 구청이 발송하는 ‘재건축부담금 청구서’를 받는다. 이를 토대로 조합은 관리처분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국토부는 이미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한 단지들까지 다시 점검에 나섰다. 최근 국토부는 서울 내 자치구 관계자들에게 “(재건축 초과부담금을 피하려고 지난해 하반기에 급하게 신청한) 관리처분계획을 철저히 검토해 인가해달라”고 주문했다. 주무부처로서 그동안 재건축시장에 만연한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당연한 업무라는 설명이다.

◆아파트 적용은 처음…가보지 않은 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 사업으로 발생한 개발이익 독점을 방지해 사회적 형평과 주택가격 안정을 추구할 목적으로 제정됐다. 집값이 전반적으로 크게 오른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9월25일 처음 시행됐다. 2012년 12월18일까지 서울 용산 등 4개 연립주택 단지에만 적용됐다. 이날 이후 2년간 유예됐다가 2014년 12월 말 다시 3년간 더 미뤄졌다. 올해 들어 부활했다.

재건축부담금은 종료시점 주택가액에서 개시시점 주택가액과 정상주택가격 상승분 총액, 개발비용 등을 빼서 계산한다. 총액 기준이다.

부과 개시시점은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설립일이다. 다만 개시시점부터 종료시점까지 10년이 넘으면 종료시점에서 역산해 10년이 되는 날을 개시시점으로 본다. 보통 추진위 설립에서 준공까지는 10년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은 만큼 준공시점에서 10년 전을 보통 부과시점으로 보면 된다.

개시시점 주택가격은 공시가격 기준이다. 정상주택가격 상승분은 개시시점 주택가액에 정기예금 이자율 또는 평균주택가격 상승률 중 높은 걸 곱해 정한다. 평균주택가격 상승률은 한국감정원 자료를 따른다.

◆무상 기부하면 개발비용 인정

개발비용은 공사비, 설계감리비, 부대비용 등의 경비와 제세공과금이다. 공공시설 또는 토지 등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한 경우도 비용으로 본다. 다만 기부 대가로 용적률 완화 등 혜택을 봤을 땐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무상 기부여야 한다는 뜻이다.

종료시점 주택가액은 준공시점에 조합원분 감정가와 일반분양가, 소형주택 인수가격을 모두 합산한 금액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법 9조는 “종료시점 주택가액은 한국감정원에 의뢰해 조사 산정한 가액으로 하며 이는 공시가격에 준하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과정으로 산출된 금액을 조합원 수로 나눈 것(조합원 1인당 평균이익)이 3000만원을 넘으면 누진 과세한다. 3000만원 초과~5000만원 이하일 경우 3000만원 초과 금액의 10%에 조합원 수를 곱하면 총부담금이 나온다. 5000만원 초과~7000만원 이하일 땐 <200만원(5000만원-3000만원×10%)+5000만원 초과금액의 20%>에 조합원 수를 곱하면 총부담금이다. 1억1000만원을 넘으면 (2000만원+1억1000만원 초과금액의 50%)에 조합원 수를 곱하면 총부담금이 나온다.

국토부가 지난 19일 밝힌 ‘서울 강남권 모 재건축 단지 1인당 평균 8억4000만원’은 자체 기준으로 산출한 총부담금을 조합원으로 단순하게 나눠 계산한 것이다. 실제로는 이렇게 부과되지 않는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4조는 ‘조합원별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에 기초해 조합원별 재건축부담금의 분담비율을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인별로 얼마나 이득을 남겼는지 따져 차등 부과한다는 얘기다. 조합원별 추가분담금<재건축 종후자산평가액-(종전자산평가액×비례율)>이 개인마다 다른 만큼 초과부담금도 달라지는 것이다. 즉 조합은 기존 관행으로 작성하던 관리처분계획과는 완전히 다른 새 관리처분계획을 짜야 한다.

◆법조계, 위헌성 여부 의견 갈려

재건축부담금의 위헌성을 예단하긴 쉽지 않다. 법조계 의견도 갈린다. 위헌성이 있다는 쪽에선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는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고 부담금 산출식이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개시시점 가액은 공시가격 총합, 준공시점 가액은 감정가(조합원분)와 일반분양가 총합으로 보는 게 대표적이다. 기준이 다른 항목을 빼는 오류를 범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위헌 소지가 없다는 견해도 많다. 많게는 수십억원씩 가치가 치솟는 재건축 아파트 급등 현상은 말 그대로 ‘다시 건물을 짓는’ 재건축 행위와는 상관없는 사회적 가치가 크게 개입된다는 지적이다. 즉 주변의 교통·교육·문화시설 등 공적 인프라가 집값 상승에 크게 기여하기 때문에 상승분을 조합원이 독점하지 못하게 환수하고 이를 다시 공적 개발에 투입하는 재건축부담금은 충분히 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재건축부담금의 절반은 국토부 주택도시기금에 전입되고, 나머지 절반은 지방자치단체 정비사업 등에 쓰도록 돼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