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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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재건축아파트가 몰매를 맞고 있다. 사실상의 분양가상한제 적용·조합원지위양도 금지에 이어 재건축 연한 연장·안전진단 강화 방침이 나오더니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예상 분담금도 전격 발표됐다. 정부가 숨돌릴 틈도 주지 않고 재건축 아파트를 코너에 몰아붙이는 형국이다. 정부 의도대로 재건축 아파트값은 주저앉는 것일까? 또 신축·준신축아파트, 재개발 등에 풍선효과는 나타날까?

실전 재건축·재개발 투자자 5인에게 ‘규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전략’에 대해 물어봤다. 네이버 카페 ‘붇옹산의 부동산 스터디’ 운영자인 강영훈 대표, 재건축·재개발 전문 강사인 구만수 국토도시계획기술사사무소장, 이강재 부동산원스톱 카페 대표, 네이버카페 ‘하베의 꿈꾸는 부자들(하꿈부)’ 운영자 하베, 20년 차 실전 투자자 트루카피 등이다.(하베와 트루카피는 실명과 얼굴이 공개되는 것을 거부했다. 신상정보가 알려지면 실전 투자 활동에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강남 재건축아파트 투자 열기가 식을 것이란 데 동의했다. 그러나 공급 부족, 주변 신축·준신축단지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중장기적으로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재개발이나 리모델링, 신도시 등으로 투자 수요가 옮겨갈 것이란 관측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정부가 재건축초과이익 환수금액까지 계산해 공개했다.

구만수 국토도시계획기술사사무소장
구만수 국토도시계획기술사사무소장
▶ 구만수 소장 : 쓸 수 있는 카드가 바닥났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지방선거 전까지 강남발(發) 부동산 가격 과열 문제를 어떻게든 식혀야 한다는 조급증의 결과물이다.

▶ 트루카피 : 예상됐던 바다. 재건축 연한 연장, 초과이익환수제와 더불어 분양가 상한제까지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당시 부담금 등이 축소돼서 알려지는 등 잘못된 정보가 만연해 투자자들이 겁 없이 뛰어든 경향이 있다.

▶ 강영훈 대표 :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달아오르자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 안절부절못하는 투자자 또는 실수요자가 많이 보인다. 이들이 매수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 아닐까. 보유세 세제 개편안을 애초 예정한 8월에서 앞당기겠다고 흘리는 것 또한 같은 이유로 보인다.

▶ 이강재 대표 : 강남 중심의 규제 정책을 폈으나 집값이 안 잡히니 억지로 억누르려는 모양새다.

▶ 하베 : 정부 개입은 필연적으로 수요자들을 자극한다. 재건축시장이 더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다. 부동산은 시장에 맡겨두는 게 가장 좋다.

-강남 재건축 투자 열기를 식힐 수 있을까.

이강재 부동산원스톱 카페 대표
이강재 부동산원스톱 카페 대표
▶ 이강재 대표 : 강남 집값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지난해까지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을 하지 못한 단지에 대해서는 위협적이다. 보유세 인상카드까지 꺼내 들면 강남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 트루카피 : 가격보다 거래량, 사업 속도에 영향을 줄 것 같다. 8·2 대책으로 조합 설립인가 이후 전매가 금지돼있다. 상승 추세에서 매물이 없어지면 가격이 내려가기보다 거래가 안 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추진위 구성도 안 한 단지들은 환수제 부담금을 낮추기 위해 추진위 설립을 늦출 수 있어 장기적으로 사업 지연이 나타날 것 같다.

▶ 하베 : 학습효과가 있어서 강남 재건축이 쉽사리 잡히지 않으리라고 본다. 정부가 바뀌면 정책도 같이 바뀔 것으로는 기대가 많다. 물론 일시적 조정은 올 수 있다. 정책이 발표되고 3개월 안에 시장이 회복 안 될 경우 2년 정도 기간조정을 거칠 수 있다.

▶ 구만수 소장 : 선(先)진입한 투자자들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효과가 오래가기는 쉽지 않다. 지금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 공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기저에 깔려 있어서다.

▶ 강영훈 대표 : 새 정부 출범 이후 참여정부 때의 강력한 규제들을 모두 꺼내고 있는 것을 보면 공급 확대로 정책의 큰 틀을 바꾸긴 힘들 듯하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도심 소규모 정비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이를 통해 새집을 공급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지만 개인적으론 회의적이다.

-재건축 관련 규제가 주변 신·구축 아파트 가격을 자극할 것으로는 관측도 있다.

네이버 카페 '붇옹산의 부동산 스터디' 운영자 강영훈 대표
네이버 카페 '붇옹산의 부동산 스터디' 운영자 강영훈 대표
▶ 강영훈 대표 : 이미 풍선효과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주변 신·구축 아파트를 시작으로 점차 불이 옮겨붙을 가능성이 있다.

▶ 구만수 소장 :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처럼 특별한 대내외적 충격이 없는 한 신축 아파트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강남이 아닌 서울 전역으로 투자자들이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 아파트는 안전자산’이란 생각이 퍼진다면 투자 판단을 미루던 이들까지 투자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 트루카피: 우선 주변 준신축 단지나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한 단지들의 가격이 오를 것이다. 그러다 보면 그 가격이 결국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단지의 시세와 부담금 수준을 넘어서게 될 것이고 그때부터는 같이 오르지 않을까 싶다.

-재건축 단지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집코노미] '혼돈'의 재건축…실전 고수 5인에게 길을 묻다
▶ 구만수 소장 : 정부가 발표한 환수제 부담금 규모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 환수제 부담금의 규모는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정해질 것이다. 당장 결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단 향후 시장의 흐름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

▶ 강영훈 대표 : 조합의 대응을 눈여겨봐야 한다. 당장 올 4~5월께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조합들의 환수제 부담금 규모가 나오면서 해당 단지 조합원이나 투자를 고려 중인 예비 매수인들에게 알려질 것이다. 부담금을 내고 재건축을 계속 추진할 것인지, 아니면 환수제 유예 법률이 다시 생길 때까지 기다릴 것인지 등을 선택해야 한다. 리모델링 등으로 사업 방향을 선회할 것인지도 고민할 것이다. 사업 초기 단지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부담금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많다. 결국 각 단지별로 고민하고 판단할 문제다.

▶ 하베 : 앞으로 강남 재건축 시장에 진입하려면 감당할 수 있는 선 안에서 길게 보고 들어가야 한다. 실거주를 목적으로 대출을 받지 않고 10년 정도 장기적으로 보고 들어가는 것은 안심해도 된다.

-재개발이나 리모델링으로 투자가 몰릴 가능성은.

[집코노미] '혼돈'의 재건축…실전 고수 5인에게 길을 묻다
▶ 구만수 소장 : 재건축과 재개발, 리모델링은 투자자금의 규모가 다르다. 각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불이 옮겨붙는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고 보진 않는다.

▶ 하베 : 리모델링이 뜬다고 하지만 사업성은 재건축과 비교가 안 된다. 분당 등으로 리모델링 투자 수요가 옮겨갈 수 있다. 다만 그건 강남 재건축 진입 자체가 어려운 사람들 얘기다.

▶ 강영훈 대표 : 2000년대엔 재건축 사업에 대한 관심이 재개발 쪽으로 확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뉴타운 확대 등과 시너지를 낸 부분이 컸다. 지금은 인기지역이나 사업추진이 본격화되는 재개발구역들의 몸값이 오르는 편이다. 리모델링의 경우엔 선도 단지들의 사례가 롤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옥수동 극동아파트나 이촌동 현대맨숀 등이 선도단지 가격 움직임을 눈여겨봐야 한다. 다만 지금 시장은 투자자가 몰리는 장이라기보단 아직 주택을 구입하지 못한 실수요자들로 인해 움직이는 장으로 보인다.

▶ 트루카피 : 초기 재건축 단지를 싸게 잡기 위해 분당, 목동, 송파 쪽을 주목했던 투자자들은 강북 재개발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재개발은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요지에 있는 한남뉴타운, 성수뉴타운, 북아현뉴타운 등으로 많이 이동할 것 같다.

-그 밖에 ‘풍선효과’가 나타날 만한 지역이나 상품이 있을까.

▶ 구만수 소장 : 재건축아파트값이 조정을 받는다면 투자를 원하던 이들에겐 저렴하게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강남 진입을 희망하던 이들은 강남 재건축이 위축될 때가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다.

▶ 강영훈 대표 : 재건축과 재개발은 이미 5년 재당첨금지로 투자 유인이 없어지는 상황이다. 대출까지 막히고 있는 만큼 추가 투자를 한다면 기존 아파트를 전세를 낀 채 소액으로 매수하는 방법 정도일 것이다. 만약 매매가와 전세가의 갭(Gap)이 너무 커진다면 도심 역세권 등 기반시설이 탄탄한 지역의 다세대주택이나 일반주택으로 투자수요가 번질 가능성이 있다.

▶ 이강재 대표 : 1기 신도시 가운데 강남 접근이 쉬운 지역으로 투자수요가 옮겨가지 않을까 한다. 행정구역상 경기도라 할지라도 소득 수준이나 교통 여건 등이 서울 중심지구와 흡사한 광명, 과천, 분당 등이 투자대상이 될 수 있겠다.

▶ 하베 : 강남 재건축 투자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사실 정책보다 투자금이 문제다. 아무리 내가 들어가고 싶어도 투자금이 없으면 재개발에 투자하거나 갭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규제로 재건축 대신 다른 투자처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있다 해도 그들의 최종 목적지는 결국 강남 재건축일 것으로 생각한다.

-상담이나 강의 등을 통해 느낀 투자자들의 분위기는.

▶ 하베 : 작년 크리스마스 때부터 매수했다고 연락오는 투자자들이 많다.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을 거라는 생각으로 매수했다가 정책이 쏟아지니 불안해하고 있다. “매수했는데 폭락하면 어쩌죠?”라는 메일이 하루에도 몇십 통씩 들어온다. 그러나 불안감이 있다고 해서 매수세가 꺾이지는 않는다. 아주 아이러니한 시장이다.

▶ 트루카피 : 가격이 오를 것 같은 곳에 뛰어드는 실수요 일명 ‘조건부 실수요’는 시장이 하락하지 않는 이상 대타를 찾으려고 할 것이다.

▶ 구만수 소장 : ‘결국 수익이 되니 세금을 내는 것 아니겠는가’라는 반응이다. 투자자금이 모자란 게 문제일 뿐 규제 때문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이들은 보기 드물다.

▶ 강영훈 대표 :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이들은 전반적으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많다. 그런데 보유세와 관련해선 민감하다. 무주택자들의 조급함도 보인다. 어떻게든 집을 잡기 위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들이 보인다. 부동산 투자로 재미를 본 선행 투자자들의 경우엔 ‘다른 곳에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꾸준히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

이소은/전형진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