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대료 5% 제한에… 건물주 "1년 단위 계약하자"
정부가 상가 임대료 인상률을 연 5%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건물주들이 상가 계약 기간을 1년 단위로 줄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의 개정안이지만 현장에선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8일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상가 점포는 통상 2년씩 계약한다. 현행 5년인 상가의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계약을 갱신할 땐 2년, 2년, 1년 단위로 계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1년 단위로 계약하면 연 임대료 상한선이 5%여도 당초보다 임대료를 더 받을 수 있어 1년 계약을 선호하는 상가 주인이 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존의 연 9% 제한 땐 월세 100만원에 2년간 계약한 임대인은 월세를 최대 109만원까지 올릴 수 있다. 그러나 1년 단위로 계약하면 연 5% 제한을 두더라도 2년 뒤 110만원까지 임대료 인상이 가능하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임차인의 권리가 과거보다 상당히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수익률 악화를 우려한 상가 주인들이 1년 단위 계약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단순히 상한선만 내린다고 해서 임차인의 부담이 경감되진 않을 것”이라며 “1년 단위로 계약하면 임차인의 불안감만 높아질지 모른다”고 전했다. 미국발(發) 금리 인상도 예고된 탓에 대출 이자를 고려해 임대료 수준을 정하고 싶은 상가 주인들도 1년 단위 계약을 선호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연 5% 상한 제한이 시행되기 전 신규 임차인을 들이는 상가 주인들이 초기 임대료를 높게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당 법안이 적용됐을 때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임대차 계약 시 한국은행이 발표한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임대료를 일부 올린다는 특약을 거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기존과 같이 2년으로 계약하되 물가가 3% 올랐다면 기존 100만원인 임대료를 103만원으로 올리는 식이다. 선 대표는 “임대료의 표시 가격이 오르지만 실질 가치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며 “임대인의 수익률을 보전해 주면서 계약 갱신 단위를 2년으로 유지해 임차인의 불안감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 8일 해당 내용을 입법예고하면서 “임대료 폭등으로 골목상권을 일군 소상공인 등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완화하겠다”며 상가 임대료 인상률을 당초 연 9%에서 5%로 제한하는 안을 발표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정부는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령을 개정한 뒤 이르면 이달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