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세무전문가 3인 좌담회

집값 안정화 효과는 제한적…부작용 우려
임대등록 메리트 늘리고 과세 현실화 해야
왼쪽부터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 원종훈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팀장, 김근호 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장. 변성현 기자

왼쪽부터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 원종훈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팀장, 김근호 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장. 변성현 기자

“보유세를 인상해도 서울 강남 집값을 잡기는 어려울 겁니다. 세부담 상한이 있어 아무리 많이 내도 전년도의 1.5배만 내면 되는 데다 세부담을 세입자에 전가할 수도 있어서입니다. 양도세 중과로 출구도 사라져 자산가들이 매도보다는 보유를 선택할 겁니다.”

보유세 인상이 빨라질 분위기다. 당초 8월에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3월에 인상안이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청와대에서 흘러 나온다. 시중은행 세무 전문가들을 초청해 ‘보유세 인상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긴금 좌담회를 가졌다. 김근호 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장과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 원종훈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팀장이 보유세 인상의 영향과 문제점, 자산가 대응 전략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집코노미] "종부세는 징벌적 세금…집값 잡을 카드 아냐"

-보유세 인상 논의가 진행되면서 자산가들의 상담이 많이 늘어났을 것 같다.

▶우병탁 팀장 : 아직은 양도소득세나 증여 관련 상담이 대부분이다. 보유세 개편과 관련한 구체적 얼개가 나온 상황은 아닌 만큼 유의미한 절세전략 또한 없어서다. 현행 종부세 제도에서 절세 방법은 세 가지다. 부부 공동명의로 주택을 취득해 1주택자 공제금액(공시가격 6억원)을 12억원으로 높이거나 민간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방법이 있다. 처분을 고려하는 주택이 있다면 재산세 과세기준일인 6월 1일 전에 매도하는 방법 정도다.

-종부세 개편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까.

▶원종훈 팀장 : 여러 곳을 손댈 수 있지만 가장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현행 8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하는 것이다. 국회 통과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돼 신속하게 시행할 수 있다. 시행령만 손봐서 90~100%로 올릴 가능성이 있다.

▶김근호 센터장 : 일괄적인 조정이 아닌 투트랙도 가능하다. 예컨대 1주택자 중에서도 실거주자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70%로 낮추고 1주택 소유자는 기존대로 80%를 적용하는 것이다. 나머지 다주택자들에 대해서는 90~100%로 높이는 방안이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 변성현 기자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 변성현 기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하면 세금 부담은 얼마나 늘어나나.

▶우병탁 팀장 : 세부담 상한(직전년도의 50%)이 없다고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봤더니 1주택자의 세부담 증가율이 훨씬 높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100%일 때 1주택자의 세부담은 현재보다 최고 111% 늘어난다. 2주택자는 최고 60% 수준이다. 금액으론 다주택자의 증가분이 크지만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하는 1주택자의 세부담 상승폭도 무시할 수 없다. 만 60세 이상 고령자나 장기보유자에 대한 공제를 감안하더라도 1주택자의 조세저항이 클 수 있다.

▶김근호 센터장 : 세부담 상한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종부세는 한계가 명확하다. 아무리 많이 내더라도 지난해 냈던 세금의 1.5배만 더 내면 된다. 그리고 다주택자는 그 세금을 임차인에게 전가할 우려도 크다.

-보유세를 인상하면 집값이 안정될까.

▶우병탁 팀장 :
주택 보유에 대한 부담이 상승하더라도 보유세 특성상 재산가액 대비 비중은 여전히 작다. 시장에 매물이 증가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시세 상승분이 종부세 부담분보다 클 경우 투자자들은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근호 센터장 : 단순히 재건축 재료 하나 때문에 서울 집값이 올랐다고 보긴 힘들다. 교육 등 다른 정책 영향도 있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강남과 목동 같은 일반학교가 좋은 곳으로 몰리고 있다. 보유세 인상으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심화한다면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더욱 오를 가능성이 있다.

▶원종훈 팀장 : 10여년 전 데자뷰 같다. ‘8·31 부동산 대책’은 지금보다 강력한 대책이었지만 발표 이후 3년 동안 강남집값이 더 올랐다. 거래량이 많지 않으면서 상승했다는 면에서 현재와 비슷하다. ‘정부가 오죽하면 이런 극약처방까지 내놓을까’ 하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생기면서 가격이 더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2012년이 돼서야 전국 투기지역이 모두 해제됐으니 7년 정도 지나서야 불이 꺼진 셈이다. 효과가 오긴 오지만 늦는다는 말이다.

▶우병탁 팀장 : 상담하며 느꼈지만 정부가 ‘주머니’에서 대책을 꺼내기 전의 효과가 더욱 클 수 있다. 납세자들이 똑똑해져서다. 양도세의 경우도 주머니 밖으로 나오자마자 약효를 상실했다. 세무사를 찾기 전에 인터넷이나 기사를 통해 절세하는 방법을 어느 정도는 찾을 수 있다. 정책적 효과만 놓고 보자면 보유세 개편을 시사하면서도 서두르지는 않는 게 효과가 클 수 있다.

-종부세는 부자들에 대한 징벌적 세금이란 성격이 있다. 정치공학적인 측면이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김근호 센터장 : 정부의 다급한 입장은 이해된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건 중산층에서 이미 정책에 대한 반감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범죄자 취급을 당한다’고 성토한다. 정상적인 세금을 일반 근로자들보다 많이 내고 있어 성실납세자로 칭찬 받아도 모자랄 판에 적폐세력에게 과태료를 물듯 몰아가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원종훈 팀장 : 부동산을 이데올로기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종부세를 두고 성장과 분배의 논리에 따라 정권마다 다툼이 있었던 이유다. 만약 반발이 거세다면 정부로서도 개편을 주저할 가능성이 없진 않다.

▶우병탁 팀장 : 노무현정부 때의 경험 때문에 개편 과정에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보완하면서 가야 한다.

▶원종훈 팀장 : 사실 종부세는 진정한 의미의 보유세가 아니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부동산에서 발생한 재정수익은 지자체에서 부과해 지방세수로 들어가는 게 맞다. 하지만 종부세는 국세로 거둬들여서 지방양유금 형태로 분배한다. 그래서 도입 초기엔 북유럽에서나 볼 수 있는 세제 같다는 말이 나왔다.
원종훈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팀장. 변성현 기자

원종훈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팀장. 변성현 기자

-보유세가 아닌 ‘부유세’ 말인가.

▶원종훈 팀장 : 그렇다. 부유세적인 측면 때문에 조세저항이 강했다. 과거 영국에서 벽난로 숫자나 창문 숫자를 부의 척도로 계산해 별도의 세금을 매기던 것과 같다. 그러자 결국엔 집을 크게 지어놓고 창문을 만들지 않았다. 정책 담당자가 아무리 좋은 생각을 갖고 도입해도 합리적이지 못한 의사결정으로 유도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는 위헌 판결이 났지만 과거 종부세 도입 직후 상담했던 이들 가운데는 부부합산과세를 피하기 위해 이혼한 경우도 있었다. 세법은 적극적 조세회피 목적의 이혼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말렸지만 소용 없었다. 정책 설계 목적과는 다른 역선택이다.

▶김근호 센터장 : 한국은행의 존재 목적이 통화안정이라면 조세정책의 목적은 재정조달이다. 하지만 특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조세정책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우병탁 팀장 : 어떤 좋은 효과를 목적으로 하더라도 세금이 개입하는 순간 파레토 효율은 깨진다. 분배 과정에서 누군가는 피해를 받는다는 얘기다. 사회 전체적인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경제학 원론적인 이야기다. 미시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김근호 센터장 :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 보니 정부를 믿고 따랐던 투자자들은 난처하다. 취득세율 낮춰서 집 사게 하더니 보유세를 올린다며 다시 집을 팔게 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앞으로는 집을 팔 때도 양도세 중과로 내야 하는 셈이다. 어느 한쪽을 터줘야 한다.

▶우병탁 팀장 : 보유세 인상은 거래세 인하와 함께 검토돼야 한다. 기존에는 이미 종부세가 무력화된 상황이어서 거래세를 낮추지 못한 측면이 있다.
[집코노미] "종부세는 징벌적 세금…집값 잡을 카드 아냐"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에서 보유세와 임대소득세가 현실화되면 거래세를 낮추는 ‘빅딜’이 가능하다고 했다.

▶우병탁 팀장 : 결국 보유세는 집값 하나만을 겨냥하는 게 아니다. 임대사업자 등록을 적절히 유도하면서 음성화된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현실화하는 정책적 효과가 있다.

▶원종훈 팀장 : 실제로 미국의 경우엔 보유세가 주택가격의 1~3%인 대신 거래세가 없다. 한국도 도입 때는 1% 정도로 설계됐다. 다시 실효세율을 높인다면 거래세를 낮출 가능성은 있다. 그런데 정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정부가 보유세 인상을 통해 집값을 하락시키려는 건 아니다. 안정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사실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된다면 굳이 종부세까지 손댈 필요도 없을 것이라 본다.

-지난달 발표한 임대등록 활성화 방안은 약했나.

[집코노미] "종부세는 징벌적 세금…집값 잡을 카드 아냐"

▶우병탁 팀장 : 망설이던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 등록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준 조세이던 건강보험료 부담이 줄어드는 등 전향적 부분이 있어서다. 정부가 많이 양보한 것이라 본다. 종부세 인상 논의도 이 같은 연장선에서 하면 의미 있을 듯하다.

▶원종훈 팀장 : 정부가 잘한 일이지만 조금더 화끈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김근호 센터장 : 파격적이지만 수혜자를 너무 제한시켰다. 오히려 범위를 넓히되 차등지원 한다면 어떨지 모르겠다.

▶우병탁 팀장 : 서울의 경우 주택 기준시가가 6억원 미만이어야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다. 거꾸로 얘기하면 임대사업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이들이 등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셈이다. 강남은 대부분 해당된다. 같은 단지 안에서도 100~200만원 차이로 임대등록 가능 여부가 갈리는 경우도 있다.
[집코노미] "종부세는 징벌적 세금…집값 잡을 카드 아냐"

-더 맛있는 ‘당근’이 필요하다는 건데.

▶원종훈 팀장 : 다주택자가 되려는 이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 다주택자가 시장에 내놓은 매물은 무주택자가 아니라 1주택자 혹은 다른 다주택자가 사게 될 공산이 크다. 이들이 ‘임대사업을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메리트가 있어야 한다.

▶김근호 센터장 : 정책 절벽이 아쉽다. 임대소득이 연 2000만원 미만일 때 올해까지는 비과세, 내년부터는 분리과세다. 그런데 연 2000만원을 다소 상회하는 구간에 대한 인센티브는 없다. 다주택자들이 실제 임대소득이 2000만원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다.

▶우병탁 팀장 : 월세를 연 2000만원(월 160만원)에 맞추는 대신 보증금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김근호 센터장 : 2000만원에 맞춰 혜택을 주다 보니 빚어지는 문제다.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차등적인 혜택을 줘야 임대소득을 양성화할 수 있다. 그나마 임차인들의 세액공제제도를 통해 많이 양성화됐지만 여기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총 급여액이 7000만원 이하인 근로자만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연 1억원을 초과하는 이들에게도 비교적 낮은 한도율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하면 집주인들의 소득이 지금보다 많이 노출된다.

▶우병탁 팀장 : 다만 고액의 연봉을 받는 이들이 고액의 월세를 내며 생활하는데 공제까지 해준다는 사회적 거부감이 나타날 수 있다. ‘부자감세’ 논란 말이다.
김근호 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장. 변성현 기자

김근호 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장. 변성현 기자

▶김근호 센터장 : 말했듯이 한도율을 낮춰서라도 ‘선의의 감시자’를 늘려야 한다. 또한 임차인들의 세액공제 혜택을 늘리면서 주택구매 수요를 떨어뜨린다면 그것만으로도 집값 안정화 효과를 일부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강남 지역 고액 임차인들은 언젠가는 자신의 집을 마련할 이들이다.

▶원종훈 팀장 : 다주택자들의 의식 전환도 필요하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짬짜미를 해서 세금을 피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정부는 임대차시장을 개혁할 수 있을 만큼의 행정력을 갖춰가고 있다. 비유하자면 그동안 한적한 시골길에 불법주정차를 하고 있었다면 이젠 그 도로에서 단속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 같다. 다만 유료주차장의 가격을 낮춰주고 있는 것이다. 저렴한 주차장에 합법 주차하도록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김근호 센터장 : 주택임대소득도 결국엔 상가임대소득처럼 완전한 세원노출이 이뤄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지만 아픈 만큼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