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에서 재건축 연한(준공 후 30년)을 채우지 못한 중고 아파트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사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대부분 건축 밀도가 높아 재건축으로는 수익성이 잘 나오지 않는 곳으로 골조는 유지하되 층수를 올리거나 구조를 일부 변경하는 ‘수직 증축’ 방식의 리모델링이 추진되고 있다.
(1) 잠원훼미리, (2) 잠원한신로얄, (3) 대치2단지.
(1) 잠원훼미리, (2) 잠원한신로얄, (3) 대치2단지.
◆반포 일대 리모델링 사업 ‘순항’

서울 서초구 잠원동 ‘잠원훼미리’ 아파트는 다음달 리모델링 조합 설립에 들어간다. 이 단지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11일 “지난달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 절차를 밟았다”며 “다음달 초 주민총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진위는 일부 층을 올려 기존 18층 3개 동 288가구 규모 단지를 최고 20층 3개 동 310여 가구로 건립할 계획이다.

이 단지는 입주 26년차이던 2016년 리모델링 추진위를 구성했다. 계획에 따르면 이 단지 용적률은 기존 274%에서 리모델링을 통해 400% 이내로 오른다. 이렇게 늘어난 가구는 일반분양 방식으로 공급한다. 기존 전용면적 84㎡ 주택은 103㎡로 확장될 예정이다. 현대산업개발 등이 공사 수주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말 이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와 리모델링 설계 관련 설명회를 열었다.

잠원동 ‘잠원한신로얄’ 아파트는 지난달 서초구의 리모델링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강남권 리모델링 단지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 행위 허가와 주민 이주만 완료하면 착공할 수 있다. 이 단지 조합은 올해 주민 이주를 끝내고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1) 잠원훼미리, (2) 잠원한신로얄, (3) 대치2단지.
(1) 잠원훼미리, (2) 잠원한신로얄, (3) 대치2단지.
이 단지는 지하 1층~지상 최고 13층 2개 동에 208가구가 들어서 있다. 동마다 2개 층을 수직 증축해 지상 15층 아파트로 리모델링한다. 단지 규모는 237가구로 늘어난다. 이 중 29가구는 일반분양한다. 시공사는 2016년 현대산업개발로 결정됐다.

2008년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한 강남구 개포동 ‘대치 2단지’는 기존 15층에서 3개 층을 수직 증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늘어나는 352가구를 일반분양한다. 조합은 올 상반기 서울시 건축심의를 마친 뒤 내년께 이주와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대림산업과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는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이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으로 선회하자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1992년 준공돼 재건축 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일대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뛰면서 자극받았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을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다음달 재건축 주민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주최 측은 “대치 2단지 기존 용적률은 173%로 다른 리모델링 추진단지와 비교해 재건축을 통한 사업성이 충분하다”며 “계획상 리모델링 후 용적률은 289%인데 이는 재건축 시 예상되는 용적률 270%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리모델링 조합은 “대치 2단지는 대지지분이 낮은 편인 데다 올해부터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적용돼 재건축 시 분담금이 확 늘어난다”고 반박했다.

◆단지별 두 달간 1억원 안팎 올라

리모델링 단지 모두 가격 오름세가 뚜렷하다. 현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잠원훼밀리는 최근 전용 84㎡가 13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최근 실거래가 기록은 지난해 11월 말 나온 12억5000만원이다. 최근 호가는 12억원 후반에서 13억원 초반 선이다. 잠원한신로얄은 지난달 전용 82㎡가 13억5000만원과 13억6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현재 같은 주택형 호가는 15억원 선이다. 지난해 10월 12억2000만원에 팔린 이후 두 달여 만에 1억3000만원 이상 뛰었다.

대치 2단지도 가격이 뛰긴 마찬가지다. 지난 3일 전용 49㎡가 9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9억원 선을 처음으로 넘겼다. 지난해 11월엔 8억~8억5000만원 선에 거래됐다. 가장 작은 전용 33㎡ 주택형도 7억3000만원대에 매물이 나와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