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내 ‘DMC 2차 아이파크’ 아파트 건설현장. 2016년 5월 분양된 이 아파트는 모두 1061가구 규모지만 분양권 매물이 평형별로 2개 정도에 불과하다.  /김형규 기자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내 ‘DMC 2차 아이파크’ 아파트 건설현장. 2016년 5월 분양된 이 아파트는 모두 1061가구 규모지만 분양권 매물이 평형별로 2개 정도에 불과하다. /김형규 기자
“ ‘8·2 부동산 대책’ 발표 전 2억원 수준이던 신반포자이 분양권 웃돈이 현재 4억원까지 올랐지만 매도 희망자가 아예 없습니다. 불과 10여 일 뒤면 양도소득세율이 50%로 올라가지만 보유자들은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버티기를 선택하는 분위기입니다.”(잠원동 K공인 대표)

내년 1월부터 조정대상지역에서 분양권 양도소득세율이 일률적으로 50%로 높아진다. 양도세 부담이 대폭 늘지만 수도권 주요 인기 주거지역에선 분양권 매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는 매물 증가를 노렸지만 시장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간 영향이다. 내년 4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도 비슷한 현상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분양권 매물 실종 사건… 투자자 '버티기 전략'
서초구 분양권 매물 제로

서울 서초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엔 분양권 매물이 씨가 말랐다. 지난해 분양한 ‘신반포자이’ ‘반포래미안아이파크’ ‘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 등 새 아파트 분양권엔 웃돈이 수억원 붙어도 팔겠다는 사람이 없다. 작년 1월 공급된 잠원동 신반포자이의 웃돈은 현재 3억원 안팎이다.

올해 팔면 보유 기간이 2년 이하여서 단일세율 40%를 적용받는다. 양도세가 1억2000만원 수준이다. 내년에 팔면 세율 50%가 적용돼 3000만원 많은 1억5000만원을 양도세로 내야 한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소유자들이 세금 증가폭보다 매매가 상승폭이 더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11월 분양된 송파구 가락동 ‘송파헬리오시티’도 프리미엄이 최소 3억원 형성돼 있지만 매물을 찾기 힘들다. 단지 전체에서 평형대별로 한두 건 있을까 말까다. 7억1000여만원에 분양된 전용면적 59㎡의 시세는 10억1000만~10억6000만원이다. 보유 기간 2년이 지난 올해 안에 팔면 양도세가 최소 9000여만원이지만 내년엔 1억5000만원가량 내야 한다. 웃돈이 4억원가량 붙어 있는 전용 110㎡ 주택형도 올해 양도세는 1억원 안팎이지만 내년엔 2억원 가까이 부과된다.

가락동 B공인 관계자는 “지금 나와 있는 소수 매물은 이달 안에 잔금까지 치러야 하는 조건이 붙어 있다”며 “안 팔아도 그만이라고 생각해 굳이 가격을 낮춰 급매물로 내놓진 않고 있다”고 전했다.

강북권도 버티기

서울 강북도 상황은 비슷하다. 마포구 아현동 D공인 관계자는 “당초 이달까지 급매물이 쏟아지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공덕더샵’ ‘마포자이3차’ ‘신촌그랑자이’ 등 분양권 시세는 오히려 올라가는 추세”라며 “매물은 없는데 새 아파트 수요는 여전히 많다 보니 매도자 우위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수도권 인기 신도시·택지지구에선 양도세 부담을 매수자에게 떠넘기는 관행이 여전하다. 경기 하남 미사지구 등에서 양도세를 매수자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미사강변호반써밋플레이스’ 프리미엄은 2억1000만~2억5000만원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미사강변제일풍경채’도 웃돈이 7000만원 이상으로 형성돼 있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최근 1년 반 동안 프리미엄이 7000만원 올랐다”며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집주인이 많아 처분보다는 보유가 대세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설지연/김형규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