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다주택자, '등록 vs 매각' 선택은?
다주택자들이 기로에 섰다.

내년 4월부터 양도소득세 중과 규정이 시행되는 가운데 정부가 13일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등록 임대주택 사업자에 파격적인 조세와 건강보험료 감면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다주택자들이 세금과 건보료 폭탄을 피하기 위해 임대 등록에 나설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이 있다.

국민은행 원종훈 세무팀장은 "임대를 계속하려는 사람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일단 임대 사업자로 등록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원 팀장은 "주택 임대소득이 2천만원 이하인 경우 세금보다 건보료에 대한 민감도가 큰 편인데, 건보료 상승폭을 최대 80%까지 줄여준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원 팀장은 "그러나 다주택자들이 과연 임대 등록을 해야 하느냐를 두고 고민을 좀 할 거 같다"며 "주택임대 기간을 8년까지 유지해야 혜택을 보게 돼 그때까지 갖고 가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고종완 자산관리연구원장은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열어줬다는 점에서 임대주택 등록이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주택자 중에서 임대주택 등록 수요가 상당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다만 혜택이 너무 장기 임대 쪽으로 몰려 있는 것은 아쉽다"며 "다주택자들은 내년 3월까지는 양도세 중과가 되는 4월 이전에 좀 털고 갈 것인지, 8년 이상 장기 보유로 갈 것인지, 강남의 경우 증여나 상속 등을 할지 고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8년 이상 장기 임대에만 혜택이 몰려 있고 주택 공시가격이 6억원을 대부분 넘기는 서울 강남에서는 임대 등록 유인이 약하다는 점 등을 들며 등록 유도책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김종필 세무사는 "다주택자들이 등록이나 매각 외에 증여도 생각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특히 강남은 세제 혜택의 주택 가격 기준인 기준시가 6억원 상향 조정이 불발돼 메리트가 없어 등록보다는 매각이나 증여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세무사는 "계약 후 잔금까지 2개월 걸리니까 올해 말이나 1월 초까지는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도권에서 집값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정부의 세금 인센티브의 효과가 희석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수도권은 임대료 상승폭이 커 임대 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큰 메리트로 작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임대 사업자 등록을 선택하기보다는 '똘똘한' 한채를 두고 다른 주택은 매도하는 방안을 선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는 매각, 임대주택 등록, 버티기(보유), 상속·증여 등 4가지 갈림길에 서 있다"며 "이번 방안으로 다주택자들은 투자가치가 낮은 주택을 중심으로 처분을 고민할 것이며, 특히 집값 하락 신호가 분명해지고 보유세 인상 방침이 확정되면 '팔자'로 선회하는 다주택자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