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나지만 인기 주거지인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입주 물량은 미미해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속출하고 있는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등을 제외하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일대의 가구 수 대비 주택 수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는 근거에서다. 지역별 양극화가 심해지는 만큼 총량적 접근이 아니라 지역 특성을 고려한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내년 전국 44만 가구 '입주 쓰나미' 오지만… 서울은 여전히 태부족
경기 남부, 지방은 입주 ‘홍수’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예정된 전국 입주 물량은 총 43만6628가구다. 2006년부터 10년간 공급된 연평균 입주 물량보다 60%가량 많은 수준이다. 이 중 절반에 달하는 21만6489가구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올해 수도권 입주 물량인 17만4608보다 24% 증가한 수치다. 2015년께 건설회사들이 앞다퉈 아파트 분양에 나섰기 때문이다.

우선 수도권 남부지역과 지방 중소도시는 공급 과잉으로 인해 미(未)입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역(逆)전세난(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현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잔금을 치르지 못해 입주를 포기하는 ‘하우스푸어’마저 양산될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수도권 중에서도 경기 지역에서 내년에 16만1597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올해(12만9025)보다 25% 많고, 작년 입주 물량의 두 배가량 되는 물량이다. 주로 경기 남부권에 몰려 있다. 공급과잉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올해 1만4000여 가구가 입주한 화성시엔 내년 두 배가량인 2만3000가구가 대기 중이다. 동탄2신도시에서만 1만6000여 가구가 입주 예정이라 벌써 일부 단지에선 분양가 대비 1000만~2000만원 저렴한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도 나오고 있다. 이 일대에선 전셋값이 수천만원가량 내린 매물이 나오면서 역전세난이 나타난 곳도 있다. 동탄2신도시 E공인 관계자는 “대출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잔금을 치르지 못해 입주를 포기하는 계약자가 늘고 전·월세 시장이 위축되는 사태도 일어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경남 전북 충북 등 새로운 주택 수요가 발생하기 어려운 지방 중소도시는 입주 과잉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130만 가구가 거주하는 경남에선 내년 입주량이 4만여 가구로 서울보다 많다. 총 가구 수가 83만 가구인 충남도 내년 2만3000여 가구가 집들이를 앞두고 있다.

서울은 입주 물량 가뭄

서울을 비롯한 일부 수도권 사정은 딴판이다. 경기 지역의 내년 가구 수 대비 입주 물량은 3.5%로 전국 평균(2.2%)을 크게 웃돈다. 하지만 392만 가구가 거주하는 서울의 내년 입주량은 3만4703가구에 그쳐 가구 수 대비 입주 물량은 0.9% 수준에 그친다. 서울 경기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의 가구 수(총 965만 가구) 대비 입주 물량(총 21만6489가구)은 2.2%로 전국 평균과 비슷해진다.

상당수 전문가는 내년 수도권 입주 물량이 평년 대비 많은 편이긴 해도 전반적으로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공급량이 꾸준히 많았던 경기 남부지역 일부를 제외하면 서울과 수도권은 여전히 가구 수 대비 주택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경기도도 서울 생활권으로 봐야 하는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가구 수 대비 주택은 전국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며 “재개발에 따른 멸실 가구 수 증가, 1~2인 가구 증가 추이 등을 고려하면 서울에서 집을 못 찾아 수도권으로 인구가 옮겨갈 수밖에 없어 수도권에선 단기적 공급과잉이 금방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입주 물량이 정점을 찍지만 2019년부터는 다시 감소한다는 점도 수도권의 공급과잉 우려를 잠재우는 요인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건설·부동산 연구위원은 “수도권은 경부축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데다 전체적으로 공급량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어서 한두 해 공급이 늘어난다고 수요를 잠재울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