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이 예고되면서 아파트뿐 아니라 오피스(업무용빌딩)에 근무하는 경비원과 미화원도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경비원 대신 무인경비 시스템을 도입하는 건물주가 늘어서다.
[최저임금 인상발 '고용절벽'] 업무용빌딩 경비·미화원도 '칼바람'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매매가 50억~100억원대의 중소형빌딩(일명 꼬마빌딩) 소유자들이 경비원 해고에 나섰다. 대형빌딩과 달리 인건비 인상이 투자수익률과 직결되는 까닭이다. 자산관리업체인 글로벌PMC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으로 인상되는 2020년 경비원 2명과 미화원 1명을 고용한 꼬마빌딩 건물주의 인건비 부담은 현재보다 월 309만원 증가한다. 올해(590만6000원)보다 52% 오른 수치다. 당장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16% 높아지면 건물주는 지금보다 92만8000원의 인건비를 더 내야 한다.

꼬마빌딩의 현재 연 수익률은 4% 내외다. 인건비 인상을 만회하기 위해선 임대료를 매년 5% 올려야 한다고 글로벌PMC는 분석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임대료를 올리기 힘들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강남 꼬마빌딩의 임대료는 3.3㎡당 4만~5만원 선으로 3년 전(3.3㎡당 5만~6만원 선)에 비해 낮다. 섹션 오피스, 지식산업센터 등 기존 빌딩을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이 공급되면서 임대료가 떨어졌다. 대로변에 있는 빌딩들도 처음 몇 달간 공짜로 사무실을 빌려주는 ‘렌트프리’ 등으로 임차인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건물주들은 경비원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현재 꼬마빌딩은 2명의 경비원을 주·야간 교대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건물주들은 이를 1명 또는 모두 줄이고 무인경비 시스템을 설치해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근로자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인상된 최저임금이 오히려 이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용남 글로벌PMC 사장은 “꼬마빌딩을 매입할 당시 최저임금 인상을 계산에 넣지 못했던 건물주들이 수익률 하락 우려로 인건비 절감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건물주가 수익률 만회를 위해 임대료 대신 관리비를 인상하면서 임차인 부담도 늘고 있다. 임대료 인상은 다른 건물과 비교가 쉽고 절대금액이 높아 저항이 크지만 관리비는 상대적으로 심리적인 저항감이 적어서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