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 이남의 ‘강서송’을 뒤쫓는 곳은 ‘마용성’입니다. ‘경자’가 끌면서 ‘마래푸’ 등의 가격도 강세입니다.”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강서송’은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3구의 첫 글자 축약형이다. ‘마용성’은 마포·용산·성동구로 강북 아파트 가격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3개 구다. ‘경자’와 ‘마래푸’는 서울 종로구 ‘경희궁 자이’(2533가구)와 마포구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3885가구)를 뜻한다.‘붇옹산의 부동산스터디’, ‘아름다운 내집갖기’ 등 부동산 카페에 자주 사용되는 아파트 단지 및 지역 축약형들이다. 부동산 시장에 긴 음절이나 외래어 등 쉽게 발음하기 힘든 명칭을 약어 형태로 사용하는 게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이 보편화하는 것도 줄임말이 증가한 한 요인이다.

◆지역명을 묶어서

지역명도 다양한 축약형이 존재한다. 익히 알려진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는 물론 ‘부울경’(부산·울산·경남), ‘BYC’(봉화 영양 청송 첫 글자) 등 영남 지역에 이런 약어가 많다.전라도에서는 ‘여순광’(여수·순천·광양)이라는 단어도 쓰인다.

수도권에서는 2000년대 중반 집값이 급등한 7개 지역인 강남·서초·송파·목동·분당·용인·평촌을 ‘버블 세븐(7)’으로 불렀다.최근 업계에서는 ‘의양동’(의정부·양주·동두천) ‘구남가’(구리·남양주·가평) 등으로 묶어 부르기도 한다.

서울에서는 마용성처럼 지역을 묶어 부르는 용어가 적지 않다.‘금관구’는 금천·관악·구로구를, ‘노도강’은 노원·도봉·강북구를 의미한다.서울 서쪽의 당산·여의도·목동은 첫 글자를 따 ‘당여목’으로도 불린다.

뉴타운도 축약형들이 다양하다. 은평뉴타운은 ‘은뉴’, 흑석뉴타운은 ‘흑뉴’로 불린다. ‘영뉴’(영등포뉴타운) ‘길뉴’(길음뉴타운) ‘신뉴’(신길뉴타운) ‘한뉴’(한남뉴타운)도 인터넷 상에서 많이 사용된다. 지역 중개업소들도 이같은 축약형을 곧잘 쓴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은 ‘올공’이나 ‘올팍’으로 불리고 센트럴 파크는 ‘센팍’이라고 말한다.

◆단지명도 줄이고

아파트 단지와 관련된 축약 단어도 온라인 상에 쉽게 만날 수 있다. 서울 대치동의 대표 아파트인 ‘우선미’(우방·선경·미도), 여의도 아파트시장을 선도하는 ‘시수공’(시범·수정·공작) 등이 대표적이다. 잠실 일대 중개업소에서는 ‘엘리트’나 ‘엘리트레파’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잠실 주공을 재건축한 엘스(1단지·5678가구)·리센츠(2단지·5563가구)·트리지움(3단지·3696가구)·레이크팰리스(4단지·2678가구)·파크리오(잠실시영·6864가구)를 의미한다. 잠실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인 진주·미성·크로바 아파트는 ‘진미크’로 통한다.

지역 랜드마크 단지도 대부분 축약형이 있다.‘래강포’와 ‘개래블’은 각각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2296가구)와 개포 래미안 블레스티지(1957가구)를 가르키는 말이다.

서초구의 대표 아파트인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2444가구)와 반포 자이(3410가구)는 각각 ‘반래’와 ‘반자’로 불린다. GS건설이 잠원동 신반포 6차를 재건축하는 신반포 센트럴 자이는 ‘반세자’(997가구)로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아크로 리버 파크는 ‘아리팍’(1612가구)으로 통한다. ‘갤포’(갤러리아 포레·230가구) ‘고래힐’(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3658가구) ‘목자’(목동 파크 자이·356가구) ‘목푸’(목동 센트럴 푸르지오·248가구) ‘반푸써’(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751가구) 등 각 지역의 주요 단지도 축약형이 있다. 이르면 연내 공급될 개포동 개포주공8단지는 ‘개팔’, 잠실주공5단지는 ‘잠오’로 줄여 쓴다. 대형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으로 시공한 단지는 두 가지 브랜드를 섞어 쓰면서 이 같은 애칭이 많이 사용된다. 서울 강남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역민을 중심으로 단지명을 간략하게 부르는 게 널리 통용되고 있다”며 “투자자나 젊은 층이 이같은 축약형을 많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파트 단지명에 외래어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이 같은 축약형이 부르기 쉬워서 더 많이 사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